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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장철영
뮤지컬 <동숭동 연가>,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등을 통해 국내의 대표적 뮤지컬 극작가로 자리를 굳힌 오은희(36)씨가 서울시 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개스(GAS)’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척박한 극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디테일과 일상성 묘사에 강한 작가로 살아남은 오씨를 만났다.

후드가 달린 니트를 입고 캐주얼 배낭을 멘 아담한 키의 오은희씨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작가적 분위기를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인터뷰 내내 솔직하면서 다소 수다스러운 모습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작가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오씨가 국내 정상급 젊은 극작가로 자리잡은 힘이었다. 연출이나 스태프들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현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의 사교성과 친화력이야말로 남성 극작가들 천지인 연극판에서 여성으로 살아남는 법이었다.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일상성’이 작품 소재이자 주제

오는 12월 6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개스(GAS)>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통해 젊음이 지닌 힘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흥겨운 작품이다.

오은희씨는 카오스(Chaos)에서 파생된 가스(Gas)야말로 젊음의 특질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정함과 그 폭발력, 그것을 뮤지컬 <개스(GAS)>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젊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일상을 지니는지 알아야했어요. 평소에도 젊은층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관심도 많지만 그들의 일상을 배워야 했죠. 매일 TV 시청하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 읽고,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자주 찾았습니다.”

오씨는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 <오 해피데이>의 시나리오도 썼다. 장르를 막론하고 '잘 나가는’ 여성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작품 한 편당 고료는 대졸 신입사원 연봉 정도 된다”는 게 그의 고백이고 보면 대학로의 ‘작은 김수현’이라는 별명이 거저 붙은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오은희씨의 뮤지컬은 ‘일상적’이다. 뮤지컬하면 떠오르는 반쯤은 벗은 여배우, 중절모를 쓴 갱, 담배연기 자욱한 나이트클럽 등이 그의 뮤지컬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볼거리에 집착하는 브로드웨이식의 뮤지컬과는 달리 일상의 소소한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 따뜻함, 갈등을 다룬다.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일상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냥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한 단면을 다양하면서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면 관객은 그 모습에서 자신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찾고 또 거기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거죠.”

오씨가 작가가 된 것도 그의 ‘일상론’처럼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출발했다.

ⓒ 우먼타임스 장철영
부산대 중문과를 졸업한 오씨는 2년간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자 132개의 이력서를 넣었다. 그러나 연락 오는 데는 한 군데도 없었다. 2년을 백수로 지내다보니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서 밥을 살 때도 돈 번다고 유세 부리는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됐고, 대학 때 웃고 즐기던 일상의 것들이 변하는 경험을 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일상의 변화를 예리하게 집어내는 힘은 그런 일상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3년간의 구상 끝에 최근 집필을 시작한 가칭 ‘독립만세’도 마찬가지. 30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있지만 전투적이거나 편협하지 않다. 담담하고 예리하지만 즐겁게 묘사한다.

“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하는 점입니다. 여성현실을 말하는 작품들은 많지만 여성 관객에게 외면 당하고 있는 것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 그것이 바로 감동의 원천이고 대중문화를 이끄는 힘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보편적 정서와 일상성이 뛰어난 작가 아사다 지로, 마루야마 겐지 같은 일본 소설가들을 좋아한다.

문화 소비층 젊은 여성들에게만 한정 안타까워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젊은 여성들만이 소비층이기 때문에 작품의 다양성이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요.”

오씨는 문화가 살려면 가족문화가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여가문화가 술자리에 도박 등 불건전한 문화로 흐르면서 가족과 멀어지는 것이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마저 없애고 있다는 것.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처럼 평범해 뵈는 작가 닮지 않은 작가, 오은희씨지만 라이프 스타일만은 천상 작가다. 새벽 3시부터 아침까지가 작품을 쓰는 시간. 오후에 잠을 자고 저녁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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