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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거울>
책 <거울> ⓒ 이레
<거울>은 <풍경>이라는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써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성 스님의 두 번째 책이다. 처음 <풍경>이 출간되었을 때에는 독특한 양식의 동자승 그림과 맑고 순수한 문체의 글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의 두 번째 책을 기다려온 독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스님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된 후에, 그의 글과 그림에 대한 의견은 참으로 다양했다. 첫 번째 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식상하다는 비판을 비롯하여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혹독한 평가까지 이 두 번째 책에 대한 의견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편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의 첫 번째 책이 불러온 신선한 느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동자승 그림과 산사 생활을 통해 길러진 스님의 맑고 순수한 글들에 매료된 많은 독자들이 그의 두 번째 책에 거는 기대가 컸으리라.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듯이….

하지만 첫 번째 책에 비하여 이 책은 스님의 좀더 성숙된 사고를 느낄 수 있다. <풍경>의 글들은 때 묻지 않은 아이 같은 순수함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이 책 <거울>의 글들은 수행자로서의 성찰과 마음가짐을 차분한 어조로 표현한다. 원성 스님 자신이 구도자로서 한 단계 올라선 듯한 느낌을 주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늘 그렇다는 건 아니다. 거울 속에 비쳐진 내 모습이 진정 내 모습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계속 내 참모습을 찾아 거울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숨이 막혀 오는 것을 느낀다. 육신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 중간에서 고독한 내 본연의 모습에, 아직 나 자신이 열리지 않은 미완성의 인간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구도자의 길을 걷든 일상 속에서 살아가든 자신이 미완성의 인간임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원성 스님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자기 발견은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경전과 어록을 통해서 구구절절 얘기되어 온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실천은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진리와 깨달음을 찾는 구도의 세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은 존재한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구도자의 길이다. 원성 스님의 이 책에는 그와 같은 번민과 갈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흩어진 나의 영혼을 다시금 모아 오기엔 넋을 잃은 내 존재는 갈 곳을 잃어버리고 서산에 노을진 붉은 하늘 위로 세속의 무명함을 어찌 깨뜨릴 수 있을는지. 도량의 안간힘 쓰는 풍경 소리는 깨달음을 재촉하는데… 때로는 이렇게 망상에 젖어 애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몸과 마음 안에 잡다한 미혹의 씨앗들이 싹을 틔워 육신의 눈으로 보이는 세계에만 머물러 버린다면 진정 내 자성(自性)을 바라봐야 할 시선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더러운 진흙 먼지들이 바닥에 가라앉아야 연못 바닥이 훤히 보이는 것과 같이 미혹의 씨앗들을 제어하고 온갖 망상들을 잠재우는 시간들이 있은 후에야 자기의 참된 자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세속적인 번민과 고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의 자세 또한 그의 글 속에 담겨 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은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그러한 깨달음을 알면서도 마음을 바르게 갖기가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느끼면서 살아간다.

"나를 다시 바라보고 마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 거기서 스스로를 제어하고 평화로워질 수 있는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둠을 바라보면 어둠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밝음을 바라보면 밝음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색깔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칙칙할 수도 있다. '밝음을 바라보면 밝음 속에 내가 존재'하듯이 세상의 밝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삶은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다.

원성 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문체에 동화되어 스님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갖는 느낌을 얻는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밝음을 바라볼 줄 알고 마음을 다스리며 아름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스님의 길처럼, 우리의 삶 또한 그러길 바라기에….

거울

원성 스님 지음, 이레(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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