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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젖은 골든 게이트 브리지
안개 젖은 골든 게이트 브리지 ⓒ <크로니클> 제공
최근 연이어 몸을 던지는 자살 행각이 심한 경종으로 귓전을 때리면서 당당하게 몸을 던질 만큼 자신감을 가져 보인 그들 앞에서 차라리 필자는 초라한 헛 몸이요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남은 인생 중 성취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며 현재 그에 대한 노력을 미룬 채 우리는 기약없는 일상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은 높아간다.

지난 봄에 북가주 기자 동료들과 함께 찾았던 곳, 샌프란시스코의 서북쪽 바닷가인 보데가 베이의 안개 자욱한 해변을 산책하며 뉴욕에서 온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래 사장 위에 펼쳐 놓은 안락의자에 앉아 한권의 책을 읽고 있는 등이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의 모습 속에 작은 행복의 안식이 엿보였다.

그 편안한 자태에 초월한 노년의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세월 속에 고개 숙인 완숙의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었다. 하얀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파도의 물결에 개의치 않고 준비된 생과의 숭고한 이별 앞에서 책을 대하는 할머니의 머리 위로 환한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정신적 정전사태에서 허덕이는 필자를 구출하기 위해 멀리서 날아온 녀석의 우정에 손을 부비며 이제 그만 짐을 꾸려 남은 여정을 향해 먼 길을 떠나야 하리. 나에게 글쓰기와 비지니스의 최초를 가르친 곳 뉴욕의 여신상을 향해 헤어진 발톱과 날개 조각으로 한번만 더 날아야 하리.

신이여 한 개체의 못다한 최후의 도전을 받아 주소서.

그리하여 그의 꿈에 날개가 펴지는 모습을 기대하소서.
갈매기의 날개짓 이는 하늘을 눈 들어 굽어 보소서.
뉴욕의 장막이 걷히고 있습니다.

하늘이여
어둠이 깔린 땅
우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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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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