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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내한 공연을 갖는 록 밴드 '마릴린 맨슨'
4일 내한 공연을 갖는 록 밴드 '마릴린 맨슨' ⓒ 액세스

"안 된다고 해서 더 오고 싶었다"
마릴린 맨슨 3일 내한 기자회견

안티-그리스도를 표방해 십자가를 불태우는 등 기이한 무대 매너를 선보여온 미국의 록 그룹 마릴린 맨슨이 첫 한국공연을 위해 3일 내한했다.

마릴린 맨슨은 이날 저녁 내한직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랫동안 성사되지 못한 한국 공연을 갖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마릴린 맨슨은 기이한 분장과 십자가를 불태우는 엽기적인 무대 매너, 반기독교적인 가사, 악마를 추구하는 사타니즘 신봉, 음란 행위 등으로 대중의 질타와 숭배를 동시에 받아 왔다.

리더의 이름인 동시에 밴드 이름이기도 한 마릴린 맨슨은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이름을 조합해 작명한 것이다.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주범의 집에서 그의 음반이 발견됐을 정도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아티스트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들의 국내 공연은 1999년부터 꾸준히 추진돼 왔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음악 이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공연을 불허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공연은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에 마릴린 맨슨 측과 무대 위에서 종교나 국가를 모독하거나 성적인 표현 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한 뒤에야 비로소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마릴린 맨슨과 밴드4명 등 5인조로 구성된 그룹은 4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공연을 한 뒤 5일 낮 이한한다.

다음은 마릴린 맨슨과의 일문일답.

- 한국공연이 성사된 소감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한국공연이 성사돼서 무척 기쁘다. 그 동안 나의 예술 활동에 많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미국과 한국 문화의 차이점도 있었을 테고 영어가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미국 문화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한국인들과 공통점이 오히려 있을 수 있다. (일각의 유해하다는 비판에 대해) 나의 예술 활동은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으로 상상력 자체를 두고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어렵게 성사됐는데.
▲오지 말라는 데 더 가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다. 못 오게 막으니까 더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되고 기쁘다.

- 이번 공연은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스스로 음악이나 공연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앨범과 공연은 말 그대로 `그로테스크'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즘 CNN 뉴스를 보면 현실에서 살인과 전쟁, 질병이 난무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나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그만큼 해롭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에서 사회적인 규제와 도덕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책임은 그 규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 이번 공연은 어떻게 꾸밀 것인가.
▲여러 가지 이벤트가 있다. 카바레나 보드빌과 같은 오락적인 요소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팬들이 화려하게 느낄 수도 있다. 다른 공연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비틀스, 엘비스 공연 때도 금기시되는 것이 있지 않았나? 혹시 내 공연을 보고 나쁘게 느낀다면 공연이 나빠서일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선입관이나 상상력이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악마를 숭상하는지, 종교관을 말해달라.
▲악마를 숭상하지도 신을 믿지도 않는다. 굳이 믿는다면 나 자신을 믿는다. 종교와 철학책을 많이 읽으면서 가장 나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니체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미국에서 좀 더 배우고 더 가진 사람들이 종교를 이용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신에 대해서 생각하자면 창조한다는 측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

- 90년대 후반 이후 음악이 좀더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동안 잠깐 음악 담당 기자로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질문보다는 답변하는 쪽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내 음악이 부드러워졌거나 강해졌다는 것은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이 판단할 문제다. 내 스스로는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것같다. 내일 공연을 보면 `소프트'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가장 보고싶은 락 공연 1위"
"한국 최초 미성년자 관람불가 콘서트"


모두 한 록 밴드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4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마릴린 맨슨'이 그 주인공.

미국에서조차 무대 위에서의 기이한 행동으로 이단아로 불리는 맨슨은 1999년과 2000년, 모두 세차례나 국내 공연이 반려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영상물 등급 위원회에 성적행위, 관객모독 등 5가지 항목에 걸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면 각서를 낸 뒤에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맨슨 공연 성사를 위해 많은 락 동호회와 팬들은 서명 운동까지 벌이려고 했다. 한 조사에서는 '가장 보고싶은 락 공연 1위'에 맨슨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1989년 보컬을 담당하는 마릴린 맨슨(34. 브라이언 워너)에 의해 결성된 5인조 밴드다. 섹스심벌 마릴린 몬로와 연쇄 살인범 찰스 맨슨을 합해 이름을 만든 맨슨은 1994년 'Portrait of an america'를 시작으로 2003년 'The golden age o grotesque'까지 5장의 앨범을 냈다.

맨슨의 리더인 보컬 '마릴린 맨슨'
맨슨의 리더인 보컬 '마릴린 맨슨' ⓒ 액세스
이들은 공연 도중 성조기와 십자가를 태우기도 하고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를 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다녔다. 때문에 기독교계에서는 이들을 '악마'로 규정하고 비난해왔다.

이번 공연이 성사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에서는 공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국민일보>는 8월 6일「'악마 밴드' 한국 공연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탄 추종자들의 공연은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 어둠의 권세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기독교인이 함께 발벗고 나설 때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맨슨은 또한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동 사건의 주범이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받은 바 있다. 맨슨은 이 사건을 영화화 한 <볼링 포 콜럼바인>에 직접 출연해 '왜곡된 미국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외적인 면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이들이 1996년에 발표한 2집 'Antichrist Superstar' 앨범의 경우,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 독자 투표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최우수 하드록/메탈 밴드에 선정된 바 있고,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맨슨 자신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데 사람들은 우리가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극단적인 부정성에 익숙하지 않다.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겁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무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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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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