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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현주
국회정책위원을 거쳐 지난 96년부터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비서실 차장, 청와대 부속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를 역임한 고 부소장은 국민회의 때부터 이어온 인연을 강조하며 "민주당에 대한 의리와 책임으로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고 부소장은 정치개혁을 위한 유권자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깨끗한 정치를 바란다면 유권자들도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 부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 광주전남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매우 가변적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이 난국을 헤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말을 이제는 써서는 안된다.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관성의 법칙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지금은 국민 의식수준이 정치인을 앞서가고 있는 시대다. 민주당은 텃밭을 입에 올리기보다는 호남의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 호남인들이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준 것은 군사독재시절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세력으로서 제1야당을 만들어주기 위해 형성된 표심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여론조사를 보면 현역의원을 바꾸라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고 있다. 또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 혼재해 있다. 이것은 민주당의 위기다.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패정치 철폐, 지역구도 극복, 구정치 탈피 등의 개혁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을 이걸 내오기 위해 냉철한 현실인식을 해야 한다."

"민주당, 제2의 자민련 돼선 안돼"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호남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전국정당이 되지 않고 한 지역을 싹쓸이하는 정당으로 머문다면 정당으로서의 가치가 반감된다. 바로 자민련의 경우가 그렇다. 자민련은 전국지지도가 0.2%∼0.5%고 의석분포도 특정지역에 머물러있다. 그래서 자민련이 설혹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자민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전국정당이 아니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제2의 자민련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의 모습을 놓고 보면 민주당은 전국정당이다. 그러나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2의 자민련화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상실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당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상황이다. 절대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그리고 민주당을 선택한 정치적 판단의 기저에는 지역적 특성상 당선이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지 않나?
"솔직히 당선가능성도 이유지만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민주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의리와 책임감이다. 92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친 후 민주당에 들어가 정책전문위원을 했었다. 95년 새정치국민회의가 창당될 때 창당멤버였고 정강정책을 만드는 TF(태스크포스)에 참여했다. 그만큼 내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 곳이 민주당이다. 나는 민주당에서 성장한 사람이고 민주당의 변천사는 내 성장과정이다. 이게 첫 번째 이유다.

또한 정당이라는 것은 정통성을 가져야 한다. 정당이 옷을 갈아입고 당명을 바꿀 수 있지만 정당에 소속된 사람이 당을 불태워버릴 수는 없다. 싫으면 조용히 나가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당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이 터전을 지키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 한 배를 탄 것이고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당선가능성을 얘기했는데, 호남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호남사람들이 보내준 애정에 보답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해 민주당내에서 노력하고 싶다."

-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걸로 알고 있다. 출마 결심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알렸나? 김 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던가?
"결심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덕담도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 주셨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분의 말씀을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인적으로 김 전 대통령과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한번도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고 거기에 기대서 말해본적이 없다.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근무할 때도 그분을 팔아본 적이 없다. 만약 내 경력을 앞세웠다면 남들보다 더 쉽게 살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한 번 되기 위해 그 분을 들먹이는 것은 옳지 않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겠나."

ⓒ 오마이뉴스 안현주
- 고 부소장의 경력이 김 전 대통령과 연관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의 후광을 업고 정치를 하려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입지자가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 그야말로 혈연관계를 이용해서 2대에 걸쳐 정치권력을 세습하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세습적인 정치승계는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본다. 그 지역의 주민들도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내 경우는 자식이나 사위가 아니다. 단지 근접해서 모셨던 측근이었다. 김 전 대통령을 팔아서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국회의원을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17대 총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는 어떻게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선거 두달 전에 조직강화특위가 구성돼서 10일만에 공천이 결정되는 과거의 방식은 대단히 비민주적이다. 그 대안으로 상향식 공천이 우리나라 정치의 추세인데 정치인은 일반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대표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후보자 선출 때부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또 국민참여경선이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중과 대의원을 동원하고 금권이 횡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지도부가 결성되면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전문분야는 무엇인가?
"미국 유학을 끝낸 후 정치학 박사를 받고 92년에 귀국해서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들어와서 맡은 전문분야가 경제와 예산분야였다. 그 당시 경제담당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을 했다. 기획조정비서관 재임시 중점적으로 담당했던 것이 기획예산처 업무였다. 모든 정책은 예산에서 시작된다. 예산은 정책을 돈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에 대해서는 총괄을 해봤고 국정운영 경험을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또 운이 좋게도 2001년에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를 외부 공모했을 때 12명 공모자중 내가 공채됐다. 그래서 차관보로 2년을 근무하면서 초·중·고·대학교 교육정책 업무를 담당했고 건국이래 최초로 수립된 국가인적자원개발5개년 계획을 수립할 때 작업반 반장으로 참여했다. 지금 시대는 지식기반사회다.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 신산업인 IT산업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오늘날과 같은 IT강국의 근간을 이룰 수 있었다."

- 광주 북구를 선택한 것이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면이 있다는 판단에서인가? '북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내가 광주출생이고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녔고 부모님께서 30여년이 넘도록 북구에서 살고 계신다. 과거에는 북구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대단위 주거지역이 들어서고 30-40대 젊은 층들이 거주하고 있고, 교육단지가 잘 구성돼있다. 또 문화예술시설단지가 잘 조성돼있다. 그리고 북구는 첨단 산업단지와 물류 이동 거점과도 가까워서 향후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출생하고 성장한 개인적 인연과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북구에서 함께 성장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크게는 앞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는 수도권 중심으로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직결될 것이다. 때문에 내 뿌리가 있는 북구를 통해 광주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 북을 현역의원인 김태홍 의원이 통합신당(열린우리당)을 택함으로써 정치적 무주공산이 된 북을 지역에 쉽게 입성하고자 했던 의도는 없었나?
"김태홍 의원은 고교 15년 선배다. 그 전에는 선배님과 경쟁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그런데 김태홍 의원이 신당을 택함으로써 출마 결심을 굳히는데 부담감을 덜었던 것은 사실이다."

- 그간 정책, 기획통으로 참모 역할을 주로 했는데 현실정치에서 고 부소장의 리더십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리더십의 개념부터 규정해야 한다.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용인술과 업무의 역할분담 그리고 경험 및 감각이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당선만을 위해 노력하고 그 이후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경조사 챙기기와 친분관계에 현혹돼서 주민의 대표자를 뽑았다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즉 국회의원이 될 역량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검증과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나는 그간 전문영역을 가지고 여러 업무를 통해 체득한 풍부한 국정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참모출신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분당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공멸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이 분당되지 않기를 기원했지만 분당은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과 발전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누가 정치개혁을 진정하게 잘 하는가를 국민 앞에 내보여서 심판을 받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노무현 정권을 출범시켜준 국민들의 뜻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치는 국민이 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기 힘드니까 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 대표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잘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경조사나 쫓아다니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된다.

또 국회의원이 금전적으로 깨끗한 정치하기를 바란다면 유권자들도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경조사에 부조나 바라고 행사 때 찬조금을 바란다면 개혁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일만 하고 국가에 봉사하는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유권자가 이런 길을 열어준다면 선출된 대표들도 곁눈질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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