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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진 진짜 이유

업계의 노골적 촌지 향응제공 계획 드러나
03.08.29 16:2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산업자원부는 8월 21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BCT 불법운송 거부는 완전히 무력화되었으며, 시멘트 운송이 정상화되었음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불법적 집단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생떼문화'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여 이러한 행태가 사회에 정착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A신문사 한 기자는 산업자원부가 이메일로 보내온 보도참고자료(생물화학산업과 작성)를 받아보곤 못내 마뜩찮은 기분이 들었다. 노사관계에 있어 신중한 중립성을 누구보다 지켜야할 정부부처가 '완전 무력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우선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시멘트 운송이 정상화됐다는 기사를 출고해야 했던 이 기자는 기사작성을 위해 보도 끝에 첨부된 '시멘트운송업계와 시멘트업계 발표문'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있어야할 업계의 발표문은 온데 간데 없고 <화물연대 운송거부 대책 추진>이라는 제목의 업계 내부 문건이 첨부돼 있었던 것이다.

'뭐 일상적인 대책이겠지.' 내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기자는, 그러나 정작 실려있는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악'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한국양회협회와 업계가 공동으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언론보도 대응, 법률검토, 전략 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전체 4억 700만원의 태스크 포스팀 운영 경비 가운데 언론대책에만 3억 5,900만원이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취재지원비' 뭐에 쓰는 물건이고?

차근하게 <화물연대 운송거부 대책 추진>이라는 문건을 살펴보자. 업계는 이 문건에서 그들의 '목표'를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효율적, 일관적인 대응을 위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 대책마련 뿐만 아니라 향후 유사한 문제 발생시 시멘트업계의 입장 대변 및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건에서 업계는 태스크 포스팀이 해야 할 일로 △정부(산자부, 건교부) 및 운송사업자와 긴밀한 협조체제 지속 △운송거부에 비판적인 여론형성을 위해 절대적인 대언론 홍보대책 마련 등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문건에 나타난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작 전체 4억 700만원의 예산 가운데 언론대책에만 무려 3억 5,900만원을 투여하고 있어 태스크 포스팀의 주된 임무가 언론플레이에 있을 알 수 있게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업계의 언론플레이를 들여다보면 △업계의 입장 홍보 및 정확한 보도를 위한 취재지원과 간친회 개최 1,000만원 △기자 취재지원비 600만원(30만원씩 일간지 및 경제지 기자 20명) △간친회비 400만원(200만원씩 2회) △신문광고 3억 4,900만원(4대 경제지, 5대 일간지, 일간건설신문) 등이라고 문건은 소개하고 있다.

공공연한 촌지·향응제공

문건만 살펴본다면 업계의 이러한 계획이 실제 집행됐는지 여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업계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을까. 액수와 기자 수까지 명시한 기자 취재지원비는 노골적으로 '촌지'를 주겠다는 것이고, 국어사전에 '서로 다정하고 친근하게 사귀는 모임'이라고 씌어 있는 '간친회'는 회식비 또는 술값 지원 등 '향응제공'의 다른 말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파업이 벌어지게 되면 노사 양쪽은 종료시점까지 피 말리는 신경전을 벌인다. 이러한 신경전은 무엇보다도 '기선제압'이 중요한 만큼 양쪽 모두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흐를 수 있도록 치열한 언론플레이를 벌인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애초부터 진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화물연대가 정부의 '단호 대처' 엄포에 민주노총 사무실을 육탄으로 지키고 있는 동안,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주5일제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안 업계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언론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노사화합과 노사평화를 망치고 있는 것이 정작 누구인지 사업주와 언론, 정부에 되묻는다.ⓒ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전국언론노조 홈페이지(media.nodong.org)에 가시면 보다 자세한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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