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 부부는 두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둘째 아이는 유치원생으로 미운(?) 일곱 살입니다.

그 누군인들 안그렇겠습니까마는 우리 두 사람은 아이들을 끔직히 예뻐합니다. 저를 닮아 잘생긴(?) 큰아이, 때때로 던지는 당돌한 말로써 가족 모두에게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는 둘째 아이.

우리 또래의 평범한 사람 모두가 겪었듯이 과거의 성장기에서는 모두들 먹고살기 바빠서, 삶이 주는 무게로 인해 자식들의 정서적 양분의 공급보다는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기 힘들고 바빠서 따스한 대화나 가까운 곳으로의 나들이는 뒤로 미루곤했습니다. 저는 이 다음에 나를 닮은 아이들은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어 인생의 순간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에 서다 보니 뜻처럼 쉽게 되어지않더군요. 더구나, 부부가 함께 일을 가져 그야말로 아이들과 주말에나 잠깐 놀아주고 이야기 나눌 뿐 애초에 가졌던 다양한 정서적 양분의 보충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낯선 섬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바로 이때였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엄마와 아빠가 하교길에 없으니, 시간 나는 짬짬이 TV보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을 모른 채 기계와의 대화에만 열중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과 주위 사람들에게 조용한 그러나,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 있는 곳을 수소문하여, 올 여름 4명의 한가족은 서해의 작은 섬 승봉도를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섬으로의 여행은 태어나서 처음이라 이곳저곳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민박을 구하고 일정을 잡아내었습니다.

아참! 여행의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준비과정의 설렘이라지요? 하여 평소 컴퓨터를 놀이에만 사용하던 것을 문제시하던 것도 있고 해서 두 아이에게 인터넷을 뒤져 승봉도에 관한 모든 자료를 모으게 하였습니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일정에서부터 식단까지 함께 계획을 짜자고 했거든요.

그야말로 아이들은 처음 가보게 되는 섬에 대해 기대반 즐거움 반으로 인터넷을 뒤져 승봉도를 알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섬의 위치, 크기, 민박집 등 홈페이지에서 나오는 온갖 자료들에서 자기들이 3박4일 동안 뛰어 놀고픈 소재를 찾아냈습니다. 그곳이 이제껏 이용해 보지 못한 배를 통해 1시간 20여분 동안이나 바다를 헤쳐 나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섬이라는 것을.

자! 이제 출발이다.

육지와는 떨어져있는 지형적 특성과 휴가 기간을 알차게 쓰고픈 욕심 때문에 우리 가족은 첫배를 타고 승봉도로 가기로 하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 아침 8시나 되어야 눈을 부비며 일어나곤 하던 아이들이 신새벽 5시 30분에 깨워도 칭얼거림 한번도 없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면 여행이 주는 설렘과 즐거움이 꽤나 컸던 것 같습니다.

서해안도로를 달려 월곶IC를 빠져 긴 시화호방조제를 달릴때만 해도 마냥 즐거움에 가득찼는데, 대부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그 시간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아찔했습니다.

벌써 기다린 시간이 만만치 않았던지 컵라면을 먹고있는 사람들,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선지라 우리 가족도 라면이나 하나 먹을까 했는데, 아뿔싸 냄비를 준비하지 않은 채 출발을 한 것이 아닙니까?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아침밥도 못먹고 마냥 기다리기 지루하여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매표소에 갔더니 안개주의보 발령으로 첫 배가 떠나지 못하여 마냥 대기하고 있는 모습들이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지루하고 무더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은 지쳤던지 궁시렁 거리고, 아이스크림 사달라, 컵라면 먹고프다 등등.

여행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하여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리고,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선착장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어서 함께 구경도 시키고 바위 틈 사이로 삐죽이 나와 있는 조그마한 게도 잡아주며 기다리기를 어언 10여시간. 우리는 마침내 승봉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야호! 아이들은 너무 신이나 있었습니다. 10여시간의 기다림에서 오는 지루함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린 채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연신 새우깡을 던져주며 까르르 웃음 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여객선을 쫓아다니는 갈매기들이 쉽게 주어지는 먹이 탓으로 사냥능력을 상실하며, 영양 과잉으로 비대해진다는 소리를 아이들에게 해가며 사진 몇 장 찰칵하고 나니, 금방 닿을 듯이 승봉도가 보이더군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