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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8월 25일 사설
매일신문 8월 25일 사설 ⓒ 허미옥
지난 25일(월) 매일신문은 사설 '허술한 경찰 경호 U대회 혼란 불러'에서 문제의 원인을 경찰 경호문제라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문을 읽어보면 “사건의 발단은 북한 기자들의 과잉반응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문제는 남한의 법 운영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북한 기자들의 돌출행동이다“며 “그들이 진정한 기자들이었다면 인권회견의 시말을 취재한 하면 된다“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논설위원의 기자론은 계속된다. “기자는 사회현상에 대한 보도와 논평을 하는 집단이지, 사회운동이나 정치활동을 하는 주체가 아니다“며 “회견장에 난입해 욕설을 하고, 몸싸움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탈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보수단체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이들은 “반북 시민단체들의 인권회견은 장소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나 우리법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기자회견은 일반 집회나 시위와 달리 관할 경찰서에 집회 내용을 사전 신고할 필요가 없고, 집시법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 점에서 북한 인권회견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들 행위 자체를 설명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와 집회의 자유 보장은 타당하지만 그 자유를 누리는 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날 상황을 보면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향신문 박태우 기자의 지적대로 “북한선수단과 기자단들이 종일 들락거리는 길목에서 그들을 극도로 자극하는 내용의 집회를 가진 것은 누가 보더라도 경솔한 행동“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한 북한선수들과 응원단들이 북한민의 인권탄압 주체도 아니지 않은가?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행위를 감싸주면서 ‘기자론‘운운하며 북한기자들의 몰상식한(?)행위를 비판하는 매일신문.

대구U대회 흠집 원인 - 북측의 극단선택 뿐(?)

매일신문 8월 25일 월요일 3면 상단 기사
매일신문 8월 25일 월요일 3면 상단 기사 ⓒ 허미옥
그렇다면 매일신문 기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기술했을까? 같은날 매일신문 3면에는 '대외 도중 철수 극한 상황은 모면'이라는 기사 속에 ‘남 시민단체 - 북 기자 충돌 해결단계‘라는 부제의 기사를 싣고 있다.

이 기자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 전, 보수단체의 시위 도중 일어난 인공기 훼손을 이유로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표명으로 불참을 번복하는 우여곡절을 빚었던 북한이 대회 도중 다시 비슷한 일로 철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남북화합의 의미를 담은 대구U대회는 어쨌든 또다시 흠집을 입게 되었다“고 기술했다.

‘대구U대회 흠집‘의 원인은 또다시 북측이다. 이런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 원인 제공자에 대해서는 일말에 언급도 없이 ‘불참 선언‘ 즉 극단적인 선택, 그 자체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된 기자의 모습이 아니다. 기자는 독자가 해당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이슈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고, 마지막 판단은 독자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기사는 'U 대회에 가해질 흠집(?)까지 감수하며, 북한이 불참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애써 침묵하고, 그 행위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많은 오해를 낳게 하는 대목일 뿐만 아니라, U대회 진행상황을 전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대구시민들에게는 ‘쓴웃음‘을 던져주는 기사대목이다.

기사제공에 있어서 정보의 편식을 드러낸 매일신문은 보수단체의 입장대변에는 관대함에 비해 비판여론에 있어서는 극히 인색하다.

보수 단체 관대, 시민들의 의견 인색

매일신문 8월 25일 월요일 3면 하단 기사
매일신문 8월 25일 월요일 3면 하단 기사 ⓒ 허미옥
또 3면 하단 기사 '평화적으로 마치려 했는데 불상사'라는 기사를 통해 북핵저지 시민연대와 독립신문 등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기사에는 이날 충돌로 다치거나 부상당한 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병원진료 행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동일장소에 있었던 북측 기자의 부상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핵저지 시민연대, 독립신문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자세히 게재하면서 '대구에 머물며 경기장을 찾아 북한응원단 반대 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확대될 것 같아 모두 철수했다'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경기장을 머물면서 북한응원단 반대 활동을 벌인다'는 사실에 본인도 꽤나 놀랐다. 이것이 북한인권 개선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답변을 그대로 게재하면서 그 흔한 반론하나 제기하지 않았던 매일신문 기자의 보도 형태.

이날 시위를 주도한 보수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이 폭주를 이루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성명을 통해 이들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월 25일 31면 매일신문
월 25일 31면 매일신문 ⓒ 허미옥
매일신문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30면 하단에 하단기사로 '반북행위 즉각 중지 요구, 통일U시민연대 등 성명'을 간단하게 보도하고만 있을 뿐이다.

대구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들끓는 시민들의 비판여론을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해버린 것이 꽤나 씁쓸했다. 언론이 보도하면 그것이 정설이 되고, 사실이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리고 대구지역민들도 지역언론보도만을 맹신하며, 그게 진실인양 믿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매일신문은 연일 기사와 사설을 통해 북한응원단의 응원모습을 대서특필하고, 이들에 의해 눈물짓는 시민들의 모습을 감상적인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매일신문의 ‘감성‘기사 이면에는 북한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가르치려는 권위주의적 관점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정보의 편식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숨겨진 의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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