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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의 원통형 화장실
선유도 공원의 원통형 화장실 ⓒ 강지이
선유도 공원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과 공원 시설들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오래된 정수시설 구조물들을 그대로 살려서 새롭게 재창조한 시설물들과 조경물들이 공원 곳곳에 산재해 있다.

화장실은 정화용 물통을 개조하여 새롭게 창조했기 때문에 원통형의 외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네모 반듯한 보통의 화장실 시설에 비해 익숙한 친근감을 선사해준다. 오래 된 물통의 외관을 그대로 두어 거칠고 퇴색한 외벽은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낡은 건축물의 하단부를 그대로 살려 두고 담쟁이덩굴을 붙인 조경 시설은 마치 폐허가 된 옛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폐건축물이 단지 재생 불가능으로 버려지고 파괴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생산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하나의 작품이다.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담쟁이덩굴
폐건축물을 활용한 조경-담쟁이덩굴 ⓒ 강지이
화단과 인도를 나누는 경계 또한 폐건축물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그 경계를 결정 짓는다. 굳이 빨래줄 등으로 두르지 않더라도 공원 이용객들은 자연스럽게 화단과 인도를 구분할 줄 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정하는 표시 또한 하나의 조형물로 존재한다. 보기 싫은 철조망이나 테두리가 아닌 화단과 어울리는 하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화단과 인도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화단과 인도 ⓒ 강지이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 또한 재활용품이다. 아이들은 이 공간 속에서 억지로 꾸며낸 아름다움이 아닌 오래된 것을 활용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배운다. 그러기에 이 놀이 기구는 빠른 속도나 기계적 질감, 고공 낙하 등의 인위적 조작이 필요 없다. 그저 놀이 기구 안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도 놀이 그 자체가 되고 학습이 되는 것이다.

폐기된 시설을 활용한 놀이 기구
폐기된 시설을 활용한 놀이 기구 ⓒ 강지이
이 공원이 아름다운 것은 설계자의 뚜렷한 철학과 주제 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오래된 것을 활용할 줄 아는 마음이 깃들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선유도 공원은 서울 시민에게 더운 여름을 식히는 한강 위의 작은 돛단배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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