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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나운환 교수가 RI Korea Workshop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방향과 할당고용제도'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
대구대 나운환 교수가 RI Korea Workshop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방향과 할당고용제도'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 ⓒ 박신용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핵심은 고용입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전의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이동권에서부터 교육권, 노동권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8얼 29일 오후 1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는 (사)한국장애인재활협회로 개최된 AI Korea (국제재활협회(Rehabilitation International) 한국지부)Workshop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방향과 할당고용제도'라는 주제발제에서 이같이 말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제정되더라도 일정기간 동안은 장애인 할당고용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할당고용제도(=장애인 할당고용제도)'란 2000년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에서 '국가 및 지자체는 소속공무원 정원의 2%이상 고용해야 한다. 다만 재직중인 장애인공무원의 수가 1만 명미만인 경우에는 공개채용비율을 5/100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300인이상(단계적으로 50인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방침)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일반기업체의 경우도 전체노동자의 2%이상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강제하고 법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으로 '장애인 할당고용제'가 시행된 지 13년이 경과했지만 장애인의무고용 2%에는 미달하고 있으며 정부 및 지자체의 경우 적용제외규정을 두어 법취지를 무색케하고 있으며 일반기업체도 장애인의무고용보다는 장애인의무고용부담금 납부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방향과 할당고용제도' 주제발제에서 나운환(RI Korea 정보분과위원장)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90년에 '적극적 할당제도'를 시행했지만 장애인고용이 증가하지 않았고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고갈되어 가는데도 정부의 재정지원은 증액되고 있지 않다"며 "장애인고용 자체도 문제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교육격차 등 다른 분야에서 상당한 차별이 존재하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없어서 적극적 할당제도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장애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5세이상 장애인은 133만여 명으로 이중 경제활동인구는 전체의 47.8%인 63만여 명이며 취업상태의 장애인은 45만여 명, 실업상태의 장애인 18만여 명(28.4%)으로 나타나 2000년 6월 당시 전체실업율 4.2%보다도 6.8배나 높아 장애인의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고용은 장애인이동권, 장애인교육권과 연동되어 사회환경적 환경에 의한 차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누누히 지적해왔고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선진국 수준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내세웠고 장애계도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라는 범연대체를 구성해 장애인차별의 실태로부터 법안 초안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차법에 담길 장애인고용차별 해소 내용이 담겨야 하나?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사업으로 '장애인 고용 및 승진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던 나운환 교수는 미국의 장애인법 , 영국과 호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분석한 후 장차법 제정의 핵심은 △장애인차별의 개념 △장애인 차별입증 책임 주체의 문제 △법적 구속력 여부라고 단언했다.

나운환 교수는 "장애인 고용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진입 전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라며 "교육문제가 고용차별과 같이 가지 않으면 장차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차별 개념정의= 남녀차별금지법 등에서 말하는 '성차별'의 개념은 너무도 명확해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장차법에서는 장애인의 개념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차법을 제정한 나라에서는 법적용 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유자격장애인'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 매뉴얼은 유자격장애인(qualified individual with a disability)의 개념을 '특정 직무에서 요구되는 필수적 기술이나 경험, 교육 및 기타 직무관련 조건을 만족시키며, 적절한 배려를 제공받거나 또는 제공받지 않고 그 직무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서나 접수원에게 타이핑은 직무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고용주가 피고용주에게 타이핑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직무의 본질적 기능에 해당하지 않으며 통상적인 업무에서 타이핑이 주된 것이 아니라면 본질적 기능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고용주가 장애인고용시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정이나 조정이 필요한지 고려해야 하는 '적절한 배려(reasonable accommodation)도 미국의 장애인법에서는 차별금지의 조건이 된다. 고용주가 장애고용시 유자격장애인 여부를 결정할 때 적절한 배려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의 유형=장차법 제정시 포함되어야 할 장애인 차별유형은 크게 '의도적인 고용차별'과 '결과적 고용차별'이 있다. 장차법을 제정한 미국, 영국, 호주는 두 가지 모두를 차별로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논란의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의도적 고용차별'은 고용주가 학력, 연령, 장애 등을 이유로 고용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부정할 때에 해당하며 '결과적 고용차별'은 사용자가 차별의도가 없었다해도 고용기준 혹은 고용제도 등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특정 노동자집단에 대해서만 불평등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

나운환 교수는 "장차법에 결과적 고용차별이 담보되지 않으면 법이 제정되어도 가시적 성과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현재 모집 및 채용의 노동시장 진입 전 단계에서 장애인들이 가장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노동시장전과 노동시장 진입 후 모두에서의 차별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신용철

◆고용차별 판단기준=미국 장애인법의 경우 장애인차별 1개항목에 따른 차별판단기준 매뉴얼이 법령 전체의 양과 맞먹는 정도로 되어 있는데 이 차별판단기준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경주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미국 장차법상의 중요한 차별판단기준은 '사용상의 필요'여부이다. 사용자가 사업상 필요에 의해 장애인을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이 업무의 본질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도 고용하지 않는다면 차별에 해당하며 고용주에게 과도한 어려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면 차별에 해당한다.

각국이 차별기준을 제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던 점에 비추어 참여정부의 대선공약인 '선진국 수준의 장차법'이 단시간내에 제정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은 나운환 교수는 "통계청이 말하고 있는 3만 개의 업무들에 대해 최소한 대분류, 중분류로 고용차별 기준을 만들지 않은 장차법은 허구"라면서 "미국의 장애인법처럼 고용주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배려를 하도록 하는 명백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에 대한 입증책임=법적으로 차별에 대한 입증책임 방식에는 설득책임과 증거제출책임이 있다. 설득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문제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설득을 해야만 승소할 수 있는 책임을 말하며 호주의 장차법의 경우처럼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증거만 제출해도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증거제출책임'이다.

나운환 교수는 "우리나라의 남녀고용평등법만이 증거제출책임 방식을 취해 사용자에게 '고용에 있어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고용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며 "장차법에서의 입증책임은 당연히 증거제출 책임거나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두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적 구속력 여부=대한민국 헌법에는 성, 인종,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남녀차별금지법, 직업안정법 등에도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을 당했을 때에 대한 구제와 벌칙부분이 미약해 실질적 효력은 없는 실정에 놓여 있다. 장차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현행법으로는 차별의 문제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미국, 영국, 호주의 장차법에는 장애인차별에 대한 법적 소송에 들어가기 전 차별사안에 대해 심의 조정하는 1차기관을 두고 조사, 조정, 화해 단계를 진행하고 이 단계가 파기되면 위원회가 직접 나서 소송을 대행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균등기회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영국은 장애권리위원회법에 의해 설립된 장애권리위원회, 호주는 인권 및 균등기회위원회법에 의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인권 및 균등고용위원회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절차로 업무를 보고 있지만 '권고'수준의 법적 효력만 가지고 있어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기관들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단지 권고사항이라 법적 효력이 없다'며 수용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장애계는 장애인 차별구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나운환 교수는 "법령에 소송전 합의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해야 한다"면서 "차별이 입증되면 사용자에게 과대료를 물리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형사책임도 지도록 법적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게 된다"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 장애인의무고용할당제는 △한국의 장애인고용현황이 장차법을 제정하고 있는 외국의 당시 상황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기반이 너무 약하며 장애인의 단순노무직, 농·어업 직종의 격리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에는 차별기준, 입증책임제도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적 역사가 짧고 할당고용제도가 역차별이라는 판례나 법논리가 부족하다 △장차법의 실효성문제다. 차별의 기준과 법적 구속력을 어느 정도로 규정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당분간 존속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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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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