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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불문과 신규 교수임용 과정에서 심사 논문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부정심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충남대 불문과 신규 교수임용 과정에서 심사 논문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부정심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대학 신규 교수임용 과정에서 심사 논문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부정심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충남대 불문과 출신인 백모(42·여)씨가 교수채용심사에 제출한 논문이 내용 중복을 이유로 전공적격심사에서 탈락하면서 불거졌다.

충남대와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백씨는 한 개의 박사학위만을 인정한다는 심사규정에 따라 서류제출 기간인 지난 1월 13일~24일에 심사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프랑스 박사학위 논문(1편)과 일반논문 2편을 심사대상 논문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본 심사 기간 중인 1월 28일 불문과 조교를 통해 '불문과 김 모 교수님께서 충남대 박사학위 논문을 가져오라'고 한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조교를 통해 충남대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백씨는 심사대상도 아닌 논문을 왜 제출하게 하는지 의아해 학교측에 문의를 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백씨의 자료공개 요청에 '비공개'로 일관했다. 결국 백씨는 3월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 심사자료를 받고 나서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탈락사유가 된 논문은 애초 백씨가 제출했던 파리8대학의 것이 아니라 충남대 박사학위 논문이었던 것.

박사논문 1편과 일반논문 2편을 심사하는 전공적격심사 과정에서 이 학교 불문과 김모, 이모 교수와 외부대학 교수 1명 등 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외부대학 교수가 백씨가 제출한 논문 3편 중 2편에 중복된 곳이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0점 처리했다.

이 대목에서 백씨는 왜 스승인 김모 교수가 뒤늦게 엉뚱한 충남대 박사논문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이 논문을 외부대학 교수에게 전달해 심사하게 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백씨는 또 3명의 심사위원이 충남대 박사논문과 일반논문이 중복된다고 본 견해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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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심사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서를 대전지검에 제출했고 검찰은 현재 위계공무집행 방해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백씨는 심사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서를 대전지검에 제출했고 검찰은 현재 위계공무집행 방해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중복'의 문제는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제목만 같아도, 주제가 같아도, 내용이 같아도 사람에 따라 중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그 기준 조차도 모호합니다. 함께 심사를 받은 다른 지원자는 일반논문 1편을 학위 논문의 일부에서 자구하나 틀리지 않고 옮겨 실었는데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백씨는 문과대 교수협의회와 인사위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문과대학장의 정확한 경위조사 요구로 4월 인사위원회가 연기되는 듯 했으나 5월 7일 열린 2차 인사위원회는 백씨의 일이 합격에 영향을 끼치는 결정적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 합격자가 확정됐다.

이후 백씨는 심사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서를 대전지검에 제출했다. 검찰은 현재 위계공무집행 방해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7월 중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또 감사원 감사가 지난 7일부터 시작돼 빠르면 다음주쯤 감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충남대 김모 교수와 경북대 이모 교수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1명의 교수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교측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태도이다. 교무처 관계자는 "충남대 박사학위 논문은 참고자료로 함께 제시됐을 뿐인데 외부심사교수가 심사 결과서에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을 쓰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그러나 제대로 된 논문을 심사한 나머지 2명의 심사위원 역시 '내용중복'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백씨의 탈락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백씨는 "다른 2명의 심사위원도 잘못된 심사를 한 것인데 다시 심사하더라도 결과가 똑같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남대 불문과 학생회는 이번 교수채용 문제와 관련, 오는 18일 교수와 학생, 언론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씨 "부당한 폭력 당할 수만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십 수년간 공부해 온 제자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스승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솔직히 그들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이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동료 시간강사들을 위해, 충대 동문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심경은 어떤가.
"동료 시간강사들은 그런다.(프랑스 파리에서 공부를 마치고 1년 전 귀국한 백씨는 충남대 등 대전지역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해왔다-편집자) 기관에, 학교에 대들어봤자 너만 상처입고 작은 기회마저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억울하지만 참으라고들 한다. 하지만 부당한 폭력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이번에 시정이 안 된다면 교육계는 더 썩게 될 것이다. 얼마 만큼의 승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겠다."

-내용 중복은 어떻게 된 건가.
"중복된 내용은 전혀 없다. 실제로 비교를 해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심사를 한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만점을 받은 다른 지원자는 학위논문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일반논문에 실었다. 이것은 폭력이다. 약자에게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학교측이 참고자료용이라는 충남대박사학위 논문을 주요 심사 대상으로 삼아 심사한 심사표 등 증거가 있는데도 관련 교수나 학교측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학회에서도 부정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바라보니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들 어느 정도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당함을 인정하는 교수도 많지만 직접 나설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 출신과 충남대 출신의 싸움이라고 몰아가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잘못이 있었음을 인식시키고 시정하도록 하고 싶은 것뿐이다." / 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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