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재 제작중인 <토요라디오> 리플렛 시안
현재 제작중인 <토요라디오> 리플렛 시안 ⓒ 허미옥
지난해 미군장갑차 여중생 故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을 계기로 대구에서 결성된 자월활동가 모임 '토요광장'이 지난 8월 1일 '인터넷 방송 - 토요라디오'를 개국했다.

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http://www.toyoradio.co.kr를 접속하면, 한경미, 서민지 CJ(computer jockey)가 진행하는 '토요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지난 11일(월) 저녁 8시 55분. 토요라디오 제작팀은 각자 맡은 역할로 분주하다. 라디오 방송시 개설되는 청취자와의 쌍방향 소통공간 채팅방에 먼저 접속해 있는 몇 명의 토요광장 회원들은 열심히 방송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채팅사이트 대기실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부지런히 쪽지를 날린다.

"좀 있으면 토요라디오 방송 시작합니다. 들어오세요."

한쪽에서는 CJ들이 오늘 방송할 자료와 내용들을 검토하고, 순서를 정하고 있어 기자가 아무리 왔다갔다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몇몇 컴퓨터를 넘나들며 오디오 상태 등 이것저것 챙기는 서민석 PD. 이런 분주함 속에 11일 오후 9시 월요일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리지날 대구표준어 방송, 10분만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 금방 익숙해지는 방송"을 지향하는 이들의 방송언어는 어중간한 서울말보다는 훨씬 더 정감 있게 들린다.

네티즌, 제작자가 함께 하는 쌍방향 방송

토요라디오 홈페이지 메인화면( http://www.toyoradio.co.kr)
토요라디오 홈페이지 메인화면( http://www.toyoradio.co.kr) ⓒ 허미옥
오늘 주제는 언론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한총련 미군사격장 기습시위'.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폭력시위'로 과대포장하고 있지만,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왜 미군사격장을 기습시위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 토요라디오 제작팀의 의도다. 과연, 보수 언론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심각한 일이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은 청취자들의 몫이라는 것이 토요라디오 측 관계자들 주장이다.

그들의 멘트를 잠시 옮겨본다.

"얼마전 무서운 일이 있었죠, 학생들이 태극기를 둘러매고 사격장안으로 열나게 뛰어가네요. 학생들은 빈손인데, 미군들은 총을 들고 따라오는군요. 저런? 장갑차도 있네요. 아마 효순이와 미선이를 깔아뭉갠 것도 장갑차죠."

두 CJ의 이 멘트에 채팅방에 들어와 있던 네티즌들은 각자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잠시 신청곡이 흐른다.

이때를 틈타 갑자기 서민석 PD가 뛰어들어와서는 "마이크는 좀 낮추고, 목소리는 어떻게 하고" 등의 조정을 한다. 방음시설도 채 갖춰지지 않은 방송실내에서 나누는 이런 대화는 마이크를 타고 인터넷으로 실려나가버리기도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방송진행 중 가끔 진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이는 대부분은 서 PD가 무언가를 지시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신청곡이 흐르는 동안에도 이미 개설되어 있는 채팅방은 뜨겁다. 오늘 채팅방에 접속, 직접 방송을 듣는 네티즌들은 총 14명.

방송 후 게시판에 서 PD는 "점점 방송 청취자들이 많아집니다, 더 힘내서 합시다 100명 그날까지"라고 기록해두었다. 사실 얼마 전에는 방송 중 개설된 채팅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매우 섭섭했다는 후문도 있었기에.

두 CJ의 생방송 현장
두 CJ의 생방송 현장 ⓒ 허미옥
시사관련 내용 이외에도 통일 U대회에 대비 북한바로알기에 대한 다양한 코너와 U대회에 시민참여를 독려하는 내용도 풍부하다. △ 통일응원단 ‘아리랑’, △ 북한언어ㆍ북한노래ㆍ통일응원가 배우기 등등.

방송 끝날 무렵, 서 PD가 "북한사람도 잘못 알아들을 국적불명(?)의 북한 사투리"라고 설명한 표현한 한국말을 북한말로 바꾸는 퀴즈가 제시되고, 이에 채팅방에 들어와 있는 네티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답변들이 쏟아졌다.

'토요광장' 팀의 인터넷 방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6월 13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고 1주기 즈음에 첫 방송을 탔다. 이들의 시험방송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되었다. 5월 26일부터 6월 6일까지는 화, 금요일 오후 10시, 6월 6일부터 13일까지는 매일 오후 10시경에 '6·13 1주기 추모방송'을 진행했던 것.

"6월 13일 추모집회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나 대백 근처를 스쳐가는 시민들은 알 수 있지만, 이곳에 없는 사람들이 추모집회 내용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 자체를 생생하게 인터넷을 통해 전파했었습니다."

