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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단원들이 청양읍 십자로에서 주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홍보하고 있다.
걷기단원들이 청양읍 십자로에서 주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며 홍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장천감오를 아십니까? 교장은 천만원, 교감은 오백만원이란 뜻입니다."

어김없이 푹푹 찌는 불볕더위이다. 하지만 예정된 오전 10시가 되자 청양 십자로 청양문화원 앞이 북적였다. 강 교육감 퇴진 서명운동을 받는 사람, 충남교육청의 비리와 추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사람, 홍보물을 나눠주는 사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강복환 충남교육감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며 충남 시.군을 걷고 있다. 5일 예정대로 청양에 도착한 것.

"장날도 아닌데 뭔 일이랴." 한적하던 청양 읍내가 떠들썩하자 너도나도 소리를 따라 고개를 쑥 빼고 시선을 보냈다. 지나는 행인들도 열에 다섯은 보기 드문 진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고 섰다.

"정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낱 유언비어로 치부되던 교육계의 담합과 매관매직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부끄러워 아이들 앞에 설 수가 없습니다."

류지남 전교조 청양지회장(청양 정산고)이 행인들을 향해 걷기 대회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류 지회장은 "도덕적 권위를 바로 세우고 더 이상 추악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육감이 제발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는 바람으로 말을 맺었다.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걷기단' 일행이 청양 읍내에 삼삼오오 흩어졌다. 주민들을 만나 홍보물을 나눠주고 퇴진 이유를 직접 방문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교육감이면 최고 선생님인데 어떻게 뇌물 받고 그런 짓을 다한댜. 장물업자도 아니고…." "교육감 직 갖고 뒷거래나 하고… 정치꾼 보다 더 한 짓을 했으니 애들이 뭘 보고 배우나…."

"감옥에서도 교육감 이라니..."

ⓒ 오마이뉴스 심규상
예상 이상으로 주민들의 반응은 즉자적이었다.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단 양 걷기단 일행에게 한마디씩 속내를 내보이며 격려했다.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는 한 주민은 "내가 직접 겪어 봐서 아는데… 충남교육계가 너무 썩었다"며 "강 교육감뿐만 아니라 물갈이할 사람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양 인근에서 구기자 농사를 주로 짓는 다는 이모(73)씨는 "심하게 병든 놈(구기자)은 뿌리째 뽑아내야 실한 놈에게 병을 옮기지 않는법"이라며 "아래 공직자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감의 비리는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청양 터미널에서 만난 김모(54·운수업)씨는 "강 교육감이 매년 운수종사자 교육시간에 나와 강의를 해 강 교육감과 운수업자들과는 친했다"며 "강연 때마다 사회정의를 강조하더니 뒷구멍에서 호박씨를 깐 셈"이라고 씁쓸해 했다.

특히 강 교육감이 사퇴를 거부하고 '옥중결재'할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원성이 더욱 컸다.

청양고에 재학중인 최모(2년)군과 청양 여자정보고 이모(3년)양은 "죄를 지었으면 직을 뺏고 죄 값을 치르게 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걷기단 일행이 직무를 정지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자 최군은 "법을 당장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의아해 했다.

음봉면에 사는 강모(61)씨도 "가만 있어도 법으로 심판 받을 텐데 왜 강제퇴진 시키려 하느냐"고 반문하다 걷기단 일행으로부터 재판이 끝나려면 1년 가까이 걸린다는 설명을 듣자 "그럼 감옥에서 교육감 노릇 한단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청양 시장에서 만난 신모(51)씨는 "감옥으로 도장 받으러 가는 게 말이 되냐"며 "어째(왜)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나라 전체에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하나가 없냐"고 개탄했다.

"나라 전체에 '내 탓' 인정 한 명도 없나"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한낮이 되자 걷기단 일행들의 옷이 연신 흐르는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습도마저 높아 '불볕더위'라는 말보다는 '끈적한 더위'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일행들이 더위에 몸이 축 늘어질 쯤, 행사장 부근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의경 한 명이 '강 교육감 퇴진 촉구 서명'에 선뜻 서명했다. 주변 반응과 격려의 눈길을 의식한 듯 걷기단 일행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걷기단 일행은 이날 청양 십자로 앞에서 1km 가까이 떨어진 청양교육청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후 오후 2시 쯤 다음 행선지인 홍성으로 향했다.

'강 교육감 퇴진촉구 걷기대회'는 6일 태안-서산, 7일 당진-예산, 8일 연기-아산을 거쳐 오는 9일 오후 3시 천안역에서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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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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