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박신용철
의료시민단체들이 원폭2세 환우 해결을 위한 공대위를 결성하고 한국정부의 실태조사와 의료·생활지원 등 법적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원폭2세환우회·건강세상네트워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개 의료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된 '원폭2세 환우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8월 5일 오전 10시 30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족 및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당국에 원폭2세 환우들에 대한 실태조사, 의료지원체계 수립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역사 속에서 묻혀있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수 있는 원폭2세 환우 문제를 햇볕 속으로 꺼내놓고 사회적으로 해결을 요구하는 자리"라고 회견 취지를 소개한 뒤 "이 문제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인권의 문제로 다가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일인 8월 6일을 하루 앞두고 발족한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원폭 2세 환우로 '선천성 면역 글로블린 결핍증'을 앓고 있는 김형률씨의 피눈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김형률씨는 지난해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원폭2세 환우문제의 해결을 공개적으로 호소했고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인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청해왔다.

원폭2세 환우들의 현황을 설명한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 사무국장은 "원폭2세 환우 문제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원폭2세들이 결혼, 취업, 사회활동 등에서 겪게될 사회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터부시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은식 사무국장은 "미국, 일본, 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원폭2세 환우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원폭2세 환우들이 나이가 증가되면서 원폭 후유증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현재 원폭 2세, 3세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사능 피폭의 유전여부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어렵다"고 말해 원폭2세 환우문제 해결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폭2세 환우 김형률씨가 국가인권위 진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원폭2세 환우 김형률씨가 국가인권위 진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박신용철
다행히 원폭피해자와 2세간의 유전적 연관성이 없다는 미국·일본·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게놈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방사능 피폭이 원폭 2세에게도 유전된다는 사실이 2002년 5월에서야 드러났다.

특히 김은식 사무국장은 "한국은 원폭 2세에 대한 고민도 없고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일본 전례를 통해 한국도 독자적인 원폭2세 실태조사, 건강영향조사, 유전적 질환 대책 마련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2001년~2006년까지 5년간 원폭2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이 유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1985년 '원폭피폭자 2세의 건강에 관한 연구실시요강'을 수립해 원폭피해자 2세에 대한 건강진단을 추진해왔다.

이날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발족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가인권위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원폭2세 환우들이 행복추구권, 건강권,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대책 마련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한국원폭2세환우회 김형율씨는 "조선인 피폭자들은 일제 식민지 지배의 희생자들이었다"면서 "그런데 해방후에도 이들은 한국정부로부터도 버림받아 치료는커녕 병명도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을 잃어갔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지난 58년동안 일본정부와 원폭투하를 한 미국정부의 배상 거부, 한국 정부의 외면으로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국정부가 원폭피해자들의 '인권보장 책임을 외면'해서'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 건강권'을 침해했고 한국정부가 가입하고 있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이행 의무, 사회보장권, 건강권 조항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박신용철
아울러 미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을 묵과하고 있는 것도 피해자의 본국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외면한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한국 정부가 △전국적인 실태조사 △체계적인 의료지원체계 및 생계지원체계 △일본과 미국 정부에 대한 배상 요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 '원폭2세 환우 공동대책위'는 △원폭2세 환우들의 유전적질환이 원폭 후유증이라는 의학적 증명 활동 △원폭피해자가 국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 △일본, 미국, 기타 국가의 원폭피해자들과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한국원폭2세환우회는 참여정부 정권인수위 시절 '원폭2세환우 문제가 인권 문제'라는 내용의 정책제안서를 인수위에 전달했고 국민참여수석 앞으로 e-mail을 통한 정책제안을 거듭했지만 현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원폭 2세들의 현황

원폭 피해자는 1945년 8월 6일, 9일 미국에 의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되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말하며 원폭2세는 '양 부모 또는 부모 중 1명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되어 귀한한 자의 자녀로 히로시마 피폭에 있어서는 1946년 6월 1일 이후 출생자, 나가사키 피폭에 있어서는 1946년 6월 4일 이후 출생자'를 가리킨다.

원폭2세들 중 80%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20% 가량은 선천적 기형을 안고 태어나거나 유전적 질환, 원폭병(백혈병, 암, 악성 피부질환, 면역기능 약화)과 유사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1972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한국인 원폭피해자 7만여명 중 사망자는 4만여명, 생존자는 3만여명이었다. 생존자들중 2만3천여명은 귀국(북한 귀국 2천여명)했고 7천여명은 일본에 남았고 한다.

현재 원폭피해자 2세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1991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통해 추론해 볼수 있다.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은 원폭피해자 1세대 198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결과 피해 1세대 평균 3.72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파악되었고 당시 생존했던 원폭 2세들도 5557명이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통계치를 바탕으로 당시 남한으로 귀국한 원폭피해자 2만3천며영 가운데 부부 피해자나 자녀가 없는 경우, 자녀가 이미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원폭피해자 2세는 최고 8만여명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원폭피해 1세대뿐만 아니라 2세대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