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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모 신문 네티즌 광장에 어느 대학강사가 대학생들이 한자를 너무 몰라서 놀랐다는 짤막한 글을 썼다. 이해가 간다. 중국문화를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한문을 알아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언어가 중국어이고, 역사, 문화와 전통, 지리적 위치 같은 것들이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한자어를 무시하고 살수가 없다.

학생들이 자기 이름을 쓰지만 쓰는 순서를 몰라서 그림을 그리듯이 쓰고, 할아버지 이름을 못 쓰는 학생들도 많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오래 전에도 있었다. 기초적인 것도 모르지만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한문을 모르고서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어서다.

하지만 기초적인 한자어를 알면 상호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진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표음문자는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글로써 한글, 로마자, 러시아, 아랍문자가 있다. 표의문자는 시각에 의해서 사상을 전달하는 문자로 이집트, 한자가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한자어는 우리식 발음으로 읽는다.

한자어를 읽기는 하지만 뜻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인 성경에 있는 <사도신경>은 몇 줄이 안 되는 짧은 문장이다. 이 말 중에 전능, 천지, 성령, 동정녀, 고난, 장사, 저리, 심판, 공회, 성도, 교통 같은 말이 나온다. 이런 말들도 읽기는 하지만 한자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사용하는 글이 대부분 한글이라고 해도 우리말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약 60%정도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전연 무시하고 살기도 어렵다. 한자로 표기하지 않았지만 그 뜻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결국 한자를 알아야 한다.

언제나 한글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한자를 알면서 쓰지 않는 것과 모르는 것하고는 의사 소통에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말을 더 아름답게 구사하기 위해서도 한문을 어느 정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신문을 보면 한자가 별로 없기는 하다.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한문을 병기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전부 그렇게 할 수도 없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많다. 가령 오늘 신문에도 가중처벌, 특소세중과, 화의조정, 유효재계약, 해당행위, 취향처신, 초상권침해, 분골쇄신, 영성은총 같은 말들이 보이지만, 한자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많이 쓰는 한자는 성씨, 고유명사, 법률, 경제용어들이다.

학생들이 한문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같은 한자를 여러 가지 형태로 다르게 쓴다는 점이다. 해서는 단정하게 쓴 글이고, 후려 쓴 글은 초서, 약간 흘려서 쓴 글은 행서다. 여러 가지 예술적 표현체들을 만들어서 쓰기도 하고, 간략한 형체로 쓴 간자체도 있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도 어렵게 만든다. 전자매체에 올리면서 변형한 한자가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되어서다. 통합논의가 있지만 나라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개선하기도 쉽지 않고, 자기들 주장이 강해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한자는 중국어를 표기하는 고유문자지만 인접국들과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인 관계로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사용하게 되어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한자의 발생 역사는 약 5000년 전인 전설시대인 3황5제때 황제의 사관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창안하였다는 설이 있다.

실존자료로 가장 오래된 것은 1903년 은허에서 출토된 은대의 갑골문자가 있다. 그 갑골문은 3300년 전이라고도 하고, 도문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6800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도문이 한자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어 속에 사용되는 한자어는 한사군 시절, 고구려, 백제, 신라의 주요 고유명사에 사용되었으며, 문인 학자들이 구어(口語)로는 한글을 쓰고, 문어(文語)로는 한자를 사용했다. 고대 시대의 국호, 왕명, 관명,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가 한자로 표기되면서, 한자어가 대량으로 수입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자어는 국어문법 체계 속에서 대부분 명사로 존재하며, 수사나, 부사로도 쓰인다. 명사로 쓰는 것은 대개 '-하다'라는 동사를 부쳐서 생각하여 '논의'를 논의하다로, '명령'을 명령하다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복합어 형성도 4음절이상도 가능하다.

약어와 정자도 어렵게 한다. 한자를 처음 만든 방식은 사물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외형의 특징 부분을 간단하게 윤곽만을 그려서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하나의 글자에 다른 글자를 합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을 만들었다. 이것이 복잡해지자 약어가 생겼다.

그 후에 순수하게 뜻을 나타내는 형체 부분과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합쳐져 다른 뜻의 글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 요인으로 어렵지만, 더 큰 이유는 그 글자수가 너무 많아서다. 지금도 나라마다 전차매체 상에서 새로운 한자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한자가 정확하게 몇 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나라 중기의 창힐 편에는 3,300자이고, 청나라 때 강희자전에는 4만7,035자이다. 중화자해에는 8만5,568자나 된다. 하지만 모양만 다른 글자가 중복되어 있는 것이 많아서 완전하게 다른 글자는 대략 3만 글자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에서 전자문자로 표기되는 한자 표기는 서로 다른 것이 많아서, 같은 뜻의 글이지만 상호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자기나라의 문화에 맞게 고친 것도 있고, 영어와 한자가 변형된 복합어도 있으며, 전자매체 편의상 변형시킨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교육부에서는 1972년에 우리생활에 필요한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선정해서 중고등학교에서 각각 900자씩 가르치도록 하였으나, 입시 위주 교육 현장에서는 얼마나 알차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어느 시간강사의 말처럼 대학생들의 2/3가 한문을 모른다면 한문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있다. 하지만 한글을 제대로 쓰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초 한자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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