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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구매 안내 공문.
에어컨 구매 안내 공문. ⓒ 오명록
한국유치원정보기술은 지난 4월 13일자로 전국의 소속 유치원에 "<긴급>한국유치원정보기술 에어컨 판매(시중30% 이하 판매)"라는 제목의 문서번호 KKIT03-0401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의 내용은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보통신국인 한국유치원 정보기술에서 L전자와 업무제휴를 통한 에어컨을 초저가로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며 '회원여러분은 이번에 반드시 구입하시기 바라며 시중의 30%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적극 구매하시기 바란다'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제품 모델은 6평형에서 40평형까지 다양하며 가격 또한 25만7400원에서 122만원까지다. 예를 들어 한 15평 제품(공기청정기능 없음)의 경우 시중가격이 155만9000원인데 연합회 판매가격이 53만7900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수의계약 형태로 구매됨으로 선 입금을 원칙으로 한다'며 '반드시 총연합회 정보통신국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다른 곳에서 구매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하는 내용까지 공문에 덧붙였다.

에어컨 구매 신청서
에어컨 구매 신청서 ⓒ 오명록
이 공문을 받아든 여수지역 한 유치원 원장은 모처럼의 기회라며 지난 6월 4일 신용카드 할부 결제로 8평형 에어컨 한 대를 전액 선입금 처리하며 구매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제품은 6월 말까지 설치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7월이 되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기다리는 에어컨은 도착하지 않았고 판매 담당자에게 수 차례 전화를 하였지만 "사흘만 기다려 달라",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하는 답변 속에 결국 8월 21일 현재까지도 "에어컨 바람은커녕 실물 구경도 하지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매자인 '한국유치원 정보기술'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지난 8월 14일 판매자인 한국유치원 정보기술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간의 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당초 에어컨 구매 희망 수량은 전국적으로 2400여대였다. 그 가운데 현재 1415대를 납품처리 했고 미 처리 에어컨이 250대 정도 남았으며 나머지는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은 에어컨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치원장들이 에어컨을 교육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사적인 용도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나타났고, 따라서 에어컨 대리점들이 반발하며 에어컨 제조사에 항의하는 소동이 생겨 에어컨 제조사에서는 이에 공급을 중단한 채 사실확인작업을 벌여 일부 이런 사실을 확인하였고, 결국 에어컨 공급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유치원 정보기술은 부랴부랴 조달청과 "조달계약이 체결된 유치원을 통해 조달공급을 추진하여 제품공급을 재개하였으나 이 역시 사적용도 사용을 지적받고 중단"되었다는 것. "그래서 현재는 마지막 방법으로 가능한 소속 유치원들을 직접 조달청과 조달계약을 할 수 있도록 업체등록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유치원에 도움을 주고자 추진한 사업이 결국 이렇게 되어 대단히 곤혹스럽다"며 이 일에 매달려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허리 사이즈가 맞는 바지가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하였다. "꿈에서도 에어컨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수시 한 유치원의 모습. (본 기사와 무관함)
여수시 한 유치원의 모습. (본 기사와 무관함) ⓒ 오명록
그러나 해당 유치원의 사정은 다르다. 한 유치원장에 따르면 "단위 유치원의 상부 조직인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일 처리를 이렇게 미숙하게 한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이 사태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하고, 그동안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결과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카드할부로 계약했던 것을 해지하고자 했더니 원금과 수수료는 되돌려줄 수 있지만 그동안의 지급된 이자는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판매자인 한국유치원 정보기술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성토했다.

올 여름 무더위에 사용하지 못한 피해는 고사하고 내년 여름까지의 금융비용이라도 책임져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고, "돈 받고 상품을 주지 않는 것은 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유치원 정보기술 측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무분별한 일부 유치원장이 에어컨 용도를 사적으로 전용하는데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데 사실 공문 어디에도 그런 문제에 대한 주의 정보는 나타나있지 않는다"며 상급 단체의 행정력 부재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제 입추, 말복도 지났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기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에어컨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유치원이 다수 실재하고 있다. 이 유치원들은 결국 내년도 여름에 사용할 에어컨을 올 봄에 전액 선금으로 구입한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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