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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 열린책들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던 과학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를 창작하기 이전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모아 놓은 자료들의 총집합이다. 저자는 열네 살에 이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하여, 대학 졸업 후 과학 잡지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내용을 보강해나갔다고 한다.

어린 시절 개미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관찰을 통해 여러 사실들을 기록하면서 시작된 이 백과사전은 개미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풍부하고 다양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형태는 자신의 흥미를 끄는 이런저런 상식들을 메모해 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자기 문화의 경험에 따라서 저마다 자기 마음에 드는 관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독자들이 능동성을 발휘하여 스스로의 직관을 가동하면서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중략) 이 책에 담긴 정보는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할 것이고,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읽는 이에 의해 능동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객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동물과 곤충에 대한 과학적 정보는 물론이고, 그것을 통해 느끼는 저자의 철학, 가치관, 인간의 오묘함과 형이상학적 사고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개미집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개미집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내가 개미집을 유린하고 난 뒤에 개미들은 다친 개미들 중에서 어떤 개미는 데려가고 어떤 개미는 죽게 내버려 둔다. 크기가 모두 똑같았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무슨 선별 기준이 있길래, 어떤 개체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개체는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선택과 판단에 대한 상대적 관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개미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한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이라는 모순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판단이란 자신에게는 절대적일 수 있지만 전체적 관점에서는 상대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지식의 상대성과 절대성이다.

절대적인 지식 또한 다양하게 전달된다. 주로 개미의 생태를 관찰하여 분석한 과학적 사실로부터 시작하여 음악의 대위법에 대한 설명, 중국의 마방진의 확률에 대한 분석까지 어찌 보면 잡다하다고 할 정도로 폭넓은 지식이 나열되어 있다.

자신이 수집한 많은 사실들과 철학적 성찰을 나열하면서도 저자는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는다. 아메리카 인디언과 중국인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수를 계산하는 20진법을 갖고 있었는데, 서양인들은 오직 10진법만을 셈법으로 삼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서양인들은 발가락을 무시하고 오로지 손가락만을 세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인간의 연대 의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연대 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긴다"고 단언한다. 그는 불행한 시기에는 연대 의식을 느끼며 단결했던 사람들이 행복한 시기를 맞으면 분열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힘을 합해 승리하는 순간, 각자 자기 공적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기가 공동의 성공에 기여한 유일한 공로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서히 소외감에 빠진다. 친한 사람들을 갈라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공동의 성공을 안겨 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가족이 상속을 둘러싸고 사이가 벌어지는가?"

인간과 곤충, 동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백과사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현상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형이상학적 판단들을 담고 있기에 철학 서적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가끔 백과사전을 펼쳐 놓고 이것저것 구경하듯이 훑어보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재미가 있다. 이 책 또한 내가 알지 못했던 다양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다만 백과사전은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나열하고 있어서 읽는 데에 부담감이 생긴다.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그저 책장을 뒤적거리며 이런저런 정보들을 얻고 베르나르 특유의 재치와 위트를 즐긴다면 이 책 또한 그리 어려운 책만은 아닐 것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기욤 아레토스 그림, 열린책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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