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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자전거 도로에 박혀 있는 쇠말뚝 좀 철거해 주세요."

▲ 상주 시내 곳곳에 설치된 U자형 자전거 도로 펜스가 되레 교통의 흐름을 방해, 자전거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 이성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상주 시민들의 하나같은 요구다. 상주시에서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펜스가 시민들에게는 쇠말뚝같은 장애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상주시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억27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중앙로 등 11개 노선에 8.78km의 펜스를 설치했다. 자전거 도로와 차도 사이에 설치된 이 펜스는 직경 100mm 스테인레스 관으로 세워져 있다. 시는 자전거 도로로 차량 진입을 막고 불법 주-정차를 예방, 자전거를 안심하게 타도록 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 펜스가 자전거와 차량 통행에 되레 방해가 되는가 하면 주변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교통 혼잡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쇠말뚝' 같은 것으로 이어진 펜스는 가뜩이나 콘크리트 건물, 아스팔트 도로, 인도의 보도블럭 등으로 삭막해져 있는 도시의 흉물로 천대받기 쉽다.

상주시는 지난해 9월 남성동 풍물거리~낙양동간 왕복 2차로 도로 716m를 개설하고 자전거 도로 3m를 확보, 도로 양쪽에 펜스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곳은 양쪽에 설치된 펜스로 중앙선 구분이 없어진 상태에서 '무질서 천지' 도로로 바뀌었다. 자전거 도로 펜스 때문에 차도 가장자리에 주차를 할 수 없는 차량이 펜스 밖의 차도에 불법 주차를 일삼아 한쪽 차선은 완전히 점령당한 채 왕복 1개 차선으로 차량이 통행하는 기형 도로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은 당국의 행정 지도-단속으로 개선됐으나 아직까지 차량 및 시청 쓰레기 수거함, 자전거도로 안내판 등이 자전거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때가 많아 차도로 자전거와 사람이 멋대로 다니고 있다.

시민들은 펜스가 설치된 자전거 도로가 차량 등으로 막혀 있으면 펜스도 역시 장애물로 등장, 자전거 도로에 갇히게 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펜스 때문에 차도, 자전거 도로, 인도 등 모든 도로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갇힌 자전거 도로', '폐쇄된 상주시'의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차량 운전자들은 펜스가 설치된 도로에서 차량을 후진하다가 펜스를 들이박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밝혔다. 자전거와 펜스가 부딪히기도 한다. 가로등이 없는 밤길에는 펜스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펜스는 자전거 보호 울타리가 아니라 장애물인 만큼 하루 빨리 뽑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이미 설치됐으니 철거할 수는 없고 교통 질서 확립으로 원활한 통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내 도로 사정과 도시 미관 등을 감안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된 상주시 자전거 도로 펜스는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상주시는 펜스 설치가 시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이미 받았으니 하루라도 빨리 펜스를 철거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한 행정이고, 자전거 타기 대상 등을 휩쓴 자전거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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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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