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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이혼율이 미국에 이어 2위인 실정입니다. 하루에 840쌍이 결혼을 하고 400쌍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너무나 사소한 것으로 불화가 시작돼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 이야기, 남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가까운 이웃들의 이야기인 그런 시대죠.”

호주에서 가정사역을 하고 있는 이재승(48)씨. 벌써 수년째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고 있다. 1년에 30여 명 정도 가정불화를 겪는 사람이 호주에 와서 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이씨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를 인식해 회복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거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문제없는 가정이 없어요. 이혼 안한 가정도 70%는 각방을 쓰거나 대화가 없이 이혼한 것처럼 살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자녀 때문에 살고 있는 심각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 힘든 시기 좋은 말을 듣고 힘내서 살곤 하지만 또 다시 힘들어 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이씨는 설명한다. 때문에 힘든 순간이 왜 반복되는가에 대해 원 뿌리를 찾아가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썩은 나무가 있을 때 현상만 보고 가지를 쳐내서 나무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그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뿌리를 찾아 잘라내 주는 것.

“6개월간의 시간 동안 자신 안에 잘못된 사고, 자라온 가정에서의 아픔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강의도 듣고 소그룹을 나눠서 함께 원인을 찾거나 자신의 아픔을 발견해 냅니다. 치유 후 한국에 돌아간 사람들은 같은 처지에 놓였던 사람들을 만나 다시 영향을 주게끔 하고 있어요.”

물론 6개월 안에 사람의 상처가 회복되진 않는다. 사람이 상처 입고 힘든 과정 속에서 살아오다가 100% 변화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가능성을 갖고 한국에 돌아온다. 그 가능성으로 한국에 와서 서서히 회복되면서.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예전 같은 삶을 사람도 있다. 이 부분은 그에게 안타까운 점이다.

“그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들려주는 것만이라도 치유가 반이 됩니다. 좋은 상담사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계속 들어주는 것이에요.”

그가 호주에서 가정사역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어느덧 4년째가 됐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소개로 교회를 다니게 됐고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2년 만인 지난 97년, 그는 16년간 다니던 건설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선교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제 안의 가정이 회복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가정도 원만치 않았던 거죠. 아내하고 친구처럼 대화를 해 온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왔고 직장 스트레스를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역할은 아내인데 그런 걸 못하고 외부적으로 풀려고 하는 등 부부지만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이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선교에 대한 훈련을 받으러 가자고 제의를 했지만 처음부터 사역을 하려고 한건 아니었다. 회사에 던진 사표는 한마디로 그와 그의 가족의 삶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하기 힘들었을 터. 그의 아내도 힘들어하고 반대했다.

“가정의 안정이 필요한 땐데 직장을 버리고 나오니까 그 시기에 가정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도 동의를 했고 2000년 호주로 와서 함께 사역을 하고 있어요. 같이 하니까 더 힘이 나고 한 부부를 만나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니 더 좋네요.”

호주에서의 삶은 재정적으로 많이 힘든 것이 사실. 이씨는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6시까지 마트 청소 아르바이트를 해오고 있다.

“생활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에요. 예전에 직장 다닐 때의 삶의 기준하고 지금 기준은 180도 다르죠. 그래도 일이 좋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습니다. 사치스럽고 부유하게 살고 싶은 욕심도 없고 세끼 먹을 것 두 끼 먹더라도 가정들이 행복한 게 좋으니까요.”

이재승씨는 잠시 한국에 다니러 왔다. 며칠 후면 그는 다시 호주로 돌아가 비자가 만기되는 내년 4월까지 가정 사역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다. 내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교회와 연계해서 가정사역도 하고 싶고, 신학공부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환한 미소 속에는 후회의 빛을 찾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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