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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동이>
책 <악동이> ⓒ 바다그림판
"이 만화는 악동이와 그의 친구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겪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민들이 담겨 있는 세계를 그려낸다.

그러한 세계는 공상 속의 로보트나 우리와 동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주변에서 흔히 만나고 겪게 되는 이야기이며, 가족과 친구들과 이웃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만화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어린이들의 세계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또 다른 '어른' 만화일지도 모른다." - 하종원의 글에서


만화가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허무맹랑한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로보트 이야기,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말도 안 되는 삼각 관계의 사랑 이야기 등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만화책에 대해 어른들이 '금지령'을 내릴 만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이 만화책 <악동이>는 '만화책이 아닌듯 하면서도 만화책다운 만화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만화책다운 허무맹랑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화적인 허구성이 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만화책인 만큼 군데군데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이 산재하고 있어 만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만화 특유의 유머와 흥미, 독창적 상상력을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 만화책 <악동이>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이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골목대장' 왕남이가 사는 마을에 새로 이사 오게 된 악동이. 이 녀석은 덩치도 조그맣고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똑똑하지도 않은 평범한 개구쟁이이다.

하지만 웃는 얼굴과 그 특유의 머리 박치기로 동네의 무법자 왕남이를 퇴치하여 마을의 평화를 되돌려 놓는다. 잘났다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악동이와 마을 친구들이 벌이는 일들은 사고 투성이라고 할 만큼 엉뚱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띤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 힘이 세다는 것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제압하는 왕남이는 권력을 남용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며, 동물을 사랑하는 악동이가 큰 상을 받자 억지로 병든 강아지를 끌고 와 상을 받으려고 애쓰는 서림이는 약아빠진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의 세계와 다를 바 없이 나쁜 일들이 발생하며 그 일들 속에서 혼란을 겪지만 악동이와 친구들은 그럭저럭 이 문제들을 극복해 나간다. 그 극복의 과정이 우연히 주운 마법 게임기를 통해서이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차범근 선수의 연극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허구성은 만화적 상상력이라고 보면 된다.

아버지의 승진 탈락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악동이네 집, 할아버지를 위한답시고 집에만 계시라고 하는 바람에 실의에 빠지는 악동이의 할아버지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작가는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와 같은 사회 문제들을 지적한다.

이 만화책의 독자가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이와 같은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과 비판적 전달은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만화책이 쓸데없는 허구적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흥미 위주의 서적이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만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은 어린이라면 당연히 한 번쯤은 가질 법한 다양한 고민거리들이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용모에 대한 관심 등과 같은 현실적인 주제의식이 만화적인 표현 방식과 적절히 어우러져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공동체적 정서'의 회복이다.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은 어떤 것인지를 전달하고자 애쓴다." - 하종원의 글에서


이 만화가 주는 건강한 메시지를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화책을 읽는다면 좋을 것이다.

만화가 더 이상 저속한 흥미 위주의 자극제가 아닌, 사회의 모습을 알려주고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할 때에 그 역할은 더욱 증대될 수 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서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데에 만화책이 도움을 준다면, 만화책 또한 질 좋은 책으로 인정받지 않을까?

악동이 - 두번째 이야기 : 악동아! 너 언제 철들래?

이희재 지음, 바다출판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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