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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7시 이화여고 앞.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는 수험생
ⓒ 김진석
▲ 숭의여고 학생들의 열광적인 응원전이 떨고 있는 수험생들을 녹이고 있다
ⓒ 김진석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5일 새벽 6시.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앞은 수능 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후배들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계성여고, 덕성여고, 숭의여고 학생들이 모인 이화여고 주변에는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각종 격문들이 즐비했다.

대한민국 미성년자들의 통과의례가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국 73개 시험지구, 876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시작, 전국 67만여 명의 수험생들이 그간 공들여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순간이다.

수험생들의 고사장 입실은 8시 10분까지 완료됐고, 시험은 8시 40분 부터 시작했다. 1교시엔 90분 동안 언어 영역이 치러지고 그 후 수리, 사회·과학 탐구, 외국어 영역이 4교시로 진행돼 5시에 끝난다. 그러나 제2외국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다시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10분까지 40분간 5교시 시험을 보게 된다.

언어 및 외국어 영역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오전 8시 반∼9시, 오후 3시 40분∼4시 15분엔 모든 군 항공기의 이착륙 및 접근, 지상 사격훈련, 기동훈련이 금지된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올해는 여느 해와 같은 입시 한파가 없었다. 실제로 수능이 치러지는 제15지구 제8시험장 이화여고 앞에는 매해 볼 수 있었던 간이 손난로를 비롯, 각종 일회용 난방 기구들이 자취를 감췄다.

▲ 한 수험생이 선생님과 후배들의 환영을 보며 눈물을 보였다.
ⓒ 김진석
이른 시간 이화여고 정문 주변에는 명당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응원단들의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4일 저녁 8시부터 미리 와 담요를 두르며 밤을 지샌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수험장 한 편에선 뜨거운 차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었고, 교문앞 입구는 요란한 꽹과리 소리에 맞춰 입을 모으는 후배들의 활기찬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수험생인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의 반응도 가지가지. “남 일이 아닌 것 같아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소리를 지르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응원 덕에 하루 휴가를 낸 기분이다”등 각양각색이었다.

7시가 되자, 수험생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에 잠을 못 잔 듯 얼굴이 부어 있는 학생, 주위의 반응에 쑥스러워 땅만 보고 들어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선생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거나 부모님과 함께 기도를 하는 등 다양한 고사장 풍경이 연출됐다.

다소 분위기가 침체될 것 같으면 후배들은 열띤 응원으로 그들을 격려했다. 준비해 온 초콜릿, 귤, 초코파이 등을 주며 절을 올리는가 하면 목이 터지도록 교가를 부르고 또 월드컵 응원에 맞춰 '화이팅' 구호를 외쳤다.

▲ 한 학부모의 기도.
ⓒ 김진석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후배들의 격려에 멋쩍은 듯 수줍어하면서도 "고맙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는 답례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적어도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마음만이라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잊고 마지막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한편, 시끌벅적하게 들떠 있는 후배들과 달리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해 보였다. 이미 학생들은 고사실로 들어가고 없었지만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말없이 눈물을 훔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학부모, 선생, 학생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힘겨웠던 수험생의 마지막 관문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수능이 끝난 후 정답풀이는 5일 오후 7시 50분부터 3시간 동안 교육방송(EBS)을 통해 방송되며 이어 10시 50분 부터 위성 방송(플러스1)으로 재방송된다. 성적표는 다음달 2일 수험생 개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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