방송시설은 전무, 사무실 한켠에 컴퓨터와 마이크만 덜렁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 PD의 멋진 몸짓 등을 상상하고 방송현장을 찾은 기자는 다소 어리둥절했다. 평화통일시민연대와 대경연합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 한 켠을 빌려 파티션 하나로 벽을 치고, 마이크 2대 그리고 달랑 컴퓨터 한 대가 '인터넷 방송국 - 토요라디오'의 전 자산이다.

사무실 문 앞에는 '방송중 - 꼭 필요하신 분만 문 살짝'이라고 적혀있지만 시민단체 사무실의 특성상 이 경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 열악한(?)구조에서도 이들의 방송은 계속되고 있었다.

가끔 두 CJ가 던지는 애드립에 가까운 멘트와 함께.

"오늘은 저희 등이 뜨근뜨근합니다. 현재 방송중인데요 계속 카메라 플래쉬가 펑펑 터지네요. 사진도 찍고 난리도 아닙니다."

"방송국이 아니라 대구지역민들의 공동체 공간"
'토요광장' 자칭 언론담당 박후주씨와의 인터뷰

▲ 토요라디오 제작진 (왼쪽부터, 한경미, 차승미, 서민지, 서민석, 박후주)
- ‘토요광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
"2002년 2월, 오노의 쇼트트랙 경기의 불공정 심판판정에 항의, 3월 고불 비행기 F15무기강매에 반대하여 미국제품불매운동에 동참, 6월 효순이 미선이 주한미군 압사사건 알리기 등등의 집회에 참석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다.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집회에 매번 나가보면, 시민들은 정작 객체일 수 밖에 없었다. 시민단체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구호 몇 번 외치다 돌아오는 상황이 꽤나 아쉬웠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도 집회 공간 특히 반전평화를 외치는 집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 하는 몇몇이 모여서 ‘토요광장‘이라는 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여중생 사건이 터지기 전에 매주 토요일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토요집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 집회 이름을 따서 ‘토요광장‘이라고 명명했다.

구성원은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고, 20대후반 30대 초반 직장인들도 꽤 있다. 현재는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함께 통일유니버시아드 시민여대에 가입,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 ‘토요라디오‘를 고민하게 된 계기는?
"'토요광장'의 활동 중에 주요한 내용은 소파개정과 미국 사과를 바라며 서명한 시민들에의 이메일 주소를 정리하고, 이들에게 매번 뉴스레터를 전송하는 일이었다. 여중생 사건 1주년이 되면서 토요광장 자체 평가를 통해 뉴스레터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논의하게 됐다. 이에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시적인 매체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인터넷방송을 착안해냈다."

- 토요라디오 제작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있나?
"모두들 자기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하루 일과를 끝난 오후 7시, 8시 정도에 사무실에 모여 방송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방송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후 11시가 끝나면 방송 평가, 다음날 방송 주제등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정작 방송국을 개국했지만, 구성원 모두가 뚜렷한 자기 직책이 없다. 전원이 모두 제작진이 되고, 컴퓨터도 고치고, 운전도 하는 등 일당 백 역할을 한다."

- ‘대구지역 시민들‘을 위한 공동체라고 규정한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지역, 국가의 벽을 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는 대구지역민들의 공동체'라고 규정한데는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의 적절한 조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민들이 이 공간을 통해 평화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하고, 청취자 모임도 만들 수 있고, CJ 팬클럽도 형성될 수 있다. 제작진과 동우회 모임이 보다 밀착되기 위해서는 지역 자체를 한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도 있다. 이것은 우리가 '오리지날 대구표준어 방송'을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인터넷 방송의 장점은?
"일단 공영방송과 달리 내용이나 화법이 자유로울 수 있고, 청취자와 CJ간에 쌍방향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그리고 돈도 적게 든다.(웃음)"

- ‘토요라디오‘의 기대효과는?
"인터넷 방송을 청취하는 네티즌, 청취자들과 자연스럽게 쉬운 언어로 한반도 평화문제, 미군범죄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내용들이 우리의 뇌리속에서 잊혀졌다가 특별한 사안때마다 불거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주요한 사안이길 바란다. '토요라디오'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이며, 시스템과 장비가 보강될수록 주제와 내용을 다양화시킬 예정이다."

- 현재 어려운 점은?
"막상 방송을 시작하고 보니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서버, 사운드카드, 컴퓨터, 고성능 마이크, 스튜디오 등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믹서기도 없는 것 자체도 여러 가지 장애요인으로 다가온다. 현재까지 지출된 모든 재원은 토요라디오 제작진의 주머니 쌈짓돈을 털었다. 나중에 후원회원도 많이 늘고 하면, 개국 잔치도 하고 떡도 돌릴 뿐만 예정이며 장비 등을 보강할 예정이다." / 허미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