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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 부족 등으로 올해 벼농사가 흉작을 기록,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가운데 외국농산물의 본격 개방을 앞두고 완전미 생산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칠곡군 관계공무원은 "칠곡지역 수도작의 경우 지난 여름, 비가 자주 내려 소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으나 태풍 '매미'가 지나간 후부터 일조량이 많아져 평년 수준의 벼수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칠곡군연합회 곽경수 수석부회장은 이에 대해 "지역 수도작 농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올해 벼농사는 일조량 부족으로 평년에 비해 소출이 20∼3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 부회장은 "벼생육기에 일조량이 부족, 이미 생장에 지장을 초래했는데 완숙기에 햇볕이 계속 내리쬔다고 해서 벼가 정상대로 여물겠느냐"며 "제현율(벼를 도정해 현미가 되는 비율) 또한 예년보다 다소 낮아져 수도작 농민들은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올해는 병해충 예방을 위해 살포한 농약이 잦은 강우로 씻겨 내려가는 바람에 '이화명충' 애벌레 및 문고병 피해가 수차례 발생, 10∼20% 정도 소출이 줄어들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더구나 외국농산물 개방에 대비한 정부의 추곡수매 물량감소 방침에 따라 칠곡지역 올 산물벼 수매량도 지난해 40kg들이 2만8200가마에 비해 1천 가마가 감소한 2만7200가마에 그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올 벼 소출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추곡수매 물량은 줄어든 데다 수매가조차 동결시켜 정말이지 농사를 이제 그만 짓고 싶다"고 털어놨다.

농업 전문가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에 대비, 우리 농산물이 외국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농약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되는 '안전미'는 물론 쌀알이 깨지거나 금이 가지 않고 까만 점도 전혀 없는 '완전미' 등 초고품질쌀을 생산하는 농법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구종합미곡처리장에서는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건조비를 받지 않고 산물벼 수매를 실시하고 있다. 청구RPC는 올해 저장·건조시설을 새로 증설, 수매농민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해소했다.
ⓒ 이성원
칠곡군 기산면 김종기씨가 출하하는 '금종쌀'은 지난 8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 친환경 품질(안전미) 인증을 받았다. 김씨는 나아가 완전미 생산을 위해 김해시 풍년농산종합미곡처리장(RPC)을 방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년농산 완전미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등에서 일반미보다 3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농민들은 판로 불투명 및 수지타산 등을 내세워 '초고품질 안전-완전미' 생산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민들은 "고품질쌀을 생산하려면 비료와 농약과는 거리가 멀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소출이 떨어져 논농업직불제 보조금 지급조건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로 비료와 농약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농사에 피땀을 흘린 만큼 대가가 주어져야 하지만 까다로운 방법으로 애써 고품질쌀을 생산하더라도 판로가 불투명하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누가 초고품질 완전미 생산에 모험을 걸겠느냐"고 말했다.

벼종자는 '완전한 고품질'이지만 고품질쌀은 완전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나아가 초특급 '완전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건조할 수 있고 완전미 도정이 가능한 미곡종합처리장(RPC) 시설부터 갖춰 나가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업 전문가는 "정부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에 대비해 양 위주에서 품질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 고품질 쌀생산을 적극 권장할 수밖에 없지만 이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판로 확보는 물론 고품질 쌀생산 농가에 대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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