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붕공사를 하는 자원봉사자들
지붕공사를 하는 자원봉사자들 ⓒ 송문길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피서법은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누구나 쉽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산이나 바다, 강이나 계곡 등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른바 서늘함으로 더위를 식히는 이냉치열(以冷治熱) 방법이다. 녹음이 서늘하게 우거진 숲, 하얀 파도소리가 들리는 바닷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강가, 발을 담그면 시리다 못해 끊어질 듯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 등에서 즐기는 휴가는 가장 일반적인 피서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첫 번째 것과는 정반대인 이열치열(以熱治熱) 방법이다. 이것은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더위와 싸워 이겨내는 적극적 방법이다. 삼복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그 대표적인 예다. 땀을 주룩주룩 흘리면서도 "어! 시원하다"하고 읊조리는 열탕이나 한증막도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이냉치열과 이열치열의 중간에 속하는 방법이다. 쉽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듣고 나면 ‘아 그래,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피서법이 되겠구나’하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오마이뉴스> 특집기획 ‘이 여름을 시원하게’에 실린 ‘장편소설 독파…’ ‘소설책 한권 들고 떠난…’ ‘도서관에서…’등과 같은 책 읽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 밖에 붓글씨 쓰기, 수채화 그리기, 글쓰기 등도 있다.

이들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은 좋고 또 어느 것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유형의 피서법을 선택하든 가정의 여러 상황에 맞는지 그리고 가족이 합의해서 결정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협의해서 결정했다면 어느 유형의 피서든 좋다고 할 수 있다.

인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입주가정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자원봉사자들
인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입주가정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자원봉사자들 ⓒ 송문길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피서법은 새로운(?) 이열치열의 피서법이다. 땡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해비타트 활동이 그것이다. 해비타트 활동을 일종의 이열치열의 피서법이라고 소개하는 경우 ‘KBB2003’(2003 한국번개건축)행사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어쩌면 모욕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들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훼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한 목적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뜻임을 잘 안다. 순수한 이웃사랑 실천 그 자체가 참여의 근본 동기라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땡볕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사랑의 집을 짓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해비타트 활동은 농활과 함께 부수적으로 좋은 피서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뿐이다.

삼계탕이나 보신탕, 열탕이나 한증막과 같은 전통적인 이열치열의 피서법이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하는 생리 차원의 방법이라고 한다면, 해비타트 운동이나 농활과 같은 자원봉사활동은 이기심을 깨트리고 이타심을 기르는 정신수양 차원의 새로운 피서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뿐이다.

작년 태풍 ‘루사’로 막심한 피해를 입었던 강릉에서 8월 4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 강릉지회'(이사장 유병진 관동대학교 총장) 주최로 실시되는 ‘KBB 2003’ 행사에 참여하게 될 자원봉사자의 수는 하루 평균 약 700여 명이다.

벽에 못을 박는 자원봉사자들
벽에 못을 박는 자원봉사자들 ⓒ 송문길
이들 중에는 휴가를 일부 반납한 기업체 직원들도 있고, 방학을 일부 반납한 학생들도 있다. 자원봉사로 여생의 보람을 찾고자 참여한 노인들도 있고, 긍지와 자신감을 기르고자 참여한 억척 주부들도 있다. 자전거로 천리 길을 달려온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모두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작은 힘이나마 입주가정들로 하여금 가정을 회복하고 평안과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함께 사는 세상의 순수한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인 이웃사랑의 십자군이다.

그들의 작업 일과는 오전 8시 강릉시 여찬리에 있는 ‘사랑의 마을’ 건축 현장에 도착하여 갖는 간단한 경건회로부터 시작한다. 작업 지시와 안전 교육을 받은 후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집짓기 작업은 오후 5시 30분에 마친다. 지붕 공사와 외장 및 내장 공사 등으로 진행하는 작업 시간은 하루 약 6시간이다.

‘KBB 2003’행사 둘째 날, 공사장을 가득 채웠던 망치소리는 계층간의 갈등을 무너뜨리는 소리였다. 공사장에 울려퍼졌던 자동 기계톱 소리는 불신의 벽을 뚫는 소리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구슬땀과 이웃 사랑의 끈으로 맺어진 그들의 우정은 계층간의 이해와 협력의 골조가 되어 사회통합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수박으로 간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수박으로 간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 송문길
자발적인 이웃사랑의 실천은 사랑의 마을 건설과 가정의 회복 이외에도 이러한 사회 가치와 보람을 창출시켜주는 것이기에 땡볕에 구슬땀을 흘려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이열치열의 피서법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한국해비타트 소개

인간이 살 수 없는 주거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가정이 깨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해비타트는 개인, 교회, 기업, 각종 사회단체와 함께 힘을 합쳐 가난한 이웃을 도와 그들의 가정에 희망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해비타트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돕는 기독교 자원봉사단체(NGO)입니다.

해비타트 활동은 주택의 설계에서부터 기업들의 건축자재 지원과 공사장의 막일까지 모두 자원봉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땀방울을 함께 흘리면서 저렴하고 안락한 집을 짓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어진 집들은 집 없는 가정에 최저 건축비를 무이자 장기분할 상환 형식으로 판매됩니다. 현재 국제 해비타트는 83개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십만 채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습니다.

한국 해비타트는 1980년도 후반에 시작되었습니다. 예수원 원장으로 있는 대천덕 신부가 그의 저서에서 해비타트운동을 소개했고, 사무총장이었던 고왕인 박사가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예수님의 영광을 위해 이 사업에 참여했고 1992년 1월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을 이사장으로 추대해 공식기구로 발족했습니다.

/ 한국해비타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