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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성당 전경
ⓒ 대화성당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들에게 힘을 곁들여 주는 것이다. - 시몬느 베이유

강원도 산골 마을에 이렇게 예쁜 성당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대화성당은 예술성당이라는 별칭만큼이나 구석구석 섬세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데 없는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힘이고 생기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명산 자락에 조화롭게 들어앉은 우리네 절집들은 늘 내게 평온과 위안을 안겨 줍니다. 그에 반해 20세기 사람들이 돈으로 새단장한 무술 영화 세트장 같은 사찰들, 첨탑이 그저 눈을 아프게만 하는 국적 불명의 교회 건물들은 우리에게 삶의 작은 신비 한 자락도 열어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오랜만에 만난 아름다운 성전은 그저 반갑기만 했습니다.

▲ 성당 입간판
ⓒ 대화성당
대화로 찾아가는 길 역시 즐겁습니다. 평창군 대화면에 들어서면 우선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됩니다. 아주 작고 아담한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어딘지 물을 필요도 없이 바로 대화 성당 입간판과 마주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겹겹의 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예가 변승훈, 화가 김남용 그리고 조각가 한진섭이 참여한 이 작은 시골 성당은 성모상, 성수대, 십자가, 제대, 독서대, 스테인드글라스 중 어느 하나 작품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엔 아직 생소한 '성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당 내벽은 완전히 도벽으로 처리되었는데, 본당 신자들이 직접 도자기 조각을 하나하나 붙였다고 할머니 한 분이 자랑하며 지나가십니다.

첫 인상은 무척 소박한 성당이구나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화려한 멋을 느끼게 됩니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 조화롭고 따스한 그 공간에 조용히 앉아 있다 보니 절로 기도하고픈 마음이 생겼습니다.

▲ 성수대가 있는 벽면
ⓒ 김비아
▲ 성수대
ⓒ 김비아
▲ 스테인드 글라스
ⓒ 김비아
▲ 십자가의 길
ⓒ 김비아
▲ 골고타의 언덕을 형상화한 성당 내벽
ⓒ 김비아
그런데 이 산골 마을의 예술성당이 올해 특별한 여름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성대한 예술제를 연다는 초대장이 집으로 날아들었습니다. 5년 전 신축된 이래 구경오는 손님들이 많아져서 2년 전부터 작은 축제를 열어 함께 즐겨왔는데, 올해는 성당을 중심으로 관광 온 피서객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큰 행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미술전, 음악회 그리고 감자 축제.

▲ 예술제 홍보 현수막
ⓒ 대화성당
8월 내내 성당 마당과 피정의 집에서 조각전(한진섭 요셉) 도예전(변승훈 베드로) 미술전(김남용 요한) 그리고 원주교구 가톨릭미술가회 회원 작품 전시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주말 저녁마다 음악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미 지난 2일에는 국악과 양악의 퓨전 앙상블 '세뇨'의 공연이 있었고, 3일에는 가수 인순이의 무대가 성당 잔디밭에서 500여명의 관광객들과 함께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신은경·우미영의 영상이 있는 가족음악회(8월 9일), 폴리포니 앙상블(8월 16일), 울바우 남성합창단(8월 23일), 린트리오(8월 30일) 공연이 평창 대화를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화성당 예술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감자 축제'는 17일 대화면 하안미 5리에 특별히 마련된 행사장에서 열립니다. 구덩이에 돌을 넣고 흙으로 덮은 다음 장작불로 돌을 가열시킨 뒤 물을 부어 발생한 수증기로 찌는 전통 요리 방식으로 돼지 3마리와 송어 100마리, 감자, 옥수수를 익힌 '삼굿'이 제공됩니다.

또 감자전 및 메밀전 부쳐먹기, 메밀국수 빼기, 감자 캐기, 맨손으로 송어 잡기, 산촌트레킹, 봉숭아 물들이기, 계곡 물놀이 등의 행사가 마련되어 있으며, 찻집 및 농산물 장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불과 200여명의 신자들이 이런 행사를 준비한 것도 놀랍지만, 지역 경제를 살리고 또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나눔의 축제를 마련한 본당 신자들의 노력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촌과 도시의 만남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주임 신부인 김기성 다니엘 신부님에 의하면 여름이 지나도 김장 담그기, 된장과 청국장 만들기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대화 성당의 말린 청국장은 이미 그 맛으로 유명합니다.

성당 인근의 금당 계곡과 던지골에는 편히 쉴 수 있는 민박과 펜션이 많습니다. 한 시간 거리에 오대산이 있어 함께 들를 만합니다. 영동고속도로 장평 IC에서 평창, 대화 방면으로 15분 정도만 가면 대화면이 나오고 곧 예술성당이 모습을 나타낼 것입니다.

올 여름에는 대화로 와보세요. 멋진 공연과 강원도 산간의 시원한 계곡, 그리고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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