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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활동 등으로 세번째 해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최교진 씨.
전교조 활동 등으로 세번째 해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최교진 씨. ⓒ 권윤영
해직 교사의 변치 않는 제자사랑이 화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3년여 동안 적금을 들어온 최교진(51) 전 교사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 얼마 전에서야 비로소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00년 부여 세도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려는 제자들에게 그는 진학을 권유했다. 고교 진학 후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다독인 뒤 그가 학생들과 달려간 곳은 은행.

최 전 교사는 "너희 이름으로 통장 하나 만들자"고 말하고는 통장은 자신이 갖고 도장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는 남학생을 위해 30개월 동안 6만원의 적금을, 여학생을 위해 36개월 동안 5만원의 적금을 들어 지난 10월에야 제자들 손에 전달할 수 있었다.

제자들은 "선생님 진짜 하셨어요?"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제자들은 까마득히 그 때의 기억을 잊었다. 제자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학비의 일부라도 보조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던 최 전 교사는 "그냥 한 거에요. 술 한 잔 마셔도 10만원이잖아요"하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해직과 복직을 반복해왔다. 전교조 활동으로 무려 10년 동안이나 해직교사로 있다가 지난 99년 부여 세도중학교로 복직을 한 후 꿈에도 그리던 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1년 동안 전교조 상근 근무를 하며 잠시 동안 학생들과 떨어지기도 했지만 되찾은 3년간의 교직 생활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부여에 방을 얻어 지내기까지 했다. 학부모들은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농사일을 하기에 교사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짬을 낼 수가 없었다. 학부모와 교사간의 대화의 창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부여에 머물며 9시가 넘은 시각에도 학부모들과 술잔을 기울였고 자연스레 학생들에 대해서도 깊이 알아갔다.

"제가 해직됐을 때 전교생 217명과 학부모 전원이 탄원서에 사인을 해서 교육청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부모님들이 진학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죠."

그는 지난 99년 교내에 '사랑의 우체국'을 신설했다. 학생지간, 사제지간에 편지쓰기는 지금도 전통처럼 계속되고 있다. 제자들은 그 속에서 사랑을 배웠다. 편지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친구나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교장, 교감, 행정실, 급식실 직원들에게도 학생들은 사랑의 편지를 전달했다.

지난 1월부터 또 다시 해직상태에 놓인 최 전 교사. 학교와 제자가 그리운 그는 지난 4월부터 '송대헌의 참교육마당'이라는 홈페이지에서 '밖에서 하는 종례'를 써오고 있다.

"해직되고 나서 제자들과 개인적으로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때그때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홈페이지에 글을 씁니다. 제 글을 읽고 제자들이 댓글을 달기도 하죠."

제자들은 댓글을 쓰는데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최 전 교사에게 종례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들이 이어진다. 소풍을 다녀온 후기라든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전해준다. 사이버상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이곳은 그와 학생들이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

"우리아이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상식이 통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수업을 못한다는 것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밖에 나와 있어도 교사로서 산다고 생각합니다."

교실 안팎에서 최교진 전 교사의 제자사랑은 한결 같다. 제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 그는 현재 더 크고 넓은 교단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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