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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선 훈장
강을선 훈장 ⓒ 김병희
어쩌다 보니 군산에 오게 되었다는 인원한문학원(이하 인원서당) 강을선 훈장. 보발(保髮)을 하고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모습에 긴 수염까지, 곧 불호령이라도 내리칠 그 옛날 호랑이 훈장님 같으시다.

아이들에게 한문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되기를 포기했고 그러므로 세상이 없어지고 있다며 ‘가르쳐서 바뀌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군산에 와서 한 2년 동네아이들을 모아다 가르친 게 인연이 되어 아예 서당을 마련했다는 강 훈장은 집안 대대로 보발을 했던 순창이 고향이란다.

어렸을 때부터 한문을 배웠다는 그는 가까운 남원지역부터 경상도, 충청도까지 배울 곳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배울 곳이 마련되면 그 곳에서 일도 배우고 글도 배우며 얻어먹는 공부를 했다는 강 훈장.

그는 24살 되던 해쯤 ‘이까짓 것 배워서 뭐하나’하며 외도(?)를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 뒤 더벅머리를 하고 막노동부터 안해본 일이 없었단다.

남원성당 숙당시절 강을선 훈장(맨 왼쪽)
남원성당 숙당시절 강을선 훈장(맨 왼쪽)
효도하는 길, 형제간에 우애하는 길, 어른께 공경하는 길을 가르친다는 그는 이 당연한 예절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강 훈장은 ‘가르치면 나아지고 변화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그의 실천은 곧잘 부모들의 항의로 되돌아 온단다. 그는 남의 귀한 아이들에게 왠 훈계냐고 따지는 부모들이 오히려 아이들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인원서당에서는 매월초에 학동들을 모집하고 있으며 학동들은 서당에 들어오면 사자소학부터 배우게 된다. 인사, 말, 밥 먹는 예절 등 표현예절을 먼저 배우는 학동들은 집에 돌아가 무의식 중에 부모님께 ‘공수’를 해 놀라움을 사기도 한다는데….

강 훈장은 서당에서 배웠다고 바로 아이들 태도가 바뀌어 지는 건 아니나 씨앗이 심어져 근본이 자리하게 된다고 확신했다.

회문산에 오두막으로 된 연수원을 가지고 있다는 강 훈장은 방학이 되면 학동들을 데리고 그곳에 다녀온다고 했다. 아이들은 집을 떠나 잠 버릇부터 밥 먹는 버릇까지 훈장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게 된다. 대부분 아이들은 명상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반성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된 모습 때문에 6년 가까이 서당에 보내는 부모도 있고 직접 배우러 왔던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다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단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서당 공부는 강 훈장에게 개별지도를 받게 된다는데 학동들은 무서워서 잘 안 배우려고 한단다. 예나 지금이나 훈장님 무서운 건 다를 게 없나보다.

“회초리도 많이 드나요?”

“회초리를 들 때는 아이들과 약속에 의해 듭니다.”

한쪽에서 비녀를 꽂은 쪽 찐 머리에 한복을 차려 입은 유성순 원장이 말을 거들었다. 잘못을 용서해 주고 그 잘못이 반복이 됐을 때 회초리를 든다는 유 원장은 서당에서 쓰는 회초리는 회문산 명산에서 가져온 특별한 거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매처럼 생긴 인원서당 회초리는 싸리비 중에서도 꼭 숫놈으로 만든다고 한다. 암놈은 아프고 뼈까지 멍이들도록 강하지만 숫놈은 맞을 때만 아프고 금방 가시기 때문이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어머니의 위치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 원장은 성별은 분별되어야 하지만 인격은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장님 뒤를 이을 수제자는 계신지요?”

18살 때부터 운봉에서 소학을 가르쳤다는 강 훈장은 종종 제자들이 찾아 오긴 하나 경륜이 쌓이면 스스로 나타날 것이고 잘못 가르쳤으면 안 나타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마음(邪心)을 바꾸면 행동(行動)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사람(人間)을 바꾸고,
사람이 바뀌면 세상(世上)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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