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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하청근로자들이‘비정규직 노조결성’을 결성하기로 한데 대해 거의 대부분 언론들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며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7월 9일 매일신문 사설 <현대차 '비정규직 勞組' 파장>
7월 9일 조선일보 A6면 <‘비정규직 보호’ 노·노·사 갈등>

▲ 매일신문 7월 9일 사설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법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영계의 반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하청근로자들은 인력공급 업체의 정규직원이기 때문에 노조설립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주장, 또 교섭대상도 비정규직의 교섭상대는 법적으로 보면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들이므로 현대자동차가 교섭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일신문은 노동계의 입장,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하기까지 이른 비정규직 근로자의 입장을 함께 다루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는 단군이래 최대의 국난이라 하는 외환위기 IMF관리를 세계 유례없이 신속하게 극복했다. 또 7월 9일자 언론에서는 OECD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고소득국에 해당하는 0등급으로 회복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전 국민의 고통분담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통전담 덕택에 조기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각종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보수가 낮은데다 신분도 불안해서 그야말로 한국경제의 어둡고 힘든 부분을 온 몸으로 떠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7월 8-9일 UN(UNDP)에서는 한국인의 삶의 질이 세계 30위로서 그전보다 오히려 하락했음을 발표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저간의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이제 외환위기를 세계 유례없이 신속하게 빠져 나온 한국경제는 이제 그 과정에서 고통을 전담한 사람들에게 마땅히 보답을 해야 한다. 그들의 삶을 보듬지 않고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을 지향하는 것은 성장의 잠재력을 확충해가야 하는 점을 생각할 때,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 민간 인력알선업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계약직 근로자들은 '계약직으로 취업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73%가 '그렇다'고 답해 그들의 직업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경제의 미래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 특히 신문들은 노동자의 자구적 단결은 무조건 적대시하고, 항상 위험하게만 보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이번 경우에도 최저수준의 삶의 상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하는 절규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 규정과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을 통해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그러한 그들의 목소리에 사회가 수긍할 수 있겠는지, 그래서 노동운동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매도하는 결론을 내린 <매일신문>에 바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조선일보 7월 9일 A6면
한편 <조선일보>는 이 문제에 대해 노노갈등으로 문제를 또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노노(勞勞)갈등을 우려하는 노파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비정규직 움직임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설립은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는 만큼 재고돼야 한다"고 노조설립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노노의 경쟁이나 갈등에 따른 돌발사태 등 경험을 볼 때 '돌출변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문제를 왜곡해서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오도하는 조선일보 특유의 논조에 불과하다.

이미 4월 24일에 전남의 삼호중공업 노조원들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조건, 그에 따른 잇따른 사망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예방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또 가까운 7월 2-3일 부산, 울산, 전주 등 일부 지역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별로 시한부 파업이 벌였을 때 현대자동차 울산 부산 양산 전주 남양연구소 등 각 사업장의 노조원들이 부분파업을 벌인 원인 중 중요한 하나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이번 비정규직 노조결성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입장이 갖는 약간의 차이는 노조결성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가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기존 현대자동차 노조 내에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함께 하는 것인지 혹은 별도 독립노조를 결성하는 것인지에 관한 방법론적 차이인 것이다. 전후 문맥을 신문사 마음대로 잘라내서 상황을 호도하는 저질의 언론이 이 땅의 거대언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꼼꼼하고 종합적인 문제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과거 정부주도개발정책,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대마불사식의 경영형태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 적응할 수 있겠는가?

지금 시중에는 수십,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 기준에 상응하는 제도와 관행을 노동자에게만 요구하면서, 투자를 보류해 정부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과연 한국의 기업이라 할 수 있는가?

6월 24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대로 최근 수 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뉴욕 혹은 LA에 주택을 사들이는 이 땅의 가진 자들이 그 자금을 차세대인력에, 근로자들에게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는가?

▲ 동아일보 (7월8일)
<동아일보>는 8일자에서 우리 사회 고급두뇌의 60%가 “외국 가고 싶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가진 자’ 중심의 정책을 요구하고 협박하고 있는데, 과연 이들 신문은 최근 ‘두뇌유출 경향’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국제화시대의 탈국민국가 경향, 후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유산계층의 ‘전시효과’적 경제행위 경향, 혹은 한국사회 유산계층의 뿌리깊은 이기주의 경향 등 다각도로 원인 분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일부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거대신문들은 절대불가의 재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8일자 <동아일보>에서 이 문제에 관해 영국-독일-북유럽의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바, 독일이 후발산업국가로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하에 노조대표가 임금 및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이 한국사회와 유사하지는 않은가? 또 북유럽의 경우 정부가 노사 협의과정의 중재자로 참여한다고 했는데, 단위 기업의 임단협과 관련된 문제영역을 넘어 노사간의 전반적인 제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는 현재 한국 사회가 바로 그런 시점이 아닌가?

▲ 조선일보 7월 9일 A15면
또 영국은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노사자율주의라고 했는데, 반면 9일자 <조선일보>가 A15면에서 근로자에게 경영협의권을 부여하는 새 법안을 제출하기로 한 영국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정부의 이 정책은 영국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또 바로 그 영국의 대처 수상 하 보수당정부 시절 중앙정부의 자유주의정책과는 반대로 지역정부 차원에서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비시장적 정책들이 시행된 점도 우리 신문들은 좀 조사해서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땅의 거대신문들은 이제 얼토당토 않는 편가르기 의식에서 벗어나 진정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의식구조와 정책, 사회제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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