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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업연맹 삼화, 태금지회 공투본 노동자와 가족들이 빗줄기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산업연맹 삼화, 태금지회 공투본 노동자와 가족들이 빗줄기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이국언
삼화산업(대표 권한대행 국경훈)의 임·단협 협상이 무려 3년째 진행되고 있다. 2001년 임·단협 협상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아직 2000년도에 산정한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3조 3교대로 주 휴일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특별휴가'라는 명목으로 한달 3일의 유급휴일을 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제철소'라는 이유로 명절도 없이 일해왔다고 한다. 이들의 임금은 포스코 정규직의 56% 수준이다.

"실질적 소유주는 국창근 전 의원"

삼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크레인 운전작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로, 별도의 생산설비를 두고 있지는 않다. 조합원들은 "실질적 소유주는 15대 담양·장성 국회의원을 지낸 국창근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 전 의원은 지난 15대 총선에 나서기 전까지 대표이사와 이사를 맡았으며, 삼화산업 이외에도 광양산업단지에 2개(전남기업, 동아레미콘)의 기업체를 더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산업은 지역의 대표적인 분규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1년 임·단협 과정에서는 64명이 해고되고 102명이 부당전직 인사가 이뤄져 말썽을 빚기도 했다.

교섭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노조의 교섭요구를 미뤄 온 사측이 마지못해 교섭 테이블에 앉은 것은 노조의 고소에 의해서였다. 교섭이 잘 이뤄질리 없었다.

해고자 복직되자 "해고 임금 100%로 낮춰달라"

정용식 삼화산업지회 부지회장. 국창근 전 의원에 의해 선거법 위반 모욕죄 등으로 손배와 가압류를 당했다.
정용식 삼화산업지회 부지회장. 국창근 전 의원에 의해 선거법 위반 모욕죄 등으로 손배와 가압류를 당했다. ⓒ 이국언
사측은 2001년 9월 광양제철소 내 작업현장인 4개 창고 중 한 창고에 대해 계약해지를 요청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또 102명에 대한 대규모의 전직조치를 통해 조합활동을 차단하는가 하면 직장폐쇄 된 곳에서 일하던 62명의 사원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 해고 판정과 행정소송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 44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직했다. 또 부당 해고와 102명의 부당 전직에 대한 검찰기소로 당시 대표이사에게 실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복직하지 못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거나 소송 도중 포기한 경우였다. 그러나 단협에 명시되기까지 한 해고기간 200% 임금지급 규정이나 부당 인사 조치한 조합원들에 대한 환원요구는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정용식(40) 삼화산업 부지회장은 "사측이 임·단협에 합의서를 안 찍는 이유는 해고자들에 대한 임금을 100%로 낮추자고 요구하기 때문이다"며 "해고기간의 임금을 100%로 받게 되면 그동안 들어간 소송비를 빼고 해고자들에게는 한푼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지회장은 "원상회복을 안 한다고 해서 재 고소해봐야, 사업주는 1년이고 2년이고 버티고 있다가 50만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끝이다"며 "사업주가 구속되든지 하는 강경 조치가 따르지 않고서 노동자들에게는 아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해고자, 복직 뒤 가정불화로 자살하기도

"해고자 중에는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가정파산으로 중노위까지 이겨놓고 '그 돈 안 받고 만다'며 멀리 떠나 버린 사람도 있고, 가정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광양시 한 야산에서 이 회사 해고자였던 권모(당시 42세)씨가 딸과 함께 목을 맨 상태로 등산객에 발견됐다. 해고된 권씨가 이 회사에 신규사원으로 재 입사한지 얼마 뒤였다.

"10여년 된 그동안의 근무경력이 무시된 채 수습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직무도 못 받는 겁니다. 그동안 100만원 받고 일하던 사람이 60만원 받고 어떻게 일 할 맛이 나겠습니까"

노동자들은 해고와 무관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포스코 정규직의 56%밖에 되지 않는다.  사업주는 최저임금을 위반하기도 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포스코 정규직의 56%밖에 되지 않는다. 사업주는 최저임금을 위반하기도 했다. ⓒ 이국언
양동운(44) 금속산업연맹 삼화산업 지회장은 "회사는 최저임금 위반 결정 사안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기껏해야 기소유예나 벌금 30만원 내면 된다는 식으로 법 위반을 아주 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섭이 진척되고 있지 않는 것과 관련해 양 지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대표이사가 실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사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지난해 추석 무렵 광주와 서울에 있는 국창근씨 집까지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2억 손배에 가압류까지

사용주에게 이처럼 관대한 법이 노동자들에게도 그대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삼화산업 노동자들은 600만원의 벌금과 함께 국창근 전 의원에게 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물어야 했다. 노조가 당시 국민회의 국창근 의원의 책임있는 해결을 요구하며 98년 담양에서 집회를 가진 것과 관련해 국 전 의원이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를 했기 때문이다. 애초 노조에 신청한 손해배상액은 2억원이었다.



정용식 부지회장은 "99년 노사 합의를 하면서 양측 모두 고소고발 건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는데 회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나중에 국창근씨는 개인적인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 노사문제와는 다르다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고 말했다.

법원은 국창근 전 의원이 당시 노조 지회장을 맡고 있던 정용식씨를 비롯한 6명을 상대로 선거법 위반과 모욕죄로 2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이들에게 각각 100만원씩 총 600만원 벌금과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선고했었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갖고 광양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갖고 광양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이국언
이후 국창근씨는 손배와 관련 정 부지회장의 집에 별도의 가압류를 신청해, 당시 전자제품, 밥솥, 장롱 할 것 없이 모든 가재도구에 가압류 딱지가 붙었다. 이들은 2001년 가을 법정이자를 포함 2,471만원을 실 소유주인 국창근 전 의원에 배상하기도 했다.

2001년 임·단협을 3년째 끌고 있는 삼화산업은 지난 17일 전 조합원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한데 이어 조합원 10여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국경훈 대표이사 권한대행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사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이므로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한편,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국창근 전 의원은 최근 김경천, 김충조 의원과 함께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대표 박상천)'의 광주전남 공동대표를 맡으며 정치재개를 위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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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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