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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임자, 대전역으로 갈려면 몇 번을 타고 가야하지?”
“이런 답답한 사람하고는 http://djbus.giveu.net있잖아. 얼렁가서 Moon씨한테 물어봐”

언뜻 보면 광고카피 같지만 실제로 시내버스 노선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다. 특히 대전시 등 관공서가 아닌 평범한 한 시민이 처음 찾아가는 초행길, 어느 노선 버스를 타야하는지 어디서 내려야하는지를 몰라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이기에 더욱 이채롭다.

화제의 주인공은 Moon''s Daejeon Busline이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문경배(충남대 독어독문 3년)씨.

그는 버스 노선을 몰라 큰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손과 발의 역할을 몸소 담당하고 있다. 각 버스번호별 노선안내와 대학, 도서관, 종합병원 등의 주요장소 노선안내는 물론 방문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까지 해주고 있다.

한번에 가는 노선이 없는 경우에는 가장 근처까지 가는 버스와 갈아타는 방법도 설명해주고, 어디를 지날 때 벨을 누르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등 그의 꼼꼼한 답변글에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워낙 버스를 좋아하고 버스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어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음악도 듣고, 경치도 보고, 생각도 정리하면 시간이 잘 가죠. 대중교통 중에서 버스를 가장 좋아해요.”

문씨가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5월. 하루 1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자가 이제는 200여 명에 가까울 정도로 그의 홈페이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김천에서 대전으로 전학을 왔는데 대전의 교통이 무척이나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돌아다니면서 버스 노선을 익혔죠. 아마 대전에 편성된 시내버스노선은 다 타봤을 겁니다. 특히 요즘은 시내버스 노선개편에 관한 방문자들의 질문이 많은데 개편된 노선도 이미 한번씩 다녀왔습니다.”

웬만한 건물과 정류장의 위치까지 익히고 있는 그는 버스 노선이 많은 것 같아도 파악하는 것이 의외로 쉽다고 설명했다.

“힘든 건 특별히 없어요. 노선이 변경될 때마다 자료 구하는 정도나 한 사람이 계속 똑같은 질문을 올리거나 내용 없이 제목 옆에 냉무 등 저의 운영취지에 맞지않는 글들이 올라올 때 맥이 빠지기도 하죠. 그러나 홈페이지를 찾는 분들이 남기신 감사의 글에 웬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 지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제가 이 일을 통해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문경배씨는 올해 초 버스 노선 개편 시장과의 대화에 참여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씨는 “시내버스 노선은 시민들의 발인만큼 항상 시민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현재 유명무실화된 버스전용차로제, 불법 주정차 등 보다 쾌적한 시내버스를 만들기 위한 행정기관 및 시민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 합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의 조목조목 밝혔다.

대전지역 모든 노선의 버스는 전부 타봤다는 그는 시내버스만을 이용해 장항까지 다녀 올 정도로 버스 타는 것을 즐기는 그야말로 '버스광'이다.
“앞으로도 사이트가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커지긴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고 썰렁해지는 건 싫고 지금처럼만 소박하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문경배씨는 방학을 맞아 사이트를 개편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주요 정류장뿐만 아니라 정류장 별로 세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바꾸고 관광지 등 주요 노선도 보강할 계획.

그저 자신이 즐거워 하는 일이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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