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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교회 피아노. 피아노 소리가 무척 예쁘다.
우리교회 피아노. 피아노 소리가 무척 예쁘다. ⓒ 느릿느릿 박철

나는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나는 청소년 시절, 나의 누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피아노 치는 소리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떤 때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내 방 창문에 군용 담요를 걸쳐놓기도 했으니까요. 누구나 내 입장이었으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매일 똑 같은 곡을 수십번씩 듣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지겹겠습니까? 피아노를 잘 쳐서 음대를 간 누나에 비하면 나는 피아노와 전혀 무관하게 살았습니다. 내가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피아노를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나의 사춘기적 반항심리를 피아노 건반에 붙잡아 둘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나도 이제 사십대 중년이 되어서 누가 당신 취미가 뭐요? 하고 물으신다면 나는 수줍게 ‘음악을 듣는 것이외다’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나는 내 방에서 설교준비를 한다든지 책을 읽는 다든지 의례 명상을 할 때에는 음악을 듣습니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주로 ‘바로크’시대의 음악입니다. 특히 ‘바흐’나 ‘모짜르트’를 좋아합니다.

이따금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내 마음조차도 정지(停止)된 것 같은 그런 감상에 젖게 되면, 나는 베토벤의 소나타나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듣습니다. 소리통을 통해 전달되는 피아노 소리가 마치 서해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절정에 이를 때도 있고, 이른 봄 아무데서고 볼 수 있는 환하게 피어있는 노오란 민들레를 연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건반.
아름다운 피아노 건반. ⓒ 느릿느릿 박철
시골교회 있다보니 늘 성가대 반주자가 없어 곤란을 겪습니다. 주로 중고등부 중에서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반주를 합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쩔쩔 매다가 나중에는 제법 틀리지 않고 잘 합니다. 작년까지는 오세나 양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5년동안 반주를 했는데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더 이상 성가대 반주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세나가 이름처럼 마음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5년동안 예배시간에 단 5분도 늦은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딸처럼 사랑하는 아이였습니다. 세나가 내 마음을 알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 다음에 세나가 결혼을 하게 되면 꼭 내가 주례를 해주고 싶습니다.

세나가 교동을 떠나게 되자 우리집 큰 아들 아딧줄이 대신 반주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이 처음에는 반주하다 자꾸 틀리더니, 시간을 내서 매일 집중적으로 연습한 결과, 지금은 어느 곡이고 틀리지 않고 잘 칩니다. 큼직한 손으로 박력 있게 반주를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어제, 누군가 고마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하여 우리교회 새 피아노가 왔습니다. 우리교회 분위기에 딱 알맞는 피아노입니다. 우리교회 앰프를 다시 들여놓았을 때보다도 내 마음은 더 들떠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몸살이 걸려 입안이 온통 다 헤져 잠을 푹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 일어나는 대로 나는 피아노와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피아노를 만지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야, 피아노야! 너는 이름이 뭐니?”
피아노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줄까? 이제부터 네 이름을 노래의 날개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자 피아노는 새색시처럼 귀엽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아딧줄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아딧줄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 느릿느릿 박철

가끔 아딧줄이 사람이 없는 예배당에 올라가서 혼자 피아노를 칩니다. 교회마당을 서성이며 아딧줄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습니다. 피아노 소리에 나무도 풀도 하늘의 구름도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나는 우리교회 피아노가 어느 사람의 손에 의해서이든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피아노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음이 꽁꽁 닫혀진 사람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 주는 아름다운 피아노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피아노를 선사한 사람의 고운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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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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