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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용찬
태풍 피해도 피해지만 송전 철탑 2기 파손에 속수무책인 한전으로 인해, 인구 19만 명과 국내 최대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시가 태풍에 이은 어이없는 정전피해를 당하고 있다.

해일에 재산피해를 당한 일부 상인들이 15일에는 한전 거제지점에 산발적으로 몰려가 정문에 막걸리와 계란 수십 개를 던지는 등 거제는 대공황을 겪고 있다.

한전의 어이없는 송전대책은 더욱 기가 찰 지경이다. 한전측은 정전이 발생하자 당초 14일 밤에는 부분적인 복구를 거쳐 15일 밤 10시께 시청소재지인 고현지역, 16일에는 옥포지역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전측이 송전주철탑 복구를 위해 대체인력도 없이 무리한 작업을 강행하다, 인부 30여 명이 작업을 거부해 야간작업이 중단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거제지역이 정전에서 완전복구되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전측은 거제지역 복선화(예비전선)사업이 민원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아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거제지역 태풍 피해상황

해일로 인해 거제지역에서 못쓰게된 차량대수만 3천여 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 보험사에 신고된 건수만해도 현재 1500여 대가 넘었다. 도로가 끊기고 동네가 사라진 곳도 있다.

ⓒ 서용찬
도심을 벗어나면 거제는 지금 전쟁터다. 그러나 언론과 방송은 침묵이다. 해일 피해를 당한 칠천도, 가조도, 이수도 등 섬마을과 해안가는 쓰레기로 뒤덮여 있지만 군장병외에는 도움의 손길은 보이지 않고 있다.

5일째 전기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음식물 쓰레기가 계속나오고 있으며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식중독 환자들도 생기고 있다.

수해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방역과 급수를 위한 발전시설, 쓰레기 청소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다. 거제에서는 지난 12일 불어닥친 제14호 태풍 매미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모두 14명의 인명피해가 났으며 재산피해액은 16일 현재 1천억 원을 넘어섰으며 거제시는 잠정피해액을 2300여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정한 태풍피해는 수산생물, 가축, 공장시설 중 원자재, 기계 등 동산피해는 피해액을 입력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의 경우 주택파손은 본채만 인정하고 선박은 전복이나 선외기 등 피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상가피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는 특히 태풍피해 이후 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추산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각급 학교도 15일과 16일 정상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DTOP@
칠전도에 불어닥친 태풍 매미

12일 밤 9시부터 새벽 3시경까지 불어닥친 태풍 매미로 해일이 일어나 칠전도에서는 주택 20여 채가 전파되거나 반파 또는 침수피해를 입었다.

ⓒ 서용찬
칠전도는 거제시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며 인구 14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선착장에 있던 배를 살리기 위해 비바람 속에 사투를 벌이던 옥계마을 김만규씨가 숨졌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다음날 배는 동네 앞 실릉섬에서 발견됐지만 김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것이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연구 아랫마을은 폐허로 변했다. 동네 선착장앞에 있던 창고 두 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작은 집배가 올라와 있었고 세 집이 파손됐다.

금곡마을에도 세 집이 뼈대만 남아있다. 동네 어른들이 목숨을 구한것 만으로도 위안삼아야 할 처지였다. 선박이 뒤집히고 가라앉은 것은 다반사였다. 3-5㏊의(1㏊:3000평) 굴과 홍합 양식장이 모두 쓸려가 버렸다.

주민들이 목숨을 구한 것과 해일이 생겼던 당시 상황은 아찔하기만 하다. 집이 무너진 칠전도의 한 주민은 "제사를 지내기위해 상을 차려놓고 막 첫번째 절을 마쳤는데 물이 방으로 밀고 들어와 가족 모두 몸만 빠져 나왔다"고 전했고, 다른 주민은 "방이 눅눅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고 나오는 순간에 물이 들이닥쳐 허겁지겁 빠져나와 위기를 모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칠전도 주민은 "20미터나 되는 절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손에 잡히는대로 붙잡고 살아났는데 다음날 어떻게 저곳을 기어올랐는지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태풍이 지나간지 5일이 지났지만 수해를 입은 마을에 지원된 것은 라면 한 박스가 고작이란다.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해일에 밀려온 쓰레기를 치울 도움의 손길조차 없는 상황을 두고 칠전도 주민들은 자신이 세금내는 대한민국 국민인지 반문하고픈 심정이라고 말한다.

거제는 암흑천지, 통영은 반짝 호황
태풍으로 희비 엇갈리는 두 지역

거제시가 지난 태풍으로 정전이 된지 5일 동안 전력공급이 되지 않자 인근 통영시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전력공급이 중단돼 암흑천지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으면서 일부 거제시민들은 밤낮으로 통영으로 넘어와 숙식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태풍이 지나가고 이틀째인 지난 14일 저녁 무렵, 거제에서 통영으로 넘어오는 차량들로 도로가 정체돼 평상시 20여분 거리인 고현-통영간에 1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휴 마지막날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문을 연 일부 마트와 음식점, 그리고 모텔 등에서는 거제시민들로 크게 북적거렸다. 심지어 시내 곳곳의 피시방과 노래방 등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아예 자리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들 거제시민들로 인해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이날 저녁에만 대략 150여개 상점에 3천여명 이상의 거제시민들이 통영으로 넘어와 생필품을 사거나 끼니는 물론 숙박까지 모두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내 모텔 등에서는 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만원사례가 이어졌으며 일부 모텔에서는 2배 이상의 숙박비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정은 이날 뿐 아니라 15일에도 이어져 통영시내 마트에서는 생필품을 사려는 거제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으며 일반 음식점들도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로 높은 매상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거제시의 장기 정전사태로 인해 통영시가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는 희비 쌍곡선이 연출된 것이다. 거제시는 지난 12일 태풍 때 송전철탑 2기가 부서져 전력공급이 중단됐으며 16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정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5일 동안 암흑천지에서 생활하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태풍으로 인해 정전됐던 다른 지역과 달리 거제시의 정전상태가 이처럼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것은 거제시의 송전선로가 한쪽 배전 선로가 차단되면 다른 쪽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환상망 선로가 아닌 단선으로 이뤄졌기 때문.

송전선로가 하나밖에 없어 지난 12일 강풍으로 송전철탑 2개가 휘거나 무너져 내리자 전력공급이 완전 차단됐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임시선로를 깔 수밖에 없어 다른 지역보다 복구시간이 몇배 소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한전은 지난 15일 오후 4시까지 송전선로 가복구 공사를 마쳐 거제시 진입부인 둔덕지역에는 일부 전기공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내 도심에는 16일 오후까지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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