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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坐像). 송마린(宋馬麟) 그림.
좌상(坐像). 송마린(宋馬麟) 그림. ⓒ 동서문화사
중국에 사대도인(四大道人)이 있다. 공자와 맹자와 노자와 장자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사상가요,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전국(戰國)시대의 사람이다. 전국시대는 난세였다. 난세는 전란이 그치지 않는 어지러운 세상이요,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세도인심(世道人心)이 흉흉한 황폐한 시대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치세(治世)는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다. 그러나 도의가 붕괴한 난세에 바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장자는 세속적 속박에서 벗어나 우(憂)와 고(苦)가 없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유유자적의 생애를 보내려면 어떤 철학,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했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무위자연(無爲自然)대로 사는 것이요, 명리(名利)를 초월하는 것이요,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요, 소아(小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탈속의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 장자의 목표였다. 이러한 사상을 담은 것이 그가 쓴 명저 '장자'라는 책이다.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가지고 유려한 명문으로 그의 사상을 피력했다. 그는 참으로 고금독보 (古今獨步)의 사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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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이끌어 준 책 <장자(莊子)>

가장 이상적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어떤 것일까.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인무기(至人無己), 신인무공(信人無功), 성인무명(聖人無名)'의 열두 자다. 장자의 '내편 소요유'에 나오는 말이다.

지인은 지극한 경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요, 신인은 신과 같은 높은 경지에 이른 도통(道通)한 사람이요, 진인은 허(虛)와 위(僞)가 없는 참사람이다. 지인은 무기다. 기(己)는 나요, 자기요, 자아다. 무기는 사심(私心)이 없는 것이요, 이기심을 버린 것이요, 사리사욕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요, 자기욕심을 떠난 것이다.

인간은 나라고 하는 조그만 자아의 이기심과 사리사욕에 얽매여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많은 불안과 걱정과 불행과 고뇌가 생긴다. 이기적 소아(小我)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마음이 활달하고 생각이 넓어져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무기는 사심과 사리사욕을 버리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조상님의 산소를 벌초했다. 이발한 것처럼 깨끗하다.
추석을 맞아 조상님의 산소를 벌초했다. 이발한 것처럼 깨끗하다. ⓒ 느릿느릿 박철
신인무공이다. 신과 같이 넓고 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하더라도 자기의 공을 내세우고 자기의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공을 자랑하고 자기의 이름을 내세우려고 한다. 저마다 자기선전에 바쁘다. 그리고 남한테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고 급급해 한다.

이것이 모두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이다. 이러한 어리석고 옹졸한 마음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저절로 자유롭고 활달해진다. 조그만 자아에 집착하지 말라.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자랑하려고 하지 말라. 이것이 무공이다. 성인은 무명이다. 성인은 아무리 크고 뛰어난 공적을 쌓아도 그 공적에 따르는 명예를 구하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자기의 이름을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은 명예욕의 노예가 되고, 허욕에 사로잡혀서 자기의 이름을 내세우려고 애를 쓴다. 명리에 사로잡히지 말라. 자기의 명예와 이익에 집착하지 말라. 이것이 무명이다.

장자는 삼무(三無)를 강조했다. 기(己)와 공(功)과 명(名)을 버려라. 이기심과 공명심과 명예욕에서 벗어나라. 그리하면 반드시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면 천지자연을 마음대로 소요(逍遙)하면서 유유자적의 활달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지인, 신인, 성인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간다. 벼가 고개를 숙인다. 곧 낫을 댈 때가 올 것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간다. 벼가 고개를 숙인다. 곧 낫을 댈 때가 올 것이다. ⓒ 느릿느릿 박철
이것이 자유사상가 장자가 도달한 마지막 결론이다. 현대인은 이기적 자아의 노예가 되어 저마다 자기의 명(名)과 이(利)와 욕(欲)에 사로잡혀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자의 삼무사상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자의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면서 장자의 가르침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텅이에 빠트린다'고 했는데 지금 정치인들 하는 꼴이 그와 같지 않은가. 장자의 가르침은 바로 나를 보게 한다. 자기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눈 먼 사람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간다. 장자의 잠언(箴言)을 하루에 한 구절이라도 읽고 묵상하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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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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