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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기 팔지 마세요!>
책 <무기 팔지 마세요!> ⓒ 청년사
사소한 씨앗 하나가 커다란 나무가 되듯이 한 어린이의 작은 외침 하나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책 <무기 팔지 마세요!>는 한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장남간 총 사건을 계기로 하여 세계 전반에 무기 판매 금지 운동이 일어난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저자 위기철은 '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소망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어조로 전한다.

세상에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어. 무기도 없고, 군인도 없었으면 좋겠어. 총을 맞고 죽어 가는 어른들이 없었으면 좋겠어. 부모를 잃고 떠도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 폭탄에 맞아 부서지는 집이 없었으면 좋겠어. 화약 냄새 가득한 들판에 넋을 잃고 앉아 있는 아낙들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이를 보살피던 부모들이 총탄에 쓰러지고, 애써 가꾼 보금자리가 폭탄에 날아가 버리는 그런 광경을 상상해 봐. 아이들 가슴 속에는 증오와 복수심만 가득하겠지. 그 아이들이 자라면 또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겠지. 왜 그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야 해?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동화 같은 얘기라고, 꿈 같은 얘기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평화를 꿈꾼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꿈과 희망을 갖고 우리 어린이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 책에는 평화에 대한 외침이 어린이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에 세상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이 동화의 처음 시작은 장난감 총알을 맞고 기분이 상한 초등학생 보미의 이야기이다. 비비탄이라고 불리는 장난감 총알을 맞은 보미는 총을 쏜 친구 경민이 네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는 그의 어머니에게 경민이가 장난감 총을 갖고 놀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경민이의 어머니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왜 아이들이 장난감 총을 갖고 놀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질문을 보미에게 던진다. 보미로 하여금 장난감 총이 왜 나쁜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유도한 것이다. 보미는 그 까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물론 총을 가지고 있는 일과 총을 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총을 쏘기 마련이었다. 비록 그가 죽을 때까지 총을 쏘지 않는다 하더라도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수류탄을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다면 승객들은 깜짝 놀라 당장 객실에서 뛰어내릴 것이다. 비록 그 사람한테 수류탄을 터뜨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보미가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안 똘똘한 친구 민경이는 왜 장난감 무기를 가지고 노는 것이 해로운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폭력 영화를 자주 보면 점점 폭력에 길들여져서 우리 마음이 사나워질 수 있듯이 총을 가지고 노는 일에 익숙해지면 남을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의기투합한 보미와 민경이는 장난감 무기를 갖고 놀지 않도록 하는 홍보물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자기들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포스터를 만들어서 장난감 무기가 왜 해로우며, 전쟁은 왜 없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 친구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학교에는 진짜 무기와 똑같이 생긴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노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 총은 실제로 총알이 발사되며, 어떤 총은 1m 떨어진 거리에서 쏴도 맥주 깡통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합니다. 이름은 물론 모양도 실제 전쟁에서 쓰는 무기들과 똑같습니다.

그런 총으로 편을 갈라 전쟁놀이를 하며, 지나가는 아이들을 겨냥해 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어린이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씩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고 어떻게 전쟁을 놀이 삼아 즐길 수 있습니까? 우리는 어린이 여러분 모두에게 호소합니다. 총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지 장난감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터는 놀이터가 될 수 없습니다.


보미와 민경이는 장난감 무기 수거함까지 만들어서 홍보를 하고,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이에 동조하여 이들의 모임은 '평화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커지게 된다. 홈페이지까지 만들고 본격적으로 장난감 무기를 없애는 운동을 벌이는 이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모습에 어른들 또한 동참하여 장난감 무기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작은 운동이 미국의 한 어린이에게까지 전파된다는 점이다. 평화모임의 인터넷 사이트를 우연히 접하게 된 미국의 초등학생 제니는 한국 어린이들의 무기금지운동에 감명을 받고 학교의 과제물에 총기 금지에 관한 것을 제출하기로 결심한다. 제니는 그 과제물을 발표하고 제니의 발표는 큰 박수를 받는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우리 미국이 무기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모두 2억 3천만 개이며, 이 숫자는 거의 미국 인구와 맞먹습니다. 한 사람이 무기 한 개씩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아무나 쉽게 총을 살 수 있으니, 또 아무나 쉽게 총을 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니의 발표에 감명을 받은 선생님은 제니로 하여금 학부모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하고, 그 학부모 중에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든다. 그 모임의 목적은 총기 반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레인보우 시티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시작된 이 어머니들의 모임은 크게 확산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결국 워싱톤에서 대규모의 집회까지 연다.

소설의 결말은 총기 반대 법안이 통과되어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강화된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란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빤히 보이는 선을 버리고 악을 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그 길이 위험하고 힘들더라도 그게 선을 위한 것이라면 꿋꿋이 지켜야 한다.

저자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작은 씨앗 하나가 '무기 없는 사회', '전쟁 없는 사회'라는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그 작은 움직임이 비록 지금은 미미할지라도 언젠가 큰 성과를 이뤄낼 것을 믿으면서, 책의 뒤편에 수록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대한 안내들을 뒤적여 본다.

무기 팔지 마세요!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청년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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