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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오전 11시30분]

"물러서지 않겠다" 1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따라 들어오는 윤태영 대변인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진
측근의 비리의혹, 여소야대 정국 등으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린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사상 초유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은 정관계는 물론, 경제계에도 크나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윤태영 대변인은 감사원장 후보 지명 발표 이후 곧바로 "대통령께서 (춘추관으로) 내려오신다"고 말해 기자들을 긴장시켰다.

출입기자들사이에서는 "SK 비자금 사건과 관련, 할말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오갔지만,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검찰수사 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우선 이와 같은 불미스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국민에게 깊이 사죄하고 아울러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그 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습니다."

이 같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일부 기자들은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들었고, 기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위기가 술렁이자 노 대통령은 "속보도 중요하지만, 이거(회견) 마저하고 하죠. 제가 흔들려서 말하기 힘들다"며 힘겨운 심정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기로 한 경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수사 결과가 어떻든 국민들이 나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만한 일로 무슨 재신임이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가? 국민들은 의혹이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어정쩡하게 책임 모면하려는 대통령 보면서 무슨 희망을 가지겠는가? 정치개혁은 국민들 염원인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지겠는가? 우리가 모두 바라는 정치개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겠는가?

지역민심, 언론환경, 국회환경 모두 어렵다. 이걸 헤쳐가려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도덕적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최도술 비서관 사건으로 인해 자신감을 가지고 국정 추진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적 신뢰만이 유일한 밑천이었는데, 거기에 적신호가 왔다. 어정쩡하게 1∼2년 국정을 끌어가는 게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가든 부든 상황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이것은 무모하고 경솔한 선택이 아니라 달라진 새시대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도 생각해봤는데, 거기에는 안보상의 제한이 붙어있어서 재신임 방법으로 적절한 지 모르겠다. 적절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시기에 관해서는 역시 공론에 물어보겠지만, 국정 공백과 혼란에 가장 적은 시점에 하는 것이 옳다. 오래 끌지 않고, 총선 전후에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최도술 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가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내가 아는 것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검찰 수사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재임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겠다. 국정 흐트러지지 않도록 안정총리가 더 잘 보좌하고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집무실로 돌아갔다. 노 대통령의 브리핑이 이어지는 동안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김세옥 경호실장, 윤태영 대변인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문 실장은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부터 'SK 비자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노 대통령은 10일 오전 안보관계장관회의를 마친 후 문 실장과 만나 '재신임을 통한 정면돌파'를 최종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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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전문] "도덕적 신뢰만이 국정운영의 밑천"

노 대통령, 최도술씨 금품수수건 아는 것 있나

▲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비장한 표정으로 총선전후 재신임을 받을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오전 '재신임을 받겠다'는 긴급기자회견에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금품수수의혹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수사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의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마이뉴스> 기자가 "최도술 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검찰 수사가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저는 검찰이 이 수사를 결심했을 때는 철저히 진상을 밝혀낼 각오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 결과는 수사에 맡겼으면 좋겠다."

아는 것이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최 전 비서관을 연결시킨 것으로 알려진 이아무개씨가 노 대통령과 최 전 비서관의 부산상고 8∼9년 선배라는 점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씨는 부산은행 국제금융부장을 지내다 퇴직한 뒤 사업을 통해 재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산경남지역 금융계에서는 거물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부산상고 총동창회 간부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벌였고, 지난해 대선 때도 노 대통령 진영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노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과 고교시절 만난 데 이어 지난 84년 사업실패 후 당시 평범한 변호사 생활을 하던 노 대통령을 찾은 뒤 '집사'역할을 해 온 최측근인물이다.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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