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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명은 7일 오후 2시40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관선이사 파견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동덕여대 학생과 교직원 등 500여명은 7일 오후 2시40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관선이사 파견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 서상일
총장과 재단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의 시위와 농성으로 9개월째 몸살을 앓고 있는 동덕여대 소요사태가 신임 총장의 취임과 관선이사 파견을 둘러싸고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 500여명 교육부 진출 시도..관선이사 파견 촉구

동덕여대 총학생회 및 교수협의회 소속 학생과 교수 500여명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관선이사 파견 촉구를 위한 학생, 교수, 교직원 동덕인 결의대회'를 열고 △족벌재단 즉각 퇴진 △송석구씨의 총장직 즉각 사퇴 △관선이사 파견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신동하 교수협의회 회장은 "우리는 지난 9개월 동안 동덕인의 힘으로 동덕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지금껏 싸워왔다"면서 "그러나 족벌재단에서는 동덕 구성원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인물을 일방적으로 새 총장에 앉혔다"라고 재단측을 비난했다.

신 회장은 "재단과 학교당국은 동덕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새 총장은 동덕인이 원하는 그리고 구성원들의 합의 아래 선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육부는 사립학교법만 들먹이지 말고 동덕인 모두가 기원하는 동덕의 민주화를 도와야 한다"며 관선이사 파견을 거듭 촉구했다.

최인혜(국문 4) 총학생회장도 "교육부는 입만 열면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이라고 하는데 사립학교법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냐"면서 "사학 비리와 족벌 비리재단을 옹호하는 사립학교법은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제주희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은 "교육부 감사 결과 재단의 비리가 많이 밝혀졌는데도 족벌재단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재단을 성토한 뒤 "우리는 비리재단을 인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 총장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송석구 신임 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전국대학노조 유우근 동덕여대 지부장도 "교육부는 자신들이 직접 조원영 전 총장과 재단 이사장을 형사고발하고도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동덕 구성원들이 합의하고 원하는 총장을 뽑을 것이며, 이를 위해 재단과도 싸우겠지만 교육부와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이 학생들의 거리행진을 막자 "왜 길을 막는지 이유를 말해보라"며 동덕여대 학생이 경찰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이색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이 학생들의 거리행진을 막자 "왜 길을 막는지 이유를 말해보라"며 동덕여대 학생이 경찰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이색풍경이 벌어졌다 ⓒ 서상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교육부 진입을 시도했으나 "거리행진은 신고사항이 아니다"라는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경찰은 이날 3개 중대병력을 배치하여 학생들의 행진을 막았으나 커다란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학당국, "학원 안정 위해 동덕 구성원 모두가 손을 잡자" 학생들 시위 자제 당부

학생들의 시위가 점점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당국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임된 신임 총장에 대해 학생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주 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현재의 어려운 학원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신임 총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다"며 "앞으로 동덕의 모든 구성원들은 신임 총장과 함께 조속한 학원 안정을 위하여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송석구 신임 총장도 6일 취임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학내의 많은 구성원들이 겪어온 갈등과 반목, 고민은 이제 벗어 던져버리고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고 사랑할 넉넉한 마음이 절실할 때"라며 "다 함께 손을 맞잡고 흉허물 없이 고민을 토로하고 진솔한 대화를 통한 발전적 전략 마련에 모두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송 신임 총장은 이어 "공부하고 싶은 캠퍼스, 일하고 싶은 직장, 연구하고 싶은 대학으로 가는 길을 닦는데 역량을 결집시키겠다"면서 "필요하고 절실한 부분에 대한 지적과 요청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획기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모든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 학사 행정을 꾸려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과 교수들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과 교수들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서상일
한편 조원영 전 총장은 5일 "지난 1년여 동안 동덕 구성원 모두 참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가슴에 아픔과 상처를 남겨주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동안 구성원들이 보여준 동덕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마음깊이 새기며 학교를 떠난다"고 밝힌 뒤 굴곡 많았던 지난 7년간의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교육부, 조만간 수습책 발표할 듯..다음 주가 고비

교육부도 학생들이 수업거부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동덕여대 소요사태가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확산되자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를 최소화 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대학지원국 현철환 사무관은 "총학생회와 교수협에서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파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6일 총학생회와 교수협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다"며 학교 정상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현 사무관은 이은주 재단 이사장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와 관련 "교육부 감사 결과 지적사항이었던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변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명분이 없다"며 "단지 형사고발건에 대해서는 지금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지켜본 뒤 문제가 있다면 법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받고 싶어요.. 집회 도중 한 학생이 교육부에 전달할 엽서에 수업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적고 있다
수업을 받고 싶어요..
집회 도중 한 학생이 교육부에 전달할 엽서에 수업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적고 있다
ⓒ 서상일
교육부와 학교당국의 잇따른 시위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송석구 신임 총장의 즉각 사퇴와 관선이사 파견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시위와 농성을 결코 풀지 않을 태세여서 획기적인 수습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원소요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총파업에 들어간 직원노조가 입시업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2004학년도 신입학 업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총학생회는 지난 4일 오후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제적인원 6549명 가운데 3728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3562명(95.5%)의 찬성으로 수업거부를 결의하고 교내 모든 강의실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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