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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현
또한 뮤지컬 전용극장과 매머드급 뮤지컬의 출현, 영국이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치않은 프리뷰 공연까지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전의 소수만 찾아서 보던 뮤지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뮤지컬의 변화 속에는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뮤지컬이 있었고, 이와 함께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을 얻게 된 뮤지컬 배우 김소현씨가 있었다.

뮤지컬 세상으로의 이사

-서울대학교 성악과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 재학 중 슈베르트 콩쿨입상(1995), KBS신인음악콩쿨 여자부분1위(1997), 오페라 마술피리(2001~2002), 나가노 도쿄 오페라 갈라 콘서트(2001) 등을 보면 정통성악을 전공했고, 또 그에 따른 길을 걸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갑자기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말 우연이었죠. 아는 선배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영국에서 보고 왔는데 크리스틴 역할이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꼭 한번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많이 망설였지만 오디션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한번 시도해봤죠. 그리고 운 좋게도 크리스틴을 연기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선배님에게는 너무 감사드릴 일이에요."

- 오페라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의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뮤지컬을 하고 있는 것을 잠깐의 외도로 봐도 되나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기회가 된다면 오페라도 뮤지컬도 다 하고 싶어요. 오페라와 뮤지컬은 다른 어떤 장르의 공연보다도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중요한 것 뿐만 아니라, 노래로 이루어진다는 것 등등이 말이죠.

오페라의 음악이 클래식이고 뮤지컬의 음악은 대중음악 쪽에 가깝다고 보면 될까요? 요즘 브로드웨이에서는 뮤페라(뮤지컬+오페라) <라보엠>이 공연되고 있어요. 뮤페라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합친 새로운 장르인데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과 오페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공연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성현
- 대부분의 뮤지컬 배우들은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춤이나 연기 등에 계속적으로 연습하고 또한 체계적으로 배우기도 했는데, 클래식만 하다 보니 춤보다는 노래 쪽에 더 비중을 두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뮤지컬을 할 때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웠나요?
"처음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춤이 가장 힘들고 어려워요. 아직 여러가지 부족한 게 많지만 개인 레슨도 받고, 선배님들께 여러 가지 조언도 얻어가면서 조급한 마음 갖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힘들지만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 TV나 영화와 같이 한번 만들어 진 것으로 카피를 떠서 계속적으로 상영하는 것과는 달리 뮤지컬은 실시간 예술이고, 또 항상 라이브와 함께 춤, 연기까지 보여주어야 하는 어려운, 그리고 복합적인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는데요.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전 오히려 그게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죠.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다르게 공연은 라이브에 대한 매력이 정말 많죠.

NG라는 것도 없이, 혹여 NG가 나더라도 대형 NG가 아니면 능청스럽게 넘어 갈 수 있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가끔 항상 똑같은 동작과 대사를 하면 지겹고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 사실 매회 공연을 하면서 연습할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느끼기 때문에 그 공연이 끝날 때까지 점점 그 인물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나가게 돼요.

회를 거듭할수록 크리스틴(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이나 샌디(그리스의 여주인공)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같거든요.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공연예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유령이 지나간 뒤

-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오페라의 유령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될 것 같은데요. 예를 들자면 오페라의 유령이후 배우들 개런티도 많이 높아지고 뮤지컬 자체도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고 말이에요.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관객이 모르는 그 어떤 무언가의 영향이 뮤지컬 속에 있나요?
"우선 팬텀(오페라의 유령)이 경제적 수익면(20억 가량의 순수익을 남김)이나 흥행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고 나니까 영화나 다른 시장으로 빠졌던 투자자들이 뮤지컬에 투자를 하게된 것 같아요. 그래서 팬텀 이후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작들이 많이 보여지게 된 것이고요. 그리고 무대 규모도 점점 커지고 배우들도 공연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관객들도 공연보기 좋은 환경으로 변해간다고 봐요.

물론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팬텀이 뮤지컬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큰 편이죠.

ⓒ 이성현
너무 좋게만 보려 했나요? 사실, 영화도 그렇고 모든 상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예술이 그렇듯이 좋은 작품, 좋은 배우, 좋은 무대가 있어도 사실 투자자 분들이 마음을 열지 않으면(?)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팬텀 이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더 관객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뮤지컬의 저변확대 정도 되겠죠?"

오랜기간 무대에 남는 배우 되고파

- 뮤지컬 배역은 어떤 식으로 정해지나요?
"오디션이죠. 일단은 배우가 오디션 정보를 얻고, 오디션에 맞는 곡목을 준비해서 춤, 연기, 노래를 오디션에서 평가받고 수 차례에 걸쳐서 비슷한 오디션을 보죠. 대부분 1차-3차 정도로 하구요 점점 인원수를 줄여나가다가 최종적으로는 모든 평가의 점수나 의견을 합쳐서 역할에 맞는 이미지까지 확인 해 보고 캐스팅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연 때보다 오디션 때가 더 떨려요.(웃음)"

- 공개 오디션이 정말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나요? 공개오디션은 형식으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디션 전에 이미 배역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말이죠. 어떤가요?
"대부분의 오디션들이 그렇지만 아주 공정하게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선배님들처럼 유명하시고 경력이 오래 되신 분들은 오디션 없이 직접 캐스팅되지요.

팬텀 같은 경우는 워낙 팬텀 곡들이 성악적인 발성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서 저같이 성악과를 나온 분들이 오디션에 많이 참가했죠. 아직까지는 뮤지컬 하시는 분들의 층이 두텁지 않아서 그런지 대부분 다른 오디션 때 뵜던 분들을 오디션 볼 때마다 또 보게 돼요."

-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으신가요? 여태까지 이미지가 너무 고정되어져 있는 것 같은데(주로 여리고 순수한, 착한 역할), 변신을 하실 계획은?
"변신이라. 이제 세 작품째지만 항상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특히 전에 했던 작품과 비교했을 때 관객들은 많은 부분 변한 걸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되요. 사실 저의 입장에서도 항상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세상풍파를 겪으면서 변해나가는 강한 여인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미스사이공의 '킴'처럼 말이죠."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은.
"아직 배우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지만 열정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100% 충전된 상태라고 자신해요. 10년, 20년 후에도 꾸준히 무대에 남아서 끝까지 노력하는 멋진 배우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참! 아직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 꼭 공연 보러 오세요. 오셔서 함께, 그냥 즐기고 느껴 주세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그리스의 샌디까지 그녀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행보를 보면 무척 순탄해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혹은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그녀를 평가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만나보게 되면 순탄한 길을 걸어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모습보다는 그냥 발랄하고 자신의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인 한 뮤지컬 배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그런 내면적인 모습들이 그녀를 무대에서 더욱 빛나게 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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