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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무용가들>
<불멸의 무용가들> ⓒ 작가정신
"참다운 무용가는 동시에 우수한 배우이며 또한 마음 속에서부터 시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 디들로

"나의 예술은 바로 내 존재를 표현하기 위한 시도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 이사도라 덩컨


무용은 눈빛과 몸짓으로 말하는 언어이다. 무용수들이 표현해 내는 하나 하나의 손놀림과 표정 속에는 안무가가, 혹은 무용수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메시지는 한 편의 시이며 노래이자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불멸의 무용가들>은 자신의 인생을 춤에 맡기고 살았던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형태로서의 춤의 의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선사 시대부터 춤을 춰왔다. 자신의 내적 경험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써 인간은 물질이나 돌, 언어 등을 사용하기 전에 맨 먼저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으며, 이와 같이 육체를 매개로 해서 창조하게 된 것이 곧 춤이다."

우리는 내적 경험을 표현하는 매개로써의 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 책은 세기적인 무용수나 안무가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인간의 삶에서 춤이 가지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전통적인 무용으로 취급되는 발레와 이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된 모던 댄스를 모두 포괄하여 현대 무용의 가치를 밝힌다는 점에서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발레와 모던 댄스, 이 두 양대 산맥이 추구하는 모습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몸짓과 표정을 통해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린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견제해 가면서 발전적 입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용의 역사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잘 짜여진 아름다운 안무와 그 안무를 경이롭게 소화해 내는 무용가이다. 세기를 초월하는 좋은 안무가와 안무를 멋있게 연출하는 무용가는 관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이 책에는 그 무용가들이 말하는 '무용'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생각들은 서로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지만, 공통적으로는 무용의 표현적 요소와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훌륭하게 구성된 발레란 그 모든 세부에 이르기까지 표현적이 되어야 하며 눈을 통해서 영혼에게 말을 해야 합니다. 만약에 발레가 인상적인 묘사, 강력한 상황이 결핍되어 있다면, 그것은 냉담하고 따분한 스펙터클이 되고 말 것입니다."

무용을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노베르는 이 말에서 무용이 지녀야 할 핵심 요소를 '표현성'으로 요약하고 있다. 발레의 표현력을 중요시하는 그의 생각은 시대를 초월하여 20세기 무용가인 포킨느의 사고 속에도 녹아 흐른다.

"만약 색채나 소리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참을 수 있다. 그러나 표정 없는 인간의 육체는 인형이나 시체와 다를 바 없다. 그림 속에서 우리는 화가의 영혼을 본다. 우리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은 그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표정 없는 사람을 견딜 수 있단 말인가?"

그럼 무엇을 표현한단 말인가? 그 표현 대상에 대한 견해는 무용가나 안무가마다 각각 다르다. 덴마크 발레의 대부로 알려진 부르농빌은 일상적인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휴머니즘적인 무용을 추구한다.

그는 요정이나 정령 같은 초자연계의 존재나 왕자나 공주 같은 동화 속의 고귀한 인물이 등장하는 낭만주의 발레에 반발하여 농부나 행상인, 선원, 빵집 소년, 방앗간 주인 등 평범한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발레를 선보였다.

고르츠키는 고전 무용의 추상주의적 요소에 반발을 하며 리얼리즘을 추구한 무용가로 유명하다. 그는 모스크바의 사회주의 물결을 타고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무용 또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삶의 진실'을 표현할 수 있는 무용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아무리 이러저러한 사설을 붙인다 하더라도, 무용은 안무를 뛰어난 몸짓으로 소화해 내는 무용가를 통해서만이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세기적인 무용가로 인정받는 파블로바, 니진스키 등은 '자신의 육체를 통해서 노래하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립과 투쟁의 정신을 무용 속에 담으려 했던 이사도라 덩컨의 정신 또한 무용의 역사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몸짓을 통한 정신의 자유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춤은 예술적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눈빛과 몸짓으로 노래하는 사람들, 무용가. 그들의 무용이 더 큰 가치를 발하기 위해서는 앞선 세대의 무용가와 안무가들이 추구했던 것처럼 삶의 진실과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용가들이 새겨 봐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불멸의 무용가들

이덕희 지음, 작가정신(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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