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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아빠
돌아오지 않는 아빠 ⓒ 코비스
한국 전쟁에 참가한 미국 군인들은 누구를 위해 싸웠고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가.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자국의 테러 방어를 위해 싸웠듯이 한국전에서 그들은 미국의 패권(覇權)을 위해 싸웠으며 죽어갔다. 미소 냉전의 희생양인 셈이다. 그 뿐이랴. 남북한 군민(軍民)도 2백만이나 포화(砲火)에 묻혔다.

남북한 동포가 총부리를 맞대고 당긴 방아쇠에 낙동강이 피로 물들고 시체는 산처럼 쌓였다. '영원한 우방국'인 미국과 힘을 합쳐 동족과 싸웠으니 누구를 진정한 적이라 하며 누구를 맹방(盟邦)이라 하겠는가. 필자는 한국전쟁을 '적군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는 슬픈 전쟁'이라 부른다.

미·소 등 강대국 통수권자들의 제국주의에 대한 과욕이 빚어낸 참담한 현대사의 한 부분이다. 전쟁을 불러 일으키는 자에게는 그 징벌과 대가가 엄연히 지불되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명분에서도 국경을 넘는 도발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고귀한 인명이 다치고 희생되는 전투의 피해는 그 이상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 휴전과 종전에 의해 마감되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동안 가족과 당사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며 고통을 전가(轉嫁)한다.

그 날의 한국전 추모식에서 그 상처는 기자의 눈에 여실히 살아 보였다. 세월이 갈수록 망자(亡者)의 회한이 깊어지고 살아남은 자의 자괴(自愧)감은 뼈에 스민다. 이념과 사상의 벽을 넘어 한국 전쟁에서 죽어간 모든 영령들의 희생앞에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친다.

나는 그리고 지구 저편에 살아가는 나의 친구들에게 오늘 편지를 쓴다.

"우리는 모두 한줄기 인류의 지붕아래 만난 형제가 아니냐. 서로를 용서하고 끌어 안으면서 지나간 시대의 아픔을 달래보자. 내일은 또다른 태양이 떠오르듯 우리에겐 자랑스런 우리의 후손들이 자라고 있지 않느냐. 총부리를 거두고 보아라. 너와 나는 모두 지구촌 한가족이다.

베트남의 아픈 상처를 그린 영화 <디어 헌터'(Deer Hunter)>를 기억하지 않느냐. 전쟁터는 사람을 죽이지만 전쟁의 끝은 인간성의 파괴를 이끌고 휴머니티의 상실을 가져온다. 사슴을 겨누었으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것은 '승전 용사'의 뇌리에 옛 전우에 대한 모진 잔영(殘影)이 남아있기 때문이요, 살아있는 생물체의 존귀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상 동료의 안위(安慰)를 위해 오늘도 러시안 룰렛 게임에 방아쇠를 당기는 처절한 동지애가 값비싼 전쟁의 결실로 남아야 하는가.

전쟁은 승리한 자에게는 축배를 패배한 자에게는 굴욕을 주지만 인간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이의 고통을 안긴다. 우리는 CNN을 통해 두팔 잃은 아랍 소년 알리를 영화보듯 구경하지는 않았는가. 그 안에 쓰러지고 다쳐서 피를 흘리는 그들은 각자가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며 생존을 위해 존귀한 생명을 부여받은 개체이다. 이라크여, 미국이여, 팔레스타인이여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여, 총과 폭약을 버리고 장갑차에서 내려와 평화의 뜰앞에 모여 인류의 화합을 외쳐보자.

피난 행렬에 빼앗긴 동심
피난 행렬에 빼앗긴 동심 ⓒ 코비스
그리고 오늘도 혹독한 군사훈련에 여념없는 북한의 인민이여. 우리는 같은 핏줄. 한민족이다.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 비무장 지대는 천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오염된 지구촌에 남은 유일한 자연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원시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쉬리와 산천어가 물아래 헤엄치고 고니와 백로가 청정(淸淨) 하늘을 날며 크낙새가 평화를 노래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분단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복원(復元)의 나무를 심자. 군복과 총을 던지고 옛 고구려 땅 만주벌에 나가 동북아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한마당 축제를 펼쳐보자.

나의 사랑하는 동족이요. 피를 나눈 북의 형제들이여. 그리고 이 글을 받아 볼 지구촌 친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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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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