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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아이들에게 책은 정말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을, 도서실이 즐거운 장소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백미영(33) 교사가 근무하는 대전 유평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된다. 날마다 30분씩 수업의 시작은 책 읽기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학급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수요일에는 도서실에 와서, 목요일에는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금요일은 백 교사가 책을 읽어주고 토요일은 동시동요를 배우는 시간. 그녀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처음에 읽어주기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산만해 하고 ‘선생님 뭐하나?’ 이런 반응이었어요. 지금은 집중도 잘하고 ‘언제 읽어주세요?’라고 그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백 교사는 책을 읽은 후 아이들에게 표현하게 한다. 굳이 딱딱한 독후감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기억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것.

“좋은 책을 읽고 당장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하지만 책에서 받은 느낌, 교훈들은 잠재적으로 내재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죠. 이를 위해서 책을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 교사는 도서실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개교한 이 학교에 오게 된 후 도서실을 맡겠다고 자원을 했다. 도서관이 멀고 책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도서실의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 권윤영
도서실을 담당하며 사서 어머니회도 조직했다. 어머니들이 도서실의 대출업무를 맡아주고 열성적으로 참여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백 교사는 귀띔한다. 이번 방학때는 사서 어머니회와 아이들과 함께 자연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또한 백 교사는 책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소식지발간을 시작했다. 소식지의 이름은 아이들의 공모를 받아 ‘유평황금알’로 정하고 독서퍼즐, 새 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교사생활을 한 백 교사가 남다른 독서교육을 시작한 것은 재작년부터. 휴직기간에 느끼고 경험했던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저 역시 큰애를 기를 때는 몇 십만 원짜리 전집을 사다 쌓아놓는 엄마였어요. 그러다가 단행본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서점에 갔는데 어떤 책이 좋은지 고를 수가 없더라고요. 우연히 학부모를 위한 좋은 책 강좌를 들으면서 양서를 고르는 안목을 가져야겠단 생각에 동화공부를 시작했어요.”

복직 후 백 교사는 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도서실은 하나하나 그녀의 손때가 묻어서 탄생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오고 싶은 도서실을 만들까 하는 고민 속에서 바쁘고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독서에 접근해 갔고 한 학기에 무려 150권을 읽는 아이도 생겼다.

백 교사의 각고의 노력 끝에 그녀의 학급에서부터 시작한 독서바람은 전 학년으로 불어가고 있다. 어머니가 책 읽어주는 시간도 그녀의 학급뿐만 아니라 1~4학년까지 매주 한번씩 진행되고 있다.

ⓒ 권윤영
“좋은 책 목록을 구비해놓고 3권 정도를 아이들이 직접 새 책으로 장만해 학급문고를 만들었어요. 학급문고가 전 학년으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더 많은 학급에 생길 듯해요. 재밌고 좋은 책이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는 분위기가 형성되거든요. 도서실에도 수시로 들립니다. 방학에도 도서실을 찾아오기도 해요.”

그녀는 이번 학기 전교생 대상으로 독서축제를 구상 중에 있다. 작가도 초청하고 좋은 책 전시, 독서 골든 벨 등 아이들이 참여하고 싶은 마당을 엮어 행사를 치러낼 계획이다.

백 교사는 동화 읽어주는 교사모임, 한국 독서 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실에서 보낼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가진 그녀는 너무 바쁘고 힘도 들지만 교사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것, 다른 누군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가 사라졌는데 많은 이야기를 축적시켜 퇴직 후 도서관이든 자원봉사가 됐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퇴직 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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