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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능력 시험을 치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이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대학들의 실정은 어떠한가. 입학 정원을 못 채워서 중국 학생들까지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학에 들어가기가 예전보다 다소 쉬워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마당에 수능 시험을 잘 못 치러서 좋은 대학에 못 가게 되었다고 자살을 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문이 있다.

11월 5일에는 전북 남원시 모 여고의 S여고생이 수능 시험을 보다 말고 슬며시 밖으로 나가서 한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 자살했다. 그 다음날 새벽에도 서울 휘경동에 사는 L양이 수능 시험을 치른 후에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었다.

전교조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치열해지는 학벌주의와 좋은 학과에만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 생기게 만든 결과라고 말하며, 이러한 죽음을 부르는 입시 지옥을 그냥 방치해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는 절망뿐이라는 비관적인 말도 했다.

이러한 일들과 관련해서 당사자들이 오죽 했으면 죽었겠는가 생각되면서도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다른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고, 반드시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를 나와야 출세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다. 인간 만사가 돌고 돌아 인생의 길흉과 화복을 예측할 수 없고,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을 간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의 눈으로 매사를 보는 것과 사회인으로 보는 세상사도 차이가 있고, 어두운 날이 있으면 반드시 행복한 날도 있는 것이 인생사다. 볕들 날이 있으면 그 반대로 달이 기우는 날도 있듯이 매사가 그러하다.

이러한 말들은 모든 인생사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사는 것 자체가 고행이기도 하고 행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고 그 반대로 생각하면 불행한 것이 인생이다.

아프리카의 오지 국가들의 행복 지수가 문명 국가보다 높은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각에서 수능 시험을 좀 잘 못 보았다고 자기의 모든 인생이 반드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대학을 못 갔다고 반드시 불행해지고 인생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좋은 학교를 나오고도 자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지만 출세를 하기도 한다.

인생사가 늘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보면 당장 조금 불리하다고 목숨을 헛되게 버리는 일처럼 못난 짓은 없다. 또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것도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배부르고 등 따시며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오순도순 사는 것이다. 행복은 자기 마음 속에 있고,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따라서 높은 이상은 이루기가 힘들어서 불행에 빠질 염려가 크다.

욕망이 크면 클수록 불행해지기 때문에 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거기에 행복이 있다.

한 늙은 선비가 왕에게 간청했다. 청산녹수에 세 칸 집을 짓고 두세 이랑 밭에서는 옷가지와 조촐한 음식을 얻으며 여생을 마칠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며, 그것을 이루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왕은 어떤 사람이든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선(上仙)의 복이라고 말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행복이 보편적인 것에 있고, 자기의 여건과 능력 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만족을 얻으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별 것이 아니다. 고관대작에게도 고민은 있고 불행은 있다. 그 이유는 살아가는 삶 자체가 고생이고 어려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행복과 관련된다.

그래서 현자들은 권력과 물욕, 쾌락 같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현세의 자기중심적 만족을 철저히 배격하려고 노력하며 산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무엇을 이루고 나면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욕구가 생겨서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새 옷을 입고 나면 맛있는 꿀이 먹고 싶고, 맛있는 꿀을 먹고 나면 천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높은 차원의 어떤 욕구는 이룰 수가 없어서 불행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행복은 가장 낮은 것을 얻고자 할 때 찾을 수 있고, 평범한 것에 있으며,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있다가 멀리 도망가기도 한다. 자기 마음속에 있으며 가난하다고 얻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권력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자기자신의 눈 높이를 최대로 낮출 때 거기에 행복이 있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모든 정열과 물질, 그리고 시간을 다 소비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항상 살고 있는 삶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살아갈 때 작고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죽는다는 것 역시 따지고 보면 같은 이치고, 눈 높이를 높여서가 원인이 된다. 아무튼 매년 치르는 수능 시험에서 반복되는 자살사건만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또한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는 기성 세대들의 책임도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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