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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수

<매트릭스>를 유명하게 한 데에는, 360도 불릿타임 촬영법 등을 비롯해 '매트릭스적'인 촬영기법의 사용도 적잖은 몫을 해냈다. 정지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 시간이 일순간 정지된(혹은 느려진) 듯한 감각. 매트릭스는 상당 정도, '만화'의 연출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1999년 처음 나타난 이후, 2003년을 자기의 해로 만들겠다며 돌아온 매트릭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늘 그 의도적인 정지화면, 그리고 '느림'에 주목한다.

"시간은 금이다."
에누리 없이 분절된 시간과 치밀하게 구획된 공간은, 화폐단위로 정확하게 환산되어 우리의 일상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과 함께 '느림'에 관한 관심은 최근 부쩍 늘어난 편이다.

하지만 관심이 조금 늘어난 정도로는, 오랜 시간 체화된 '빨리 살기'에서 벗어나긴 힘든 것 같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울려 나를 구속해주길 바라는 마음. 그 무의식적인, 효과적으로 지배받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저 유명한 강희안의 그림, <고사관수도>를 보자. 풀과 나무가 드리워진 절벽 아래, 바위에 엎드린 채 무심히 물을 바라보는 사람. 아무 말 없는 무심한 표정의 그가 입을 떼어, 내게 한마디 일갈을 해댄다. 나른한 몽상과 한가로운 산책, 천천히 여유롭게 사는 것이야말로 육체적-정신적 생명을 다시 약동하게 한다고.

과연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 놀자. 쉬자. 잘 놀고 잘 쉬자.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나.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할 때보다는, 오히려 '버스를 타고 차창을 바라보며' 쉬고있을 때 더 자주 발현되더라. 그러니 '자주 쉬어야 일이 잘 될' 판이다. '쉰다'는 게 자랑은 아닌 세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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