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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공사 중이었던 경복궁이 새 모습을 찾았다. 몇 년 전 경복궁 내에 자리잡고 있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물 때만 하더라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었다.

침략과 약탈의 역사를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건물 보존 의견과 부끄러운 역사의 잔재를 말끔히 없애고 우리 고궁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는 경복궁 복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경복궁은 조선총독부 건물이 말끔히 사라진 새롭게 단장된 경내로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태조 4년(1395)에 창건된 조선왕조의 법궁(法宮)임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1592) 당시 왜군에 의해 완전 소실된 뒤 273년간 재건하지 못하는 등 조선 시대에도 많은 시련을 겪었던 이 궁은 일제 시대에 더욱 큰 수모를 겪는다.

고종 32년(1895)에 이 궁에서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 당하는 비운을 겪으며, 그 이후 고종이 궁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면서 궁궐로서 그 기능을 마감했다. 그리고는 그 뒤 일제에 의해 총독부 건물이 들어서는 등 조직적으로 훼손되어 현재는 원래 규모의 약 15%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복원된 12만 평의 넓은 경내는 서울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서 새롭게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전체 경복궁을 모두 감상하려면 한 두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광화문을 중심으로 왼편에 있는 국립 박물관을 관람하는 데만도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국립 박물관에는 고대 선사 시대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많은 유물, 유적들이 다양하게 보존되어 있다. 특히 학생들의 우리나라 역사 체험을 위해서라면 한번쯤을 찾아가 찬찬히 둘러보아도 좋을 것이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중앙에는 근정전, 경회루, 교태전 등의 여러 문화재들을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입구를 지나 차근차근 경내를 둘러보면서 안내 표지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 우리 궁궐이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상상하게 된다. 그들의 삶을 추측해보는 즐거움을 얻는다면 궁궐을 찾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왕을 중심으로 한 상류계급의 삶이 궁궐에 배어 있다면 광화문 오른편에 자리잡은 민속박물관은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실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갔던 민중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잘 재현해 놓아 왕의 삶과 서민의 삶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경복궁 관람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현재 복원된 경내에서는 거의 매일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 옛 궁궐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조선시대 궁성문 개폐 및 수문장 교대 의식이 매일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회가 실시되며, 조선 세종 조의 궁중조회인 상참의 재현이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이 두 행사는 철저한 문헌고증을 바탕으로 조선 시대 왕궁의 주요 의식을 재현하였기 때문에,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과거 모습을 실제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장소는 모두 경복궁 내로, 조선 시대 왕궁의 모습을 보고 싶은 관람객들에게 좀더 큰 흥미와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

현재 경복궁 관람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조선 시대 임금들이 집무를 보았던 근정전이 보수 공사중이라 아직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경복궁을 대표하는 이 건물이 빠른 시일 내에 복구가 되어 뒤에 보이는 인왕산과 어우러진 멋진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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