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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신가동에 위치한 유성학원 세종고 전경,  학교주변에 600여기의 공동묘지가 있고 설립인가 전 학생을 모집하는 등 출발부터 말썽을 빚어 왔다.
광산구 신가동에 위치한 유성학원 세종고 전경, 학교주변에 600여기의 공동묘지가 있고 설립인가 전 학생을 모집하는 등 출발부터 말썽을 빚어 왔다. ⓒ 이국언
설립자의 잇따른 비리로 홍역을 치른 세종고(광주시 신가동) 문제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사기혐의로 구속된 학교법인 유성학원 전 이사 유성배(68)씨가 최근 채무관계 해결을 조건으로 금보석 허가를 받으면서 유씨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유씨는 교사채용과 구내식당 운영권을 미끼로 3명으로부터 69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1월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됐었다.

세종고 문제가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은 유씨가 채무관계를 해결할 방도의 하나로 학교법인 유성학원 운영권을 제3자에 넘기려 하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88년 이사직을 사퇴한 유씨는 대리인을 통한 수 차례의 학원 복귀 시도가 좌절되자 이미 91년과 96년 두 차례에 걸쳐 운영권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 채무청산 위해 매각 추진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 세종고 감사를 통해 유성학원에 3차 임시이사를 파견한 광주시교육청의 태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 교육청은 세종고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재정능력과 건전한 이념을 갖춘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진다면 조속히 학교 운영을 맡긴다는 입장이다.

유성학원 임시이사회는 지난 2001년 학원정상화 방안의 기본조건으로 ▲학교 내 교직원사회 안정 ▲관련 소송 종결 ▲이해관계인의 원만한 동의 ▲교육여건 개선 전망 보장을 수립했다. 그러나 새로운 이사 선임과 관련해 광주시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는 '이해관계인 동의'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표진 광주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은 "몇 명이 학교 운영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안다"며 "사립학교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새 이사 선임시 이해 관계인인 설립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화석 기획예산과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출연한 사람을 무시하고 새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겠느냐"며 "설립자 동의를 거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관계인 동의 법적 근거도 없는 것"

그러나 일부 구성원들은 "이해관계인 동의는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이해관계인'이란 임시이사 선임필요시 요청할 수 있을 뿐 어떠한 권한(정이사 추천권이나 동의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은 설립주체와 관련해 국공립에 대칭되는 개념의 '사립'의 개념일 뿐 사적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88년 임시이사 선임이후 재정결함보조금과 학교운영지원비 등으로 100억이 훨씬 넘는 금액을 학교에 지원한 광주시교육청이 진정한 '이해관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98년 상문고 대법원판례(96누 14036)는 세종고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 판례는 사립학교를 개인 소유물처럼 여겨 온 그동안의 관행에 쐐기를 박는 해석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립학교법령이 학교법인 설립자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교법인 설립자는 이미 설립된 학교법인에 대해 어떠한 법적 지위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힌 것.

사립학교법, '설립자' 용어 자체 없어

새삼 '이해관계인' 문제가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새 이사진 선임과정에 사실상 유씨의 '돈 거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씨는 지난 12일 "서울과 지방의 재력가 3∼4명이 접촉을 해왔으나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이번 사기 건 이외에도 많은 채무를 안고있는 유씨로는 시간적으로 촉급한 상황에 몰려있는 셈이다.

세간에는 벌써부터 광주시내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황모씨와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입에 오르내리는 등 세종고 운영권을 둘러싼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산구 신가동에 위치한 이 학교는 최근 몇년사이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택지가 조성되면서 지가가 급등해 일부 재력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창호 유성학원 상근이사는 "사립학교 법인은 개인재산이기 때문에 설립자의 동의서가 들어와야 된다"며 "문의가 들어오면 아예 먼저 설립자를 만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해 광주시교육청과 입장을 같이했다. 조 이사는 "운을 떠 본 사람은 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은 아직 없다"며 "교육이념이 투철해야 하지만 설립자와 합의하고 인수 제시조건이 합당하다면 법인을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립자 '동의' 여부, 논란 일 듯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의 이러한 주장은 기존 판례나 교육부의 입장과도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한 관계자는 "정 이사 선임시 반드시 설립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혀 세종고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장분도 서기관은 "말 그대로 이해관계인은 임시이사 선임시 요청할 수 있을 뿐이지 정이사 선임에 관계하는 것이 아니다"며 "학교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회 환원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관행 조선대학교 법인 비서실장은 "남편인 이사장이 사망한 후 부인이 이사장을 상속하려 했지만 학교는 상속의 대상이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학교법인은 재산 출연시점부터 학교법인의 것이지 개인의 소유물처럼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설립자가 전횡을 행사하고 학교를 매매해 왔으나 이는 명백히 불법이라는 것.

세종고 사태가 14년째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교육청의 책임이 지적되기도 한다. 윤봉근 광주시 교육위원은 "세종고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건전한 운영진을 찾으려는 광주시교육청의 의지부족에도 원인이 있다"며 "구 이사진 입장에만 얽매여 문제를 풀다보니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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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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