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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대형할인매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는 가운데 재래시장은 갈수록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서비스, 주차장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경쟁이 안되기 때문. 하지만 대전시 가장동에 위치한 한민재래시장 만큼은 예외다.

이 곳은 재래시장 고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등 대형마트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한민시장의 인기비결은 지난 85년부터 한민재래시장에 둥지를 틀어 19년째 시장을 지키고 있는 재래시장 지킴이 전병구(55)씨와 유창순(50)씨 부부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시장은 상거래 질서가 없었습니다. 저녁에 사람들이 만취해 있기 일쑤였죠. 그래서 웃통 벗지 않기, 상소리 쓰지 않기 등 제대로 손님을 맞기 위해서 번영회를 지난 87년에 만들었어요.”

전병구씨는 현재 한민재래시장의 번영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1기부터 회장직을 맡기 시작해 1년에 한번씩 회장 선거를 하는데 올해로 여덟 번째 맡고 있다. 회장을 하면서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워낙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터전이기에 싫은 소리도 많이 들어야만 했다.

“시장 일을 내 집안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시장에 있는 일이라면 앞장서서 나가고 있어요. 내가 욕을 먹고 이익이 없어도 최선을 다합니다.”

한민재래시장은 초창기에는 노점으로 형성된 시장이었다. 당연히 비포장에 수도시설도, 전기시설도 없었다. 그는 번영회장을 맡으며 전기, 수도를 놓고 번영회 사무실을 만들었다. 전화도 없었는데 사무실에 전화기를 놓고 전화가 걸려오면 각 가게별로 연락을 다 취해줬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시원하도록 햇빛가리개도 설치했고 1m 남짓하던 시장통로를 3m정도로 넓히기도 했다. 또한 화재 예방을 위해 비닐 천막을 샌드위치 판넬로 교체하고 소화전도 설치했다.

“대형할인마트가 자꾸 들어서다보니 재래시장이 침체되고 있어요.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대형 유통에 경쟁이 안돼요. 5~6년 사이에 재래시장이 몸부림을 치고 있어요. 다른 시장보다 우리 시장은 그래도 현상유지가 됩니다.”

그의 노력 때문인지 여느 재래시장에 비해 손님들은 여전히 한민재래시장을 찾고 있으며 부산, 제주도, 서울 등지에서도 견학을 오곤 한다. 전병구씨는 전주, 청주 등지에 가서 재래시장 활성화 성공사례라는 주제로 사업 설명회를 다녀왔다. 그는 많은 노력 끝에 시장상도 받았고 올해에는 행자부장관상도 받았다.

“추석을 맞아 도매시장에 나갔더니 한민 재래시장 상인만 나와 있더라고요. 다른 데는 장사가 안 되니까 못 나왔어요. 그것을 보니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항상 시장 일을 생각하는 그의 머릿속에는 대안이 끊임없이 분출된다. 현재 주차장 공사를 진행해 오는 11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또 할인마트처럼 쇼핑카트를 들여놓고 통로 재포장을 할 계획.

“내년에는 좌판도 통일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모여서 산지에 직접 가서 물건을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격도 저렴하고 물건도 싱싱하고 대형할인마트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들은 19년 전부터 지금껏 건어물, 한 품목만 고집하고 있다. 장사가 안돼도 잇속만 차릴 수 없기에 품목을 바꾸지 못하는 것. 친한 상인들이 그의 가게를 찾아와도 그 부근에서 사라고 말한다. 친한 사람이 안온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도 않는다. 이런 마음에서 가게를 꾸려나가는 그가 있기에 다른 상권의 주민들도 장을 보러 이곳을 찾는다.

“믿는 마음으로 샀기 때문에 그 물건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여태 장사를 하고 있고요. 명절 때마다 단골이 찾아와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그냥 주섬주섬 물건을 담을 때는 정말 보람됩니다.”

한민재래시장처럼 단합도 잘되고 물가가 싸고 제품들이 싱싱하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는 전병구, 유창순씨 부부. 욕먹거나 말거나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온 이들 부부의 뚝심이 재래시장의 활기를 되찾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정량만 주는 대형할인매장보다는 덤이 있고 후덕한 인심이 있는 재래시장, 그 살맛나는 세상이 더 그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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