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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화문화네트워크 주최 홈스쿨링 대화모임에 참석한 아이들과 학부모, 교육운동가들.
지난 18일 대화문화네트워크 주최 홈스쿨링 대화모임에 참석한 아이들과 학부모, 교육운동가들. ⓒ 대화문화네트워크
홈스쿨링(Homeschooling)은 황폐해진 공교육, 고삐 풀린 사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7일과 18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화문화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대화모임-우리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가요’는 홈스쿨링의 현황과 전망, 우리 교육의 현실과 대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

17일 발제자로 나선 현병호 민들레(대안교육 격월간지) 발행인은 피폐해진 공교육과 이에 기생하는 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학교조차 아이들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마련해줄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어 홈스쿨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상이 학교, 삶이 곧 배움”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양육과 교육을 함께 하는 것이 홈스쿨링이라고 정의한 현씨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었던 ‘교육은 곧 학교교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이 바로 학교’이며 ‘삶이 곧 배움’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학교 밖에서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홈스쿨링의 의미를 규정했다.

성공한 홈스쿨링 사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마치 영재교육의 한 방편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실제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보통 아이들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 단지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예민해서 학교의 억압적인 환경을 견디지 못하거나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한 부모의 자녀들일 뿐이라는 것.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추산이 안 되는 현실이다. 중고등학생 연령 중에서는 독학이나 학원을 다니므로 엄밀한 홈스쿨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초등학생들은 의무취학 기간에 해당해 홈스쿨링의 어려움이 따른다. 할 수 없이 홈스쿨링 부모들은 취학 유예라는 임시방편에 의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에는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강제력이 약한 행정처분이긴 하지만 홈스쿨링 부모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홈스쿨링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게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부모들의 생각이다.

‘의무교육과 마찰’등 장애 요인

현병호씨는 “우리 교육법상 초중등 아이들이 해외유학을 가는 것도 위법이지만 묵인되고 있다”며 “이 땅을 떠나지 않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보려는 이들을 범법자로 모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현씨는 “현재의 검정고시제도를 일부 개선해 홈스쿨링 아이들이 학력검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의 자율성이 홈스쿨링의 핵심 키워드다. 부모는 아이들이 타고난 자율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안교육전문가들이 국내 환경을 고려해 추정하는 홈스쿨링이 가능한 가정은 10만 가구에 못 미친다. 따라서 홈스쿨링이 우리 교육의 주류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노력여하따라 공교육 대안 가능

그러나 이날 대화모임처럼 홈스쿨링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실행에 옮기는 가정이 늘어가는 것만으로 우리교육의 대안 역할은 충분하다. 지난 9월 개교한 도시형 대안학교 이우학교의 학생수가 단지 숫자가 아닌 그 이상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처럼.

김찬호 서울시대안교육센터부센터장, 양희창 간디학교 교장 등은 18일 논평을 통해 이틀간에 걸친 대화모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는 오는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가족과 관심을 지니고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경기도 덕소 연세대 수양관에서 ‘함께 배우는 홈스쿨링 메아리 캠프’를 개최한다.

“생긴 것처럼 공부방법도 다 다르잖아요”
[인터뷰] 고졸 검정고시 합격 홈스쿨링하는 박솔잎

“성적에 목숨 거는 친구들이 무서웠어요. 0교시 수업과 보충수업에 대한 걱정도 컸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싫었어요.”

지난해 10월 홈스쿨링을 하게 된 박솔잎(15) 학생은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그렇듯 반듯하게 말한다. 그래도 그렇지. 남들 다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게 어찌 쉽겠는가.

“부모님의 도움이 가장 컸어요. 상의하고 결심했죠. 그런데 저의 집이 울산이라서 대안학교를 가기는 힘들었어요. 가족과 떨어지기 싫었거든요.”

홈스쿨을 하게 되면서 솔잎이는 신바람 나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껏 살아왔던 인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 시간 중 가장 값진 경험은 여행이었다.

“하자센터의 도움으로 강화도 자연생활학습도 했고, 일본 자전거여행도 다녀왔어요. ‘보따리학교’ 캠프, ‘스스로넷 미디어스쿨’에서 주최하는 인도여행에도 참여했고요.”

여행에서 느끼고 배운 것은 말 그대로 ‘산교육’이 되어 솔잎이에게 ‘피와 살’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여행만 다녀서야 되겠나. 공부는 언제 할까.

“지난 4월에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8월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저한테는 학교시험보다 쉽던 걸요.”

솔잎이는 천재일까. 불과 몇 개월만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춘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일까. 아니다. 홈스쿨링을 통해 ‘스스로학습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습일정을 짜고, 스스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스스로 독서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어 공부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좋아하는 걸 못 봐서 무척 서글펐는데, 홈스쿨링하면서부터 아주 실컷 봤어요.”

여행도 맘껏 다니고, 자기 방식대로 공부해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등 홈스쿨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얻은 솔잎이. 하지만 얻은 게 있으면 잃은 것도 있지 않을까. 남모르는 고충이 왜 없을까. 가령, 친구들이 없어서 ‘사회성’이 부족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친구들을 자주 만나긴 힘들어요. 학교에, 학원에 시달리는 학교친구들이 시간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나이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사회성이 더 좋아졌어요.”

솔잎이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로 운동량이 줄어든 것을 꼽는다. 집에서 뒹구는 시간이 많아져서 몸매 관리가 안 된다면서 맑게 웃는다.

“학교 방식에 맞는 사람들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생긴 게 다 다른 것처럼 공부방법도 다 다르죠. 사람들이 그걸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 우먼타임스 최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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