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의 '방 문화'는 이미 아늑한 공간이 갖는 휴식, 모임의 공간에서 여가와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으며, 한국인의 오랜 특성상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

91년 부산에 상륙하여 최대의 히트를 쳤던 노래방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여가를 즐겼다. 현재 유행처럼 번진 노래방은 과다경쟁으로 일부 퇴폐적인 불법영업을 하는 등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

노래방의 인기가 주춤해질 무렵 비디오방이 생겨나 인기를 누렸으나 폐쇄적 공간에 있어서의 탈선도 생겨 났었다. 비디오방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PC방이 전국 곳곳에 생기며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온라인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유발했다.

최근에는 찜질방, 불가마가 유행처럼 번지며 온가족의 쉼터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방 문화의 변천을 바라보며 과연 다음엔 어떤 방이 그 자리를 차지할 지 궁금해 했었다.

바로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보드방(보드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전망을 해본다. 더욱 반가운 것은 보드방은 건전하고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보드방에서는 보드게임만 즐길 뿐 아니라, 음료를 마시고 간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데이트 공간으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신림동에 첫 보드카페가 문을 연 뒤 1년이 조금 넘어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 2003년 8월 7일 한양대 앞 보드방
ⓒ 공응경
보드게임(board game)이란 주사위, 종이 조각, 카드, 플라스틱 말 등을 사용해 '판(board)' 위에서 즐기는 게임을 가리키며 바둑과 장기는 고전적인 보드게임의 예다.

▲ 다양한 보드게임
ⓒ 공응경
80년대 유행하던 성냥쌓기 게임과 비슷한 '젠가'부터 마니아들이 주로 즐긴다는 '반지의 제왕', '동맹군과 연합군'에 이르기까지 보드게임 종류만 해도 100여가지가 넘는다.

장르별로 가족게임, 파티게임, 경제게임, 레이싱게임, 외교게임, 전쟁게임, 퍼즐게임, 문명건설·건축게임 등이 있으며 부루마블, 세틀러 오브 카탄, 젠가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 2003 8월 7일 처음해 본 보드게임
ⓒ 공응경
보드방에서는 선택한 게임을 손님에게 친철히 설명해준다. 처음 방문한 보드방은 자리가 없어 한동안 기다린 후에야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게임을 처음으로 해보며, 너무나 기계적인 것에 지친 나머지 다시 되돌아가는 '복고풍'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닫힌 공간 속에서의 커뮤니티에 익숙했던 자신의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며 순수해지게 만든다.

▲ 보드방 이용요금
ⓒ 공응경
기업들도 이 기회를 놓칠세라 보드방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 위주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인터넷 게임포털 업체들도 온라인 보드게임 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 관련 코스닥기업 주식은 상한가를 쳤었다.

'방 문화'는 기존 시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복합시설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 이른바 디지털 복합방을 찾아볼 수 있다.

찜질방 안에 헬스장, PC방, 산소방, 불가마, 식당, 스포츠 마사지, 미용실, 네일케어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했던 것처럼, 작은 규모의 PC방이 제 살 길을 찾아 업종을 전환하는 등 비디오방, DVD방, 만화책방, 당구장 등을 하나로 묶어 다기능 복합시설로 대형화 시키는 추세이다.

당분간 보드방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행처럼 번졌다가 금세 시들해지는 상품으로 다른 방들의 전철을 밟을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테지만,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끝까지 지켜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