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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청명한 가을 하늘 만큼이나 순수한 우리의 문화 '한지'.
23일, 원광대학교 숭산 기념관에서는 한지 디자인전이 열려 시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02 산학협동재단지원 연구 결과물로 남상재(원광대 미술대학 공예디자인 학부·사진)교수의 디자인한 제품 50여 점이 오는 3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유구한 세월의 무게 만큼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로 떠오르는 한지는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발전해 왔다. 물론 한지는 가공성이 우수해 일찍이 우리의 생활용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용품이나 전통 공예품으로 많이 알려진 한지를 산업적 시각으로 보기에는 나름대로의 어려운 점이 많았다.

남상재 교수는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한지와 접목시킨 산업제품을 제시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물꼬를 텄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지를 이용한 조명 등을 비롯해, 지갑, 모자, 슬리퍼, 머리띠, 의류 등 50여 점이 선보인 자리로 작품 디자인은 남상재 교수가, 전철 교수(원광대 생물환경과학부)는 한지에 줌치기법을 가미해 소재를 개발하고, 제품 제작은 (주)포스의 김길태 대표가 맡아서 이번 디자인전이 만들어졌다.

ⓒ 모형숙

"줌치기법은 한지가 산업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기법으로 가죽처럼 유연하고 질기면서 한지 본연의 질감을 제대로 살렸다”고 남 교수는 설명한다.

줌치기법은 한지 자체로는 힘이 없고 곧잘 찢어지지만 4∼5장을 겹쳐 물만을 이용해 두드려서 기포를 만들다 보면 섬유소들이 결합해 질겨지는 기법을 일컫는다.

줌치기법을 입히면 화살촉도 뚫지 못하는 강인한 소재가 되고 이 소재를 이용해 전통적인 특산품과 어울리는 현대적 감각의 산업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한때 캐나다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던 남 교수는 서양의 미술세계를 접하면서도 한국적인 근본에 충실한 작가이다.

여섯 번의 개인전을 통해 남 교수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애뜻하고 소박한 우리네 정서를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원섬유 조형전, 그 다섯 번째 전시회'에서 '옛 뜰'이라는 작품은 줌치기법을 입힌 한지의 도드라진 질감과 고구려 벽화의 문양을 세련된 감각에 맞춰 재구성시켜 표현하고 있다.

ⓒ 모형숙

유재길 미술평론가는 남 교수의 작품세계에 대해“본질적 한국인의 감성을 한국적 고유의 이미지에서 찾았던 남 교수의 작업은 복합적 성격의 신조형 종합주의로 정리가 된다”며 “이는 단청이나 보자기 문양 등 우리 고유의 이미지가 추상화되면서 종합적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그만큼 남 교수의 작품들은 한국적인 정서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형상화하면서 옛 세대든 젊은 세대든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런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 모형숙

이번 전시회는 전통 한지의 독특한 질감과 아련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전통성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조형성을 갖춘 산업적 소재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고 한지를 산업상품으로 개발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첫출발이라는데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체계적인 연구 등 본격적인 영역이 확보되기를 기대해 본다.


남상재 교수 약력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대학 교환교수
· 2002컴버젼스 벤쿠버 제6회 남상재 타피스트리전
· 캐나다 UBC대학 제5회 남상재 현대 텍스타일 아트전
· 대구 텍스타일아트 프레도큐멘타
· 2003국제현대 섬유예술전 초대출품
· 전북 미술대전 초대 작가
· 현) 전북한지조형작가협회 회장,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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