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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최대풍속 60m/sec의 기록적인 강풍, 중심기압 950hPa, 만조시점의 태풍상륙, 태풍전후 계속된 폭우 등 어느 면으로 보나 최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가공할 만한 자연의 대재난이었다.

중앙재해대책본부가 16일 잠정집계한 태풍피해를 보면, 인명손실 121명(사망96, 실종25), 이재민 발생 3323세대, 재산피해액 1조396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태풍 강습 5일째인 16일, 피해지역에는 복구를 위한 민관군의 봉사의 손길과 수재의연 물품이 답지하고 지난 12일의 악몽에서 차츰 깨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24일쯤 태풍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해지역선포의 범위를 확정하고, 피해복구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세상은 온통 태풍 매미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태풍 소식이 전국을 강타해도 태풍의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가 그곳이다. 태풍이 남부지방 곳곳에 큰 피해를 주고 빠져 나갔지만 이같은 소식이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는 홈페이지도 수두룩하다.

▲ 태풍피해에 관한 정보는 없고 유등축제에 관한 공지사항만이 올라있는 지자체사이트
ⓒ 김학록
태풍 피해에 대한 상세한 소식을 홈페이지에 올려, 피해주민을 위로하고 피해를 입지 않은 시민에게 피해상황을 알려 가까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과 온정을 베풀 것을 호소해야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행정이라 할 수 있다.

각 지자체마다 재해대책본부가 구성되어 있고 시시각각 피해상황에 대한 집계가 이루어 지고 있다. 여기에 시민의 자발적 참여 봉사는 빠른 수해복구를 위해서나 어려운 가운데 화합하는 시정과 나눔을 통한 지역사랑의 좋은 기회이고 예산 절약을 위해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조치이다.

그러나 정작 각 지자체 홈페이지는 정보와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자기고장에서 발생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인명손실을 입었다면 누구인지, 또 시민의 입장에서 이들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면 복구로 분주한 공무원들의 수고를 줄 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내가 사는 지역의 정보공급자가 시민에게 알려야할 의무를 방치하고 있다면 과거 그들이 주장했던 지역 정보화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경남도청과 부산시청은 홈페이지의 팝업창과 배너를 통해 피해내역과 복구상황을 소개하고 있고 울산광역시는 '구군소식' 게시판에 짤막하게 한 줄이 고작이다.

경남지역 지자체 20곳 중에서 자치단체장의 호소문과 피해상황을 팝업창이나 배너로 알리고 있는 곳은 도시 전체가 여전히 정전으로 고생하는 거제시를 비롯 남해군, 사천시, 통영시, 거창군, 고성군이 고작이고 막대한 인명손실을 낸 마산시의 경우는 '보도자료'란을 통해 정보를 올리고 있다.

▲ 도시전체가 정전인 가운데도 연일 태풍정보가 업그레이된 지자체사이트
ⓒ 김학록
경남지역의 나머지 13곳의 지자체 중 규모가 큰 진주시청의 경우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이 재난 가운데도 강행할 것인지 팝업으로 띄우고 있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태풍에 관한 정보는 없다. 지역정보화를 위해 아트공모전을 열고 경남e-biz엑스포 개최도시라고 믿기지 않는 지자체 홈페이지다. 이는 사천시가 같은 시기에 개최할 예정이던 와룡문화제를 취소하고 그 예산을 수해복구 자금으로 집행할 것으로 발표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지자체의 홈페이지는 행정관청의 시정정책을 시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요구하는 중요한 관민의 의사교환의 창구이다. 홈페이지 제작 전문회사에 의해 제작한 그럴듯한 사이트를 걸어두고 정보화를 외치는 형식적인 사이트보다, 모양은 없어도 시민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진정한 참여정부가 되고 참다운 정보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들여 구축한 시민의 재산인 지자체 홈페이지를 어느 정도의 수정능력을 갖추어 운용할 수 있는 정보공무원이 별도로 필요할 것이다.

금번 태풍의 인명 피해도 태풍에 관한 위력을 간과하고 사전대비나 태풍정보에 관한 충분한 홍보가 덜 되어서 발생한 면도 적지않다. 각 지자체가 태풍의 진로나 풍수해의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지하지 못했고, 시민 스스로가 위급성을 느껴 준비할 수 있는 정보화의 정보창구 역할이 약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태풍 '매미'를 통해 이에 대처하는 지자체의 정보화 지수를 읽게 된것 같아 개운치 못한 뒷 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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