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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책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 청년사
이 책은 평생을 통일 운동을 펼치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운동가 백기완씨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통일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통일에 대한 그의 강렬한 의지만큼 한글 사랑에 대한 열정 또한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글이 모두 순우리말 고유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실어 놓은 책 뒤의 풀이를 보면서 책을 읽는 것이 그의 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낌낌하다(마음이 편치 않다), 꽁집다(정확하다), 꿍셈(음모), 꿈매(궁리)" 등등 자음 '기역'으로 시작하는 우리말만 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하다. 그러니 그가 전하는 풀이를 보지 않고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듣자 하니 어떠세요. 바로 오늘밤부터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도 딱딱 부리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만 편하고 나만 산들(재미)이 있어야겠다, 아니 나만 잘 되어야겠다는 뙷속(야욕)의 사슬을 딱딱 짓부수고, 우리나라를 둘로 가른 못된 것들, 아니 세계를 있는 놈과 없는 놈으로 딱하니 가른 못된 것들을 그대로 짓부수러 떠나가는 부리질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순우리말을 사용하여 글을 전개하면 왠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의 나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의 글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자세한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은 풀이를 통해서만이 알 수 있지만, 단어가 가진 어감과 문맥적 의미를 통해 글을 해석하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순우리말도 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통일은 왜 해야 하나요?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사실 6·25를 경험한 세대들이 이미 노년층이 되어 하나둘 이 세상을 떠나면서, 6·25 전쟁과 남북 분단,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세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단 50여 년이 지난 요즘 통일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 또한 드물다.

특히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은 우리의 분단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의식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별로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백기완씨는 이 책을 통해 쉽고 구어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왜 통일이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진짜 통일의 알짜(실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디리대고저 한 것이 이것들이요, 우리의 통일은 우리들의 통일만이 아니라, 오늘의 잘못된 세계질서를 깨트리는 일이요, 나아가 올바른 세상을 새롭게 빚어내는 문명사적 한편 뒤집기, 미제국주의의 해체와 함께 그 모랏돈(독점자본)의 막심(폭력)을 해체하여 세계 해방의 알짜, 노나메기 세상을 빚고저 한 것이 여기 담은 글들이다."

즉 진짜 통일이란 어떤 것인가를 밝히고 미국 독점 자본 중심의 잘못된 세계 질서를 지적하여 그 폭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글의 목적이다. 그리하여 결국 노나메기 세상,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저자가 바라는 바이다. 이러한 세상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제국주의의 발아래 놓여 있으면서 그것을 헤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의 가장 큰 원인을 '제국주의의 뺏어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뺏어대기에서 시작된 우리의 처참한 역사는 현재 미국의 뺏어대기에 당하기만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백기완씨는 '이 썩은 물살은 그 물꼬부터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사실 썩은 물살을 물꼬부터 뒤집어엎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노력이란 바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미국 중심의 세계 구도를 바꾸기 위해 애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농갈라짐 분단이란 딴 것이 아니라니깐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썩어 문드러진 사람과 착하고 어진 사람으로 갈라서 있는 것이니 이때 통일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남쪽이 됐든, 북쪽이 됐든 흥청망청 써대는 놈 따로 있고, 가난뱅이 따로 있는 세상을 그대로 놓고 하나로 하는 것일까요. 아니라니깐요. 그런 세상 따위는 그냥 갈아엎어버리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통일입니다."

사실 그가 말하는 이 통일의 개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향하는 올바른 공동체적 삶이다. 하지만 실현하기 어렵다. 이미 썩은 물살이 되어버린 자본 중심 세계 구도는 한꺼번에 뒤엎어 고치기에 쉽지가 않다.

하지만 어렵다고 긍정적이고 평등한 삶의 모습을 버리랴? 어렵지만 '노나메기 삶'을 지향하면서 사는 것,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평등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백기완의 통일이야기

백기완 지음, 청년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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