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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9월 16일 사설
매일신문 9월 16일 사설 ⓒ 허미옥
국제언론인협회(이하 IPI)가 15일 한국언론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Watch Listㆍ이하 감시국)‘으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매일신문은 16일 사설 '한국, 언론자유 감시 대상국'을 통해 “외국에서도 우려할 만큼 불안한 한국언론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 언론이 감시의 대상이 될 만큼 탄압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필자는 매일신문이 동조하는 이 논리에 또 다른 허점이 없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국제단체가 발표하면 그 주장에 동조해야 하는 것인가?

최소한 그 데이터가 어느 정도 타당한지에 대해 한번 정도는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점이다.

IPI가 한국언론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Watch List)‘으로 지정한 것은 올 해가 처음이 아니다. IPI는 2001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 명단에 처음으로 올린 바 있으며, 2002년 5월 슬로베니아에서 개최된 이사회와 11월 오스트리아 빈의 이사회에서 ‘계속 유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연례 총회에서도 또다시 한국은 ‘감시국‘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IPI가 조사ㆍ발표하는 ‘감시국‘에는 조사 객관성과 구체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일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황치성 출판팀장은 <신문과 방송> 2003년 6월호 '국제 언론단체의 한국언론 자유 평가와 국내신문 보도'를 통해 “세계언론단체들이 평가한 언론자유 수준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나, 한국의 언론상황에 맞는 현실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 팀장은 “2001년 한국을 감시국에 포함했던 IPI 평가근거에 객관성이 결여된다“며 “IPI는 조사과정에서 ▲ 새로운 기자실 운영방안 ▲ 정부의 오보에 대한 대응 ▲ 시민단체 운동의 성격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단체의 주장만을 인용하고 있어 형평성과 객관성을 잃었다“고 제시했다.

IPI, 유신시절 한국언론 상황은 “미국, 스위스와 같은 수준(?)“ 평가

한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2001년 9월 발표한 바에 의하면 IPI는 유신시절인 1978년 한국의 언론환경이 미국, 스위스와 똑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당시 자료집을 보면 ▲1961년 한국위원회 설립 이후 36년 동안 항의서신은 단 4번을 보냈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8번 보낸 점 ▲ 60년 419 조사단 파견 이후 41년만에 조사단을 파견하고, 조사단 파견 하루 만에 ‘감시국‘으로 지정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이 시대별로 정리한 ‘협회와 한국의 인연사‘에 의하면 (한겨레신문 2001년 9월 7일 기사 요약)

<1>1970년대 - IPI는 7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는 언론자유가 없다“고 평가했으나 중반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긴급조치 9호가 발표중이던 78년 1월 IPI는 ‘77년 세계 58개 구가의 언론자유실태‘에서 한국의 언론자유가 미국, 스위스와 비슷하고 프랑스, 이태리 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당시 IPI 한국위원들은 로비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2>1980년대 - 80년 언론대학살에 대해 IPI는 처음으로 항의서한을 발송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81년 나이로비에서 있었던 총회에서 당초 강경했던 한국관련 보고내용이 한국대표다의 로비에 의해 뒤바뀌었다. 보고문은 “300여명의 언론인들이 직장을 잃은 것은 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80년대 언론인 대량해직의 원인이 ‘기자의 부패 탓‘이라고 돌린 것이다.
이때 한국대표단은 기부금 1만 스위스프랑을 협회쪽에 전달했고, 문공부 직원 15명이 파견되기도 했다.

IPI, 어떤 단체인가?, 매일신문 정재완 사장 IPI 한국위원회 이사

시사사전에서 검색창에 ‘IPI'를 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international press institute 국제언론인협회
각 국의 언론사 사장, 발행인, 편집-보도간부 등이 가입해 있는 국제언론단체. IPI는 지난 1951년 결성되었고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가 93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2002년 현재 세계 115개국의 신문ㆍ방송사의 발행인 및 편집간부 등 약 2,000여명의 언론인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매년 12월 전세계 1백30개국의 언론상황을 점검, <세계언론자유 현황>이라는 연보를 출판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언론통제가 심한 나라를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인 '워치 리스트(watch list)'에 올리는데, IPI는 연 2회 이사회를 열어 대상 국가를 명단에 계속 올릴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2002년 11월 현재 러시아.스리랑카.베네수엘라.짐바브웨,한국 등이 여기에 올라 있다. IPI이사회는 2001년 9월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한국을 워치리스트에 포함시켰다.

2002년 현재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의 후고 뷔틀러 편집국장이 회장으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3명이 부회장으로 있다. 사무총장은 국제신문발행인협회의 뉴미디어위원장을 역임한 요한 프리츠씨.

각국의 국내활동을 위해서는 가입국마다 국내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에 한정되기 때문인데 아시아지역은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등 4개국만 설치되어 있다.

'IPI한국위원회'는 1961년 설립되었으면 2002년 현재 위원장은 IPI 부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고 부위원장은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다.

<기자협회보>2001년 7월 1일자 <국제언론단체 어떤 단체들이 있나>에서 IPI는 편집인 중심, 개인자격의 가입이 특징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즉 IPI는 1951년 5월 자유주의국가 언론인들이 개인자격으로 결성한 국제언론단체로서, 한국은 419 혁명 이후인 1960년 12월에 가입승인을 받았다. IPI구성원은 구가대표가 아니라 개인자격이며, 이 협회의 집행위원회가 승인하는 국내위원회가 있다“

그리고 2001년 IPI한국위원회 이사회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유임시키고 정재완 매일신문 사장 등 모두 23명의 이사와 감사 2명을 선출했다.

가장 큰 문제, 한국언론의 ‘자의적 해석‘

각 국의 언론사 사장, 발행인, 편집-보도간부 등이 가입해 있는 국제언론단체가 객관적이지 못한 기준과 대상을 중심으로 평가한 ‘한국, 언론자유 탄압 감시 대상국‘지정에 <매일신문>은 이리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로 치부될 수 있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타당성이나 적정성 검토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15일 발표된 IPI 결의문에 의하면 “IPI 회원들은 언론인의 자유로운 보도권을 존중하고, 정부기관들을 언론을 협박하고 괴롭히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중요한 것은 국제언론단체가 발표하는 ‘다소 믿기 어려운 데이터‘가 아니라 한국언론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언론개혁의 또다른 화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재단 황재성 팀장은 이와 관련 “대한언론인회의 ‘2002한국언론자유상황보고서‘는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외에 언론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과 언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들이 한국의 언론자유상황을 조사한 것이다“라며 “이번에 발간된 한국언론자유상황보고서에 의하면 ▲ 한국언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는 정부와의 괸계 속에서 이뤄져 왔지만, 이제는 광고주들의 압력이나 사주 경영진에 대한 압력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 한 국가의 언론 자유 수준은 정부나 정치권력의 일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세력, 언론사 경영진과 편집진, 시민과 독자 등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낮다면 그것은 언론사의 책임도 크다“며 “세계적인 언론단체의 평가라 할지라도 비판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IPI의 발표내용에 대해 사설에서 재차 언급하며 한국언론의 현실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언론이 ‘감시국‘지정 자체가 정말 정당했는지에 대해서 역으로 비판하고 점검했어야 했다. 매일신문 정재완 사장도 IPI한국위원회 이사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국제단체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구시대 악습이라 할 수 있는 ‘사대주의‘사상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언론 본연의 의무인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